UPDATED. 2024-03-29 16:13 (금)
‘세무조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게 국세행정개혁인가?
‘세무조사’를 정기적으로 하는 게 국세행정개혁인가?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9.03.14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국세청 본분에 충실하지 못하게 하는 정권…일자리‧유치원정책에까지 동원

- 기업의 탈세 혐의는 정기적으로 발생하나?…“AI시대에 맞지 않는 관급사고”

국세청의 본분 중 하나는 납세자들이 세법에 따라 정확히 세금을 내도록 도와 탈세 등 범법자가 되지 않게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국세청을 여러 정책 목적 실현을 위한 ‘전가의 보도(傳家의 寶刀)’로 여기고 있다는 비판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대표적인 예가 “일자리창출 기업 등에 대한 세무조사 유예 등을 통해 조사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국세청이 주축이 돼 학계 등의 전문가들이 참가하는 국세행정개혁위원회가 지난 13일 올해 첫 회의에서 또 이 얘기를 꺼냈다.

원론적인 ‘국세청의 본분’만 봤을 때 국세행정개혁위가 밝힌 방향은 ‘행정개혁’이 아니라 ‘직권남용’으로 풀이된다. 하긴 말 안 듣는 유치원장들을 어를 때도 국세청장을 불렀으니 뭐.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혜택을 이미 주고 있다. 안팎요인으로 쪼그라드는 산업현장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은 기립박수 받을 만하다.

하지만 일자리 창출 기업이 칭찬받을 이유가 있다는 점과 이들이 국세청 도움을 받아 세법에 따라 정확히 세금을 내는 문제는 별개다. 법은 착하고 악한 의지에 따른 결과만 집행하는 도구가 아니다. 게다가 모든 일자리 창출기업이 모든 과목에서 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한국인들은 ‘세무조사’를 ‘부정적 기업활동에 대한 공동체의 응징’으로 보는 경향이 짙다. 개발연대 시기 권력자의 비호 아래 대규모 탈세를 통해 성장한 대기업과 대주주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법이 어려워서 법이 정한 것보다 더 세금을 납부할 수도 있으니 국세청이 법이 정한만큼만 세금을 내라고 납세 기업을 돕는 상상력은 불가능하다.

국세행정개혁위가 “올해부터 비정기세무조사(특별조사)를 줄이는 대신 정기 세무조사, 간편조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힌 점도 국세청 본분에 맞는 지 여전히 의문이다. 기업 납세자가 세법에 따라 정확히 세금을 내도록 도와 탈세 등 범법자가 되지 않도록 돕는 주기가 하필 4~5년이어야 하는가.

신고납부 세수가 대부분인 오늘날 국세청은 기업이 법인세 등을 신고하면 곧바로 분석하고 조사대상을 가린다. 최근에는 인공지능(AI)을 동원한 빅데이터 분석기법까지 동원, 탈세를 포함한 조세회피를 더 빠르고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물론 문제가 있어도 정기조사 기한이 돼야 조사하겠다는 의미는 아니겠지만, 굳이 “비정기조사를 줄이고 정기조사를 늘리겠다”는 발표가 필요했나 싶다.

정기조사는 여전히 납세자를 잠재적 조세회피자로 보는 ‘관급 사고방식’이라는 ‘독특한’ 지적도 있다.

국세청 출신으로 법무법인에서 조세법 전문가로 일하는 김진웅 <국세신문> 논설위원은 지난 2월말 칼럼에서 “요즘 국내외 기업들은 탈세를 일삼지 않는데도 3~5년마다 ‘정기적’으로 ‘세무조사’를 한다니 외국 납세자들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모든 운전자를 잠재적 음주운전자로 보는 음주단속이 유독 한국에서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점을 빗대 ‘정기 세무조사’가 외국인들에게는 남용(abuse)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짚었다.

그는 구체적 혐의가 없는 데도 ‘조사’가 일상화 된 한국의 행정을 과거 봉건시대나 제국주의 통치의 유산으로 본다. 그래서 “혐의가 정기적으로 자동 발생하지 않고서는 정기조사라는 말은 어법모순”이라고 꼬집었다.

국세청의 정기조사 비중은 2016년 전체의 55%에서 2017년 58%, 2018년(잠정) 60%로 올랐으며 올해에는 62% 수준으로 또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 기업들의 탈세 혐의가 정기적으로 자동 발생할 리 없다면, AI시대에 ‘정기조사’와 ‘비정기조사’ 비중을 논하는 것은 의미 없는 ‘말잔치’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