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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한·일 무역분쟁 확대되면 양국 모두 손해…수혜국은 중국”
한경연 “한·일 무역분쟁 확대되면 양국 모두 손해…수혜국은 중국”
  • 이승구 기자
  • 승인 2019.07.10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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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해법’ 세미나…“中, 전기·전자산업 독점적 지위 가져가”
“맞대응 확전전략은 보여주기식 대응…대화의제 발굴해 한일정상회의로 해결해야”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한국과 일본의 무역분쟁이 확대되면 양국 모두 경제 손실이 커지고, 이를 통해 이득을 보는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한일 양국이 주도하던 전기·전자산업의 독점적 지위가 중국으로 바뀔 것이라며 한일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해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같은 주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일본 경제 제재의 영향 및 해법’ 긴급세미나에서 나왔다.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외에도 중소기업을 포함한 기업생태계 전반에 파급 효과가 미칠 것”이라며 “특히 미중 무역전쟁과 생산성 저하로 이미 성장이 둔화된 한국경제에 새로운 하방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권 원장은 “맞불 대응이나 불매운동 등 감정적 대응을 우선하는 분위기가 우려된다”며 “기업 신용강등이나 성장률 저하에 이르기 전에 한일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여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산업 부문의 발제를 맡은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일본 소재 수입 승인절차가 90일이 걸리더라도 허가만 된다면 최근 불황으로 인한 반도체 칩 및 소재 재고 소진과 생산량 감축 등을 통해 생산 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일본이 승인자체를 불허할 경우 산업 전반의 차질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산업 특성상 같은 스펙의 제품이라도 거래기업 변경시 미세한 차이만으로도 공정이 불가능하거나 불량이 발생할 수 있어 대체 물질이나 대체 공급자로 100% 전환은 불가능하다”고 말했고, 국내 중소기업을 통한 대체 주장에 대해선 “무역규제가 완화될 경우 품질이 우수한 일본 제품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커 중소기업이 선뜻 증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론자로 나선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은 ‘일본에 100% 의존하는 프리미엄 핵심소재는 특허 이슈로 인해 국산화가 어렵다’는 의견에 동의하면서 “국내기업이 이달 초부터 일본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추가 물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산차질을 넘어 한국 경제의 글로벌 경쟁력 저하를 우려했다.

또다른 발제자인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모의실험을 통해 한일 무역분쟁의 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는데, “한일 무역분쟁은 관세부과로 대립하는 일반적 무역전쟁과 달리 상대국 핵심 산업의 필수 중간재 수출을 통제해 공급망을 붕괴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세전쟁은 국내 기업이 대응할 여지가 존재해 0.15%~0.22%의 GDP 손실에 그칠 것으로 평가되지만, 생산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게임은 국내 전후방 산업효과 외에도 수출 경쟁국의 무역구조까지 변화시키므로 “경제적 파급효과가 훨씬 큰 분쟁 형태”라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이를 반영해 ‘일본 수출규제만 존재할 경우’와 ‘한국이 반도체 및 관련부품 수출규제로 맞대응할 경우’의 두 가지 시나리오로 결과를 도출했다.  

그는 “일본 수출규제로 반도체 소재가 30% 부족한 상황이 된다면 한국의 GDP는 2.2% 감소하는 반면 일본의 GDP는 0.04%로 줄어든다”며 “한국이 수출규제로 대응한다면 한국과 일본은 각각 GDP 3.1%, 1.8% 감소로 손실이 확대된다. 기업이 물량 확보에 실패해 부족분이 45%로 확대될 경우 한국의 GDP는 4.2%~5.4%로 손실이 더 크게 나타난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이 보복할 경우, 양국 모두 GDP가 평균 1.2%포인트씩 추가 감소하는 ‘죄수의 딜레마’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의 보복이 강화될수록 일본의 GDP 감소폭은 줄어들게 되는데 그 이유는 일본 내 독점적 지위가 상대적으로 약한 한국 수출기업을 일본 내수기업 또는 중국 기업 등이 대체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한·일 무역 분쟁으로 확대될 경우 최대 수혜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며 “미국의 GDP 증가는 0.03%로 미미한 수준이지만, 중국의 GDP는 0.5~0.7% 증가할 것이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주도하던 전기·전자산업은 한국의 생산이 20.6%, 일본의 생산이 15.5% 감소하는 반면 중국은 2.1% 증가하게 돼 독점적 지위가 중국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일 통상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정치적 관리체계가 깨진 데 있다”라고 지적하며 “정치·외교적 실패로 발생한 문제를 통상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해결 의지가 약한 것”으로 해석했다. 

정 교수는 “산업무역 구조상 한국이 일본을 제압할 수 있는 한 수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맞대응 확전전략은 국민들에게‘보여주기’식 대응에 지나지 않으므로 대화 의제를 발굴해 한일정상회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일본산 불매운동과 일본 관광 자제 논의는 국민 정서상 이해되지만 효과가 불확실한데다 또 다른 보호주의 조치로 인식되어 일본 정부에 재보복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면서 명분과 실리 모두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미나의 사회를 맡은 한경연 배상근 전무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뿐만 아니라 양국의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의 대화가 시급히 재개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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