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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세무사의 미래, 두고 보세요”…[인터뷰] 고경희 한국여성세무사회장
“여성이 세무사의 미래, 두고 보세요”…[인터뷰] 고경희 한국여성세무사회장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9.08.06 1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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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속・증여세 전문가, “첫 상담은 항상 의뢰인과 한바탕 울고 시작”
— 짝 잃은 여성의 감정 선 읽는 공감능력 타고난 여성세무사가 대세
— “여성세무사 비율 10% 넘었다…투명하고 도덕적, 실력으로 승부”
— 고령화 추세, 피상속 노년 여성 수임 급증…“여성세무사 미래 밝다”
고경희 한국여성세무사회장이 "여성은 세무사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 사진=이상현 기자
고경희 한국여성세무사회장이 "여성은 세무사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 사진=이상현 기자

 

“상속세 상담을 하러 오는 의뢰인 열에 여덟은 ‘남편을 여읜 여성’ 입니다. 충분히 슬퍼하셨겠지만 저와 만나 세금 문제를 상담할 때면 또 다시 슬픔이 북받쳐 한참을 울게 마련이죠. 연세가 많은 여성도 생각보다 많이 슬퍼합니다. 공감능력이 남다른, 그래요 저도 여자입니다. 그렇게 저는 고객과 일단 실컷 울고 상담을 시작합니다.”

예외 없이 무더웠던 지난 7월25일, 땀을 흘리며 찾아간 서울 대치동 동산빌딩 2층 우덕세무법인에서 만난 고경희 제 19대 한국여성세무사회장이 기자에게 자신의 일, 업(業)의 본질을 핵심적으로 짚어준 대목이다.

고 회장은 여성의 SWOT(강약점, 기회, 위협) 중 본능적으로 뛰어난 공감 능력이 치열한 세무대리 수임 경쟁에서 압도적인 강점이라고 밝혔다. 여성 전문가들의 이런 공감 능력은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남편보다 상대적으로 건강을 잘 챙겨 수명이 긴 여성들이 필연적으로 맞닥뜨리는 상속 문제를 상담할 때 엄청난 위력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상속・증여세는 각종 소득과 재산 세제, 법인과 개인 세무, 심지어 합병과 분할 등을 모두 꿰고 있어야 최적의 해법이 도출되는, 말 그대로 세무 컨설팅의 ‘종합예술’ 분야 입니다. 이 분야에서 전문가 소리를 들으려면 최소 20년 넘게 실무를 다뤄온 50~60대 이상의 장년층 베테랑이어야 하는데, 이 연령대 남성 세무사들이 대부분 베이비부머 세대죠. 남성 특유의 논리적 접근법에다 물려 받은 가부장적 사고로 여성의 난해한 감정선을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죠.”

요컨대, 남성 세무사들은 비록 상속・증여 분야의 전문가라 할 지라도 ‘평생을 기대고 의지하며 희노애락을 공유하며 살아온 남편을 여읜 60~70대 여성’의 심리 상태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명성과 권위만 듣고 찾아 간 상속・증여 분야 전문 세무사에게 ‘남편을 여읜 60~70대 여성’이 물어볼 수 있는 것은 극히 제한적이다. 일단 이런 고객의 질문법은 여성 특유의 관계지향적 사고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성 전문가에게는 사뭇 기상천외하게 느껴질 수 있다. 남자, 그것도 50~60대 세무사라면 십중팔구는 “아니 이 와중에 그런 생각을?”이라며 고객의 고민에 이질감을 드러낼 가능성도 높다.

성질 급한 남성 세무사라면 아마도 의뢰인에게 자신의 접근법을 가르치려 들 것이다. 아마도 ‘남편과 함께 죽어야 할 것을, 아직 죽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미망인이라는 단어를 거리낌 없이 남발하면서 해박한, 그러나 일반인이 단번에 이해할 리가 없는 상속의 법리를 강변하는 상담이 거듭될 것이고, 급기야 어느 순간 의뢰인은 말문을 닫아 버릴 것이다.

하지만 고경희 회장 말대로 여성 세무사는 다르다. 여성 세무사는 일단 상속세 세무대리 수임의 전초전인 상담 단계에서 ‘함께 울어줄’, 정확히 말하자면 의뢰인의 처지에서 함께 말문을 틀 지점까지 자동으로(automatically) 이동할 능력을 갖춘 셈이다.

