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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國稅) 칼럼] 기본소득과 납세연금
[국세(國稅) 칼럼] 기본소득과 납세연금
  •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19.06.14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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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2016년 6월 스위스에서는 파격적인 정책의 도입 여부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되었는데, 이른바 “기본소득제”의 도입 여부였다. 스위스 정부가 국민투표에 붙였던 기본소득제도는 모든 성인에게는 매달 2,500 스위스 프랑(한화로 약 300만원)을, 그리고 미성년자에게는 매달 625 스위스 프랑(한화로 약 75만원)을 지급하는 안이었다.

당시 스위스의 기본소득 지급안에 따르면, 직업이 없어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는 아무 조건 없이 매달 2,500 스위스 프랑을 지급하고, 직업이 있는 경우에도 소득이 2,500 스위스 프랑 이하이면 나머지 차액을 채워주겠다는 것이었다. 투표 결과 전체 투표자의 76.9%의 압도적인 반대로 기본소득제 도입안은 부결되었는데, 이는 기본소득제 도입으로 삶의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찬성론에 비해 기본소득제로 인해 사람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려 전체 경제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여론이 더 우세했기 때문으로 분석되었다. 비록 스위스에서는 국민투표 결과 기본소득제 도입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갈수록 인공지능 등의 기술발달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된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스위스 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른 나라들에서도 기본소득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편이라고 하는데, 프랑스 상원은 기본소득제에 대한 시범사업 실시를 승인했다고 하고 스코틀랜드에서도 빈곤방지를 위해 보편적 기본소득의 도입 논의가 있다고 한다. 그리고 핀란드는 모든 국민에게 월 100만원을 지급하는 대신 기존 복지혜택을 모두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하고, 특히 2017년 1월부터는 실업자 가운데 200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서 2년 간 매월 560유로(한화로 약 7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이는 기본소득이 실업자들의 구직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스위스가 도입하려고 했던 기본소득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나오고 있다. 기본소득제란 가구가 아닌 개인인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아무 조건 없이 현금을 지급하는 복지제도로 인식되고 있는데, 기본소득제를 도입하면 그동안 복지체계에서 상대적으로 배제됨과 동시에 소득도 정체됐던 차상위·중위 소득계층을 사회안전망에 포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지난 5월에는 유승희 의원이 한 대학에서 “포용성장과 기본소득”을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기본소득의 도입을 주장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특강에서 유 의원은 우리사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고 포용성장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대안으로 ‘기본소득’을 들면서, 기본소득은 “모든 사람에게, 개인 단위로, 무조건 전달되는, 정기적인, 현금 지급”이라고 정의된다고 했다고 한다. 이처럼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고소득자의 세금부담으로 저소득자의 소득을 보전해주는 방식으로 기본소득제를 도입하여 소득불평등을 해소하고 복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하면 충분히 논의해볼만 이슈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사회구성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그리고 특히 저출산과 양극화 등으로 인해 기본소득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세수입이 지속가능할지 등에 대한 문제들도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일반적인 조세 정의를 보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 등 공권력을 가진 단체가 재정조달의 목적으로 그의 과세권력에 의해 법률에 규정된 과세요건을 충족한 모든 사람에 대해 특별한 반대급부 없이 강제적으로 부과징수하는 금전급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헌법에서도 국민의 납세의무와 조세법률주의를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납세의무는 국방의 의무와 더불어 국민의 고전적 의무 중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는데, 앞으로의 사회에서는 조세정책을 통해 공평과세를 실현함은 물론 세수기반의 확대를 통해 복지예산을 확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기본소득제처럼 저소득층 및 중산층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이전지출 등 각종 지출정책의 재원확보를 위해 국가재정은 더욱 확대될 것이고, 이에 따라 지속적인 조세수입의 확보가 더욱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조세저항은 최소화하면서 자발적인 납세를 유도해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세수입의 확보를 위해서는 성실납세자에 대한 정부 차원의 배려와 지원책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론적으로 봤을 때 조세의 근거학설에는 크게 이익설과 능력설의 입장이 있는데, 이익설은 조세를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유·무형의 공공재의 편익에 대한 대가로 보는 입장이고, 능력설은 사회구성원이 국가의 유기체적 성원으로서 의무적으로 납세를 한다고 보는 입장이다.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는 조세를 국민의 의무로서 헌법에 규정함으로써 조세부담에 대해 이익설적인 입장보다는 능력설을 채택하고 있지만, 사회정책적인 관점에서 안정적이고 자발적인 조세수입의 확보를 위해서는 이익설적 입장도 고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조세원칙 중에 ‘공정성의 원칙’이 있는데, 이는 조세에 있어서 모든 사람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아무런 차별대우를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정성의 원칙에는 다시 과세의 공평성과 보편성이 있는데, 공평성이란 소득에 대해 공평한 조세의 비율을 의미하고, 보편성이란 모든 사람은 신분이나 계급에 관계없이 납세의무를 져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공평한 조세부담이란 모든 납세자들이 각자의 ‘정당한 몫’을 납부해야 한다는 것인데, 각자의 조세부담이 공평하지 못하다고 생각될 때에 조세저항이나 조세회피행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각자의 능력에 맞는 납세를 하는 것에 대해 일정한 혜택을 주는 것, 즉 성실한 납세자를 우대해서 자발적인 납세를 이끌어내는 것이 실질적인 과세 공평성을 확보하면서 지속적인 세수입을 보장하는 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기술개발 등으로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이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도 심화되어 정부 입장에서는 보편적 복지정책의 도입과 확대가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기본소득제의 도입에 대한 논의도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기본소득제의 도입이 불가피하더라도 이 제도를 도입하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안정적이고 충분한 세수입이 담보되어야만 할 것이다.

조세의 정의에서도 볼 수 있듯이 법에서 정하고 있는 과세요건을 충족하는 경우에 강제적으로 납세를 할 수밖에 없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평소에 아무리 성실하게 많은 세금을 납부했더라도 사업의 실패 등으로 인해 경제적 위기에 처하고 세금을 납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그동안의 납세실적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법에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체납처분을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상황이 이러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납세의무를 회피하려고 하고, 또한 될 수 있으면 세금을 적게 내려는 경향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사회안전망 확보 차원에서 저소득층을 위한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충분히 논의할 필요가 있겠지만, 성실하게 납세하고 있는 납세자에 대한 배려도 함께 고민했으면 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조세제도의 취지에는 맞지 않을 수 있겠지만 납세실적에 따른 “납세연금제도”를 도입해 불의의 상황에 처했을 때 납세실적에 따른 연금지급을 보장한다면 기꺼이 더 많은 세금을 내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확보된 세수입으로 기본소득제 등의 복지제도를 더욱 확충한다면 사회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성실한 납세자에 대해 납세연금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자발적인 납세를 유도하여 복지사회를 위한 재정확보는 물론 실질적인 공평과세도 실현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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