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안진·삼정 삼성합병 보고서 입수…"삼바 콜옵션 부채 누락액 1.8조원보다 커"
삼성, 삼성이 지난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앞두고 ‘에버랜드 동식물을 이용한 바이오 신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꾸며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3조원 가량 부풀렸다고 <한겨레>가 22일 단독 보도했다.
3조원은 검찰이 수사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콜옵션 부채 누락액(1조80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운 평가액이라서 보도가 사실이라면 파장이 더 클 전망이다.
22일 <한겨레>는 “딜로이트안진(안진)과 삼정케이피엠지(삼정)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편에 각각 서서 두 회사의 기업가치를 평가해 적정 합병비율을 계산한 내용이 담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2015년 5월 작성)’를 입수했다”면서 이 같이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두 사안에서만 제일모직의 가치를 4.8조원 가량 과대평가한 점에 주목, “당시 합병에서 제일모직이 고평가될수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구조였다”고 밝혔다.
이 신문은 보고서를 인용, “안진회계법인이 당시 제일모직의 총가치를 21.3조원으로 평가하면서 이 중 ‘바이오사업부’(제일모직바이오)의 영업가치를 2.9조원(삼정은 3조원)으로 산정했다. 사업 시작 첫해인 2016년 매출 839억원을 올린 뒤 2024년엔 4조원까지 늘어난다고 가정했다”고 보도했다.
또 “보고서에는 제일모직바이오를 ‘바이오사업부(신수종사업)’이라고 표현했다가 나중에 ‘에버랜드가 보유한 동식물을 이용해 바이오 소재와 헬스케어에 활용한다’는 구상을 사업내용으로 설명했다”고 덧붙였다.
<한겨레>는 “제일모직의 제일모직바이오 사업은 합병 전 제일모직이나 현 삼성물산의 사업보고서 등 공개된 자료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유령사업’”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로 합병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국민연금 역시 합병 찬성 결정을 내리는 데 이 보고서가 영향을 끼쳤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특히 “제일모직에 대한 부풀려진 평가결과가 병기되지 않았다면 자체 추정한 합병비율만으로는 국민연금이 찬성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논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