대개 고인과 함께 해온 이력과 그에 따른 부부관계는 남성이 이해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남 부끄러운 얘기도 있고,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치부도 있을 수 있다. 자녀들에 대해 어머니가 느끼는 생각의 결도 쉽게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그렇다. 얽히고 설킨 가족 문제를 ‘상속’이라는 국가와의 거래 과정에 얹어(dubbing) 풀어내는 것 자체가 녹록치 않다. 따라서 당사자인 ‘남편을 여읜 여인’의 감정선을 잘 이해하고 그 지난한 과정에 적절히 안착시켜 뒤끝 없는 마무리까지 해 줄 수 있는 전문 상속세 컨설턴트는 단연 여성세무사다.

고령화는 현재 진행형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부인을 여읜 60대 이상의 남성’보다는 ‘남편을 여읜 60대 이상의 여성’들이 속출하고 있다. 전자는 상속 전문 세무사의 고객이 될 확률이 낮고, 후자는 100% 세무사의 고객이다. 여성세무사가 후자를 상담하고 수임까지 해야 과정도 순탄하고 뒷탈도 적다는 고경희 회장의 논리적 설명에 무리가 없는 이유다.

“사실 여성 세무사들이 영업은 좀 약해요. 술과 골프 접대, 공무원과 권력자 등과 혈연 지연을 과시하는 게 우리 사회 남성 중심 영업의 실상인 바에야 더욱 그렇죠. 하지만 제 경험상 상속세 분야는 이런 남성적 영업 풍토가 이제 한계를 드러내고 있어요. 무엇보다 여성은 실력이 있어도 절대 허세부리는(bluffing) 법도 없죠. 함께 다독이며 한참을 울면서 첫 상담을 시작한 상속세 세무대리 고객들이 가끔 떡을 싸갖고 사무실을 찾아요. 그렇게 클라이언트의 상속세 세무대리 수임 이후의 생활을 또 공유하죠. 떡을 함께 집어 먹으며 수다를 떠는 사이는 이미 전문가와 고객의 관계를 넘어 친구죠. 그 친구가 또 다른 친구를 제게 소개합니다. 허세 부릴 필요도, 광고나 마케팅 할 필요도 없어요. 그렇게 여성들만 아는 마음의 끈이 연거푸 이어집니다. 여성 세무사들의 미래가 밝은 이유이지요.”

고 회장 말대로 여성 고객들이 여성 전문가를 찾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논리 지향적인 남성과 달리 관계지향적인 여성들은 관계 단절을 의미하는 ‘뒤끝’을 용납하지 않는다. 처음에 함께 울고 시작한 전우가 중간에, 혹은 모든 과정이 마무리 된 후에 자그마한 배신감이라도 느낀다면 여성의 본성, 여성 세무사 업의 본질 차제를 그르치는 것이기에 용납이 안 되는 것이다.

“거금을 들여 명품을 사면서도 콩나물 값을 깎는 여성들의 심정을 남성들도 자주 ‘이해한다’고 하죠. 하지만 그런 이해는 그냥 외우는 것 같은 거죠. 그런 행위를 자신도 공감하고 현실적으로 용납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여성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해요. 무엇이 의뢰인에게 정확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야 하는 것인지, 무엇을 생략해도 되는지를 정확히 알죠. 때문에 여성 세무사들은 남다른 도덕성으로 의뢰인에게 모든 진행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합니다. 수임료 마찰이 거의 없는 이유죠. 모든 수임계약이 종료된 뒤에도 부담 없이 떡을 사들고 사무실에 찾아오는 고객이 있다는 것은 사실 ‘매출’ 개념으로는 이해할 수 없어요.”    

남편을 여의고 고경희 세무사와 상담한 여성 고객의 90%이상이 상속세 세무대리 수임으로 연결된다고 한다.

“예전에는 상속, 증여 플래닝 수요가 적었어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여성들도 그 필요성을 절감해서 관련 상담이 많아요. 연로하거나 병든 남편과 자녀들, 가업상속 등을 계획적으로 해야 절세와 원만한 매듭이 가능하다는 깨달음의 결과죠. 70대 중반 천억대 재산가인 여성 고객이 생각납니다.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못갖췄던 그 고객과 연을 맺어 250억원을 절세하도록 힘을 보탠 기억이 또렷해요. 최근 일이니까요.”

때 맞춰 여성세무사들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여성세무사회 회원이 1400명 시대를 맞았습니다. 한국세무사회 총회원 중 10%를 넘어선 거죠. 여성 세무사가 세무사의 미래인 셈이죠.”

