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7:10 (목)
[稅想칼럼] 당나라 군대, 갑질, 그리고 청문회
[稅想칼럼] 당나라 군대, 갑질, 그리고 청문회
  • 김진웅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19.07.05 0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웅 논설위원·세무사

뜻있는 범인(凡人)들이 천 번을 이야기해도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하여 세상은 늘 시끄럽고 구태의연하다. 하지만 조직의 정점에 있는 사람들이 마음먹으면 이야기는 사뭇 달라진다. 바로 시행되기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좋은 리더를 만나면 세상이 좋아진다.

어느 유명작가가 국회의원 생활을 했는데 두 직업의 차이를 이렇게 말했다. 작가 때는 책이 수십만권 팔려 나가도 더 좋은 세상으로 바뀌질 않더니만 정치를 해보니 입법활동을 통해 원하는 세상으로 일부이나마 변화시킬 수 있어서 보람찼다고.

전에 본지 칼럼을 읽고 당시 국세청장이 본지에 연락이 왔다. 좋은 아이디어에 동감하며 세정에 반영하겠다는 거였다. 변화와 발전은 톱 다운(Top Down) 방식이 가장 빠르다. 청장이 하시겠다는데 감히 누가 막겠는가? 그러나 조직의 리더가 이렇게 변화 감수성이 있는 경우는 드물다. 몇 십년씩 같은 조직 내에서 지내다 보면 조직논리가 철학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다.

과거에 머무는 가치관과 세계관은 비단 지구촌 어느 한 곳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국에서는 젊은이들의 발을 묶는 브렉시트를 노(老)세대가 통과시켰다. 미국에서는 농장 등 낙후지역과 노년층의 몰표가 트럼프를 선택했다. 영국과 미국이 이럴진대 하물며 다른 나라는 오죽할까?

우리는 관행과 제도를 별 생각 없이 따르며 산다. 거기에는 지키고 싶은 관행도 있고, 세상이 바뀌었으므로 없앨 관행도 있다. 그러나 타성과 이해 관계는 변화를 방해하곤 한다. 그래서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인식의 저변을 우리는 도처에서 재발견하게 된다.

 

[장면1. 당나라 군대] 나이가 지긋한 분들일수록 요즈음 군대가 너무 편안해서 걱정이다. “군대는 자고로 빠따(bat)도 때리고 기합도 주어야 전투력이 상승하는 거야. 전쟁이 터지면 포탄이 날아다니는데 한가하게 인권을 논하면 그건 당나라 군대지. 내가 군대 생활할 때 동기 하나가 초임 장교에게 맞아 죽었어. 그래도 조용히 넘어갔지.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았어. 그게 군대야. 지금도 그 부모는 아들이 왜 죽었는지 모를 거야” 그는 아무런 죄책감도 없었다.

60대 지인의 경험담이다. 그는 요즈음 군부대 폭력으로 시끄러운데 한심하단다(아! 마음이 마냥 무거웠다). 물었다. “패지 않아도 전력 막강인 미군은 어떻게 설명하나? 역지사지로 맞아 죽은 애가 집의 아들이었다면 같은 말을 할 수 있을까? 어느 집 젊은이든 다 귀해. 누군가의 사랑하는 아들이잖아. 지금이라도 그 가족에게 알려드렸으면 해”

 

[장면2. 유신 때가 그리워] 우연히 장성 출신 친구의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모두 퇴역 장교들이었다. “옛날이 그리워. 유신 정권 때는 군인 대접 제대로 해주었지. 대령으로 예편해도 청와대가 알아서 유정회 국회의원 자리나 국영기업체 사장 자리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거든. 지금은 군 대접이 정상이 아니야” 그들은 옛날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사람 욕심은 끝이 없나 보다. 필자는 (만만한) 내 친구에게 말했다. “다행히도 전쟁 없이 경제발전에 매진할 수 있었지. 군이 고마워. 그런데 현재 60대 이상은 거의 반절이 연금도 없고 경제적 안전장치도 없어. 이건 통계야. 자녀 가르치고 결혼시키고 나니 빈손인 거지. 그들이야말로 고속성장의 견인차였고 밤샘을 밥 먹듯 했지. 그러나 지금 그들의 반은 끼니조차 며느리 눈치 봐야 하는 신세야. 그래서 종각은 늘 만원이지. 반면에 군인들은 월급 주고, 연금 주고, 장군 되고, 명예 얻고, 퇴역 후에도 여기 저기 취직해 계속 사회생활하고 있잖아. 군인 연금이 국고지원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거 알아? 불평만 할 일은 아닌 것 같아”

 

[장면3. 우물 안 개구리]

20여 년 전 세무대리인으로 나섰는데 외국 납세자들의 한결같은 질문은 한국에 가산세 면제제도가 왜 없냐는 거였다. 추징하면 가산세는 당연한거지, 무슨 면제? 뚱딴지 같은 질문 같아서 거부반응부터 들었다. 그 당시 가산세 면제란 국내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여러 나라 외국 납세자들이 말하는 제도와 사례들을 이해하고 보니 필자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가산세가 기계적으로 부과되는 건 옳지 않았다. 기업회계와 세무회계가 다른 데다, 세법의 기준이 칼로 재단하듯 명쾌할 수 없는 일이고, 이전가격과 같이 합의가 필요한 영역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었다. 많은 국가가 나라의 주인이자 세금을 내주는 납세자가 납세과정에서 결코 ‘고의가 아닌 경우’까지 가산세를 부과하는 건 옳은 게 아니라는 입장을 취했다.

