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16:13 (금)
“납세자가 미리 검토한 세무상 위험을 근거로 조세회피 여부 판단 안 돼”
“납세자가 미리 검토한 세무상 위험을 근거로 조세회피 여부 판단 안 돼”
  • 이유리 기자
  • 승인 2019.04.05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법원, “대가를 제3자에게 그대로 전달할 의무 없으면 수익적 소유자”
"사업목적·정상사업영위·상당규모·실체 있다면 조세부담 감소로 실질과 명의 괴리있다고 볼 수 없다"

납세자가 미리 검토한 세무상 위험을 근거로 조세회피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송상우 법무법인 율촌 공인회계사(미국변호사)는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CJ ENM이 마포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법인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대법원이 지난해 11월15일 선고한 판결(2017두33008)을 ‘월간 공인회계사’ 1월호에 소개하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송 회계사는 5일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사업상 이유가 있고, 그에 따라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면 조세부담이 감소하더라도 실질과 명의의 괴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수익적 소유자’ 개념을 정의하면서 ‘실질귀속자’와 구분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조세조약상 ‘수익적 소유’는 사용료 소득을 지급받은 사람이 타인에게 이를 다시 이전할 법적 또는 계약상 의무없이 사용·수익권을 갖는 것이라 판시한 것이다.

대법원은 CJ ENM이 마포세무서를 상대로 "원천징수 법인세 및 가산세 부과 처분을 취소해 달라"며 제기해 1심과 2심에서 패소한 판결을 뒤집고 CJ측 손을 들어줬다. 이는 납세자가 미리 검토한 세무상 위험을 근거로 조세회피 여부를 판단했던 과세당국과 원심 판단을 뒤집은 판결이라 눈길을 끌었었다.

CJ ENM은 지난 2011년 헝가리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기업인 VIH(바이어컴 인터내셔널 헝가리 케이에프티)사와 계약을 맺고 사용료를 지불하고 파라마운트 영화 등을 한국에 배포하기로 했다.

CJ ENM은 ‘한·헝가리 조세조약’ 제12조 제1항 규정에 따라 사용료 법인세를 원천징수하지 않았다.

해당 규정은 “일방체약국에서 발생해 타방체약국의 거주자에게 지급되는 사용료에 대해 동 거주자가 사용료의 수익적 소유자인 경우 타방체약국에서만 과세한다”고 정하고 있다.

한·헝가리 조세조약에 따르면 헝가리에 위치한 VIH가 수익적 소유자일 경우 CJ ENM이 지급한 사용료에 대한 과세는 헝가리에서만 할 수 있어, 한국 법인세법상 국내원천소득 사용료 소득이라도 헝가리의 수익적 소유자인 거주자에게 지급되는 경우에는 국내에서 과세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세당국은 VIH가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한 ‘도관회사’에 불과하다고 판단하고,  CJ ENM이 지불한 사용료 소득의 실질적인 수익적 소유자는 모회사인 VGN(바이어컴 글로벌 네덜란드 비브이)라고 봤다.

도관회사는 실제로 업무를 하지만, 본래 조세를 회피할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를 의미한다.

마포세무서는 CJ ENM에  ‘한·헝가리 조세조약’을 적용하지 않고,  ‘한·네덜란드조세조약’을 적용해 CJ ENM에게 가산세를 포함해 원천징수분 법인세 합계23억9100만원을 부과했다.

CJ ENM은 마포세무서 과세처분에 불복해 서울행정법원에 ‘법인세부과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1·2심 법원은 "CJ E&M이 최초 계약을 맺었던 VGN이 자회사 VIH를 설립한 뒤 곧바로 국내배포권을 양도한 행위는 조세 회피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인다"며 국세청 손을 들어줬다.

VGN이 유독 VIH에게 한국과 일본, 이스라엘, 이탈리아, 헝가리 등 5개 국가에 관한 영화 배포권만을 양도했는데, 이는 이 5개 국가들이 헝가리와 체결한 조세조약상 영화 등 사용료 소득에 대한 원천세를 면제받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VIH는 사용료 소득을 VGN 등 타인에게 이전할 법적 또는 계약상 의무를 부담한 바 없이 사용·수익권을 누리고 있었다"면서 "VIH가 한·헝가리 조세조약상 거주자로서 수익적 소유자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시했다.

VIH는 헝가리에서 뚜렷한 사업목적으로 정상적으로 미디어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상당한 규모의 충분한 실체를 갖춘 법인으로써 배포권에 따른 사용료 소득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다고 봄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은 조세 절감의 측면 등만을 들어 사용료 소득의 실질 귀속자를 VGN이라고 보고 과세가 적법하다고 판단한 잘못이 있다"며 CJ ENM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송 회계사는 “원심 법원들은 납세자가 변경되는 거래구조의 세무상 위험을 미리 검토했다는 사실을 조세회피 판단근거 중 하나로 인정했는데, 새로운 거래를 하거나 종전 거래구조를 변경하는 경우, 법률상·세무상 위험을 검토하는 것은 납세자로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송 회계사는 “이 사건에서 과세당국의 조사가 있었는 지는 알 수 없다”고 전제, “(일반적으로) 세무조사 과정에서 과세당국이  납세자가 과세 위험을 검토한 서류를 가져가는 것이 문제”라며 “과세관청은 납세자가 검토한 서류를 가져갈 것이 아니라 (과세 근거를) 조사로서 찾아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기본법'은 세무공무원이 세무조사 목적으로 납세자의 장부 등을 세무관서에 임의로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정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일시 보관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5일 본지 통화에서 “세무조사 과정에서 조사 관련성이 있는 서류에 대해서 납세자의 동의를 받아 ‘일시 보관’하는 절차가 있으며, 조사 관련성이 없는 서류는 국세청이 일시 보관을 요구하지도 않고 납세자가 제출할 의무도 없다”고 설명했다.  

송 회계사는 대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2012년 10월19일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델 조약 주석서 개정안의 취지와 같은 의미로 ‘수익적 소유자’의 의미를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주석서 개정안은 ‘받은 대가를 제3자에게 그대로 전달할 계약상 또는 법률상 의무가 있다면 수익적 소유자로 볼 수 없고, 이런 의무는 받은 대가에 종속되지 않는 의무를 포함하지 않는다’라고 ‘수익적 소유자’의 의미를 해석한다. 

송 회계사는 “대법원은 조세조약상 수익적 소유자를 판단한 다음 국내 세법에 따른 실질적 귀속자를 판단했다”면서 “이런 조세조약상 '수익적 소유자' 해석을 고려할 때, 실질적 소유자를 조세회피 목적에서 비롯된 실질과 명의의 괴리 여부로 판단하면 조세조약의 '수익적 소유자'를 판단할 특별한 이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