고 회장에게 “왜 여성세무사회장이 되려고 했는가”라고 물었다.

“상속, 증여세 분야는 세무대리 용역 수임료만 수천만원을 호가합니다. 통상 신고납부팀이 4명인데, 합병・분할과 관련된 기업회계와 상법 등을 스크리닝 하는 공인회계사 1명이 팀에 참여합니다. 여러 각도에서 봐야 하는 업무 입니다. 주식이동 분야는 특히 어렵죠. 혼자서 커버 못합니다. 민법에도 밝아야 해요. 제가 일하는 팀에도 8년차 여성세무사가 한 분 함께 일해요. 수습을 밟아 만 5년차가 되니까 손발이 맞기 시작하더군요. 상속, 증여 분야는 부가가치세부터 소득세, 법인세 다 잘해야 할 수 있는 종합예술이니까 시간이 걸려요. 앞섰던 선배로서 이 분야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고 후배 전문가들을 양성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어요. 제 얘기 들어보니 여성이 세무사의 미래, 맞잖아요?”

고 회장은 한국여성세무사회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지역 거점으로 리더를 양성하고 지역 리더들이 언론기고 등 대외활동을 강화하도록 북돋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여성세무사들은 지금도 깨알 같은 재미가 쏠쏠한 지역 단위 친목활동은 기본이고 연구활동 세미나들을 많이 하고 있다. 고 회장이 이를 공식화 하고 저변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지역 리더들은 우선 여성세무사회 임원 26명, 조금 저변을 넓히면 56명이 여성세무사회의 깃발을 높이드는 기수로 부각될 전망이다.

고은경 제 13대 한국여성세무사회장이 지난 6월28일 한국세무사회 부회장에 당선됐다. 곽장미 제 24대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도 역대 최초 여성 회장으로 단체를 이끌고 있다.

어렴풋이라도 포위망이 느껴지는 남성 세무사들은 꽤 촉이 좋은 전문가다. 바야흐로 여성이 세무사의 미래인 시대정신이 점점 또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세무사들의 ‘필살기’를 이해하고 더불어 성장하는 길을 찾지 못하는 세무대리인들은 도태될 수 밖에 없다는 게 인터뷰 뒤 기자가 내린 결론이다.

 

[고경희 회장은 이런 사람]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에게 ‘주식이동’ 가르치는 은사

“상속세, 증여세 분야는 100% 세무조사로 이어지는 케이스가 대부분입니다. 이 분야 조사를 하는 국세청 공무원들의 상당수가 제 강의를 듣는 제자들입니다.”

고경희 한국여성세무사회장은 대구 출신으로 영남대학교 사학과,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 경영법무학과를 졸업한 뒤 1988년 국세공무원이 됐다. 국세청에서 24년 근무한 뒤 지난 2012년 2월 10여년 일찍 명예퇴직을 했다.

재직 중은 물론 퇴직 후에도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국세청 조사국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식평가를 강의하는 겸임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퇴직 후 한양대학교 도시대학원 부동산학과 겸임교수와 한국세무사회 연수원 교수를 각각 역임했다. 학자, 학구파 기질이 다분한 셈.

상속증여 분야 전문가로서 집필한 <상속증여세 실무편람(2019 개정판, 이텍스코리아)>과 <아는 만큼 돈버는 상속ㆍ증여세 핵심절세 노하우(2019년 개정판, 이텍스코리아)> 등은 이 분야 실무를 하는 국세공무원과 세무대리인들이 꾸준히 탐독하는 전문서적들이다.

고 회장은 주말 중 하루는 집무실에 나와서 책을 보거나 무엇이든 계획을 짠다. 사무실 인근 선정릉 숲길을 산책하거나 가족들과 텃밭을 일구는 게 운동의 전부이지만, 건강관리를 아주 잘 한다는 주변의 평가다.

고경희 한국여성세무사회장이 지난 6월28일 열린 제 34회 총회에서 제 19대 회장에 당선됐다. 고 회장 왼쪽이 박정현 부회장, 오른쪽이 김미경 부회장. / 사진=이상현 기자
고경희 한국여성세무사회장이 지난 6월28일 열린 제 34회 총회에서 제 19대 회장에 당선됐다. 고 회장 왼쪽이 박정현 부회장, 오른쪽이 김미경 부회장. / 사진=이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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