 

[장면4. 갑질 세법] 연합뉴스와 신문들이 ‘국세청의 갑질…미납 가산세율이 환급금 이자율의 6.8배’라는 제목 아래 과세당국은 놀부 심보라고까지 보도했다. 아울러 모 국회의원은 “세금을 받을 때와 돌려줄 때 이자 계산법이 다른 것은 납세자에 대한 과세당국의 갑질”이라며 “적극적으로 환급금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국세청이 돼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사실 이 문제는 예전에 인사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청장 후보에게 물었던 질문이기도 하다. 그 때 후보는 ‘가산세는 벌을 주는 것이고 환급 가산금은 이자’이므로 서로 달라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 답변은 과세관청의 전형적인 시각이었다.

그렇다면 환급 가산금의 성격을 살펴보자. ‘결코 빈손으로 가는 법이 없다’는 세무조사는 매번 추징 고지서를 안겨주는데 납세자들은 대부분 조용히 납부한다. 그러나 금액이 커지면 상당 부분 불복으로 이어진다. 거액 과세는 불복율이 매우 높다. 그러나 불복은 누가 공짜로 해주지 않는다. 거액의 소송비용이 들어간다. 대법원까지 3~5년을 다투다 보면 몇 십억씩 부담하기도 한다.

그런데 거액일수록 국세청 패소율이 높다. 부당과세라는 결정이 많이 나온다. 그러면 환급해준다. 그때 가산 이자가 쥐꼬리라는 게 문제의 발단이다. 국세청이 부당 과세한 과오, 장기간 납세자를 우발 채무자로 만든 책임, 거액의 로펌 소송비용을 발생시킨 점, 세금탈루 기사로 명예에 흠이 가게 한 책임은 다 어디로 가고 기껏 1/6의 환급 가산금만 내주는 것은 누가 보아도 페어플레이(fair play)가 아니라는 게 국민들의 입장이다.

납세자가 과소신고할 때는 여섯 배의 빠떼루(!)를 매기고 과세관청의 과오에는 1/6의 환급 가산금으로 끝내려는 건 전형적인 갑질 행정이라는 주장이 오랫동안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그 청장 후보마저 ‘납세자의 과오는 벌을 매겨야 한다’며 정작 과세관청의 과오에는 쥐꼬리 가산금으로 끝내자는 과세관청의 전형적인 저변 인식을 보여주어 납세자들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물론 고의로 탈세한 경우에는 재제를 해야 한다. 그런 경우 신고불성실 중가산세가 부과된다. 이 가산세는 계속 인상되고 있다. 게다가 고의라면 조세범처벌까지 하니 나쁜 행위에 대해 충분히 징벌하는 제도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고도 납부불성실 가산세를 무겁게 매겨 추가로 가벌하는 것이 옳으냐에 대해 논란이 많다.

세무조사에서 ‘억울하게’ 과세 당한 납세자의 경우 환급을 해주어도 과다 납부일부터가 아니라 경정청구일을 환급금 기산일로 개정하는 등 납세자를 봉으로 여기는 법령 개정에도 불만이 많다. 하여 잘못된 추징으로 조세불복에서 국세청이 패소하면 국민에게 책임을 묻듯이 정부의 책임도 물어 환급 가산금율을 납부 불성실 가산세율과 똑 같이 바꾸라고 납세자들은 목소리를 높인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래야 과세관청도 거액 추징에 대한 성급한 유혹에서 보다 신중해지고, 억울한 납세자는 환급 가산금으로 거액의 불복 비용도 충당할 수 있으니 말이다. 가산세와 환급금의 6배 차등은 현대판 사또와 백성 스토리다. 원님은 벌을 내리는 존재이고 백성은 늘 벌을 받는 인식 프레임이다.

 

[장면5. 행복 경영] SK그룹은 회장 덕택에 행복경영의 선두에 섰다고 연일 보도되고 있다. 임원승진의 기준마저 직장의 행복 기여도라니 놀랄 뉴스다. 주4일 근무를 선언하고 구성원이 행복해야 기업이 잘된다고 말하고 있다. 리더 한 사람이 거대기업 선단의 문화를 하루 아침에 바꾸려는 선구적 사례다.

영리를 추구하는 주주조차 이럴진데 정부도 벤치마킹할 일이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 국가를 위해 국민이 존재하지 않는다. 국민이 왜 존재하는가? 각자 행복하기 위해서다. 국민의 행복 추구를 최대한으로 확장하는 것이 정부의 소임이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톱 다운이 가장 빠르고 확실하다.

 

 


김진웅 논설위원·세무사
김진웅 논설위원·세무사 master@intn.co.kr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