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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 장벽?”…변호사들, 세무대리 허용 입법에 ‘웃을까’ ‘말까’
“허용? 장벽?”…변호사들, 세무대리 허용 입법에 ‘웃을까’ ‘말까’
  • 이유리·이승겸·이승구·이상현 기자
  • 승인 2019.08.29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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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무사 자격 변호사, 실무교육 이수 뒤 세무대리등록 후 세무대리 가능
- ‘변호사 세무대리 허용’ 세무사법 개정안 입법예고에 세 자격사들 술렁
- 세무사, “변호사는 세법 지식 부족…명의대여로 불법 세무대리 가능성”
- 회계사, “로스쿨 출신자 고용, 기장‧성실신고확인 등 덤핑 수임 가능성”
- 변호사, “세무조정‧세무자문 원래 가능…실무수습조항 진입장벽 가능성”
- 정부입법, 국회 심의때 수정 예상…민감한 기준 등 하위법령 위임 ‘변수’

정부가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가 회계‧세무 관련 실무교육을 이수하면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이해가 엇갈리는 세무사‧회계사‧변호사들이 각각 다른 이유로 술렁이고 있다.

세무사‧회계사들은 예상대로 “변호사의 세무대리 허용은 우리 업무영역을 직접 침해한다”며 발끈했고, 당연히 반길 것 같았던 변호사업계도 “개정 법안이 오히려 세무대리 진출에 진입장벽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며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6일 “앞으로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는 실무교육을 이수한 후 변호사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해 세무대리를 할 수 있다”며 이런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변호사들은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환영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됐지만, 뜻밖의 반응을 보였다.

백승재 대한변호사협회 세무변호사회장은 27일 본지 취재에 “이번 법안이 의외로 변호사들의 세무대리 업역을 제한하는 진입장벽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시행령이 나오지 않아서 뭐라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지금 법안은 자칫 원래 가능했던 세무조정과 세무자문도 일정한 실무수습을 요하는 것처럼 보여서 걱정”이라며 “실무수습 기관과 내용 평가방법에 따라 진입장벽으로 기능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세무사들은 “세법과 전문적 회계지식이 부족한 변호사들에게 기장 등 세무대리 업무를 맡길 수 없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곽장미 한국세무사고시회장은 27일 “기재부와 법무부가 교육수료 외에 ▲회계 관련 시험통과를 추가로 합의하면서 변리사법 시행령의 ▲집체교육 250시간 ▲현장실습 6개월 등을 참고할 수 있지만 형식에 그칠 수 있다”고 본지에 밝혔다.

곽회장은 “세무조정, 기장, 성실신고확인 등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세무사 일을 하려면 시험주체, 교육, 징계에 관한 업무를 모두 세무사회가 관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세무대리에 대한 업무는 세무사회의 주업무이므로 변호사 세무대리 요건이 내년 시행령에 제대로 반영토록 세무사회의 적극적 활동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고경희 한국여성세무사회장은 26일 본지 통화에서 “복잡하고 방대한 세법을 공부하지 않고도 세무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에게 세법지식과 실무경험이 뒷받침 돼야 납세자를 도울 수 있는 세무조정 등 세무대리 업무까지 허용하는 것은 비합리적이고 불공평한 법제”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구광회 대구지방세무사회장은 “자신들 세금 기장도 못하면서 다른 사람 세금 업무를 본다니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유영조 중부지방세무사회장은 “변호사의 세무대리업무 금지(현행 세무사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이 난만큼, 변호사에게 세무조정 업무만 허용하고 ‘교육이수제’를 통해 변호사들이 세무대리업계에 무분별하게 진입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며 ‘기장이나 성실신고 업무는 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회장은 이와 함께 “사무장들이 변호사 명의를 빌려 세무대리를 하는 불법영업 가능성이 짙다”면서 “변호사법에서도 명의대여를 통한 불법 세무사 영업에 대한 징계를 명시해 불법영업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광회 대구세무사회장도 이 문제를 지적하며 “소비자들은 단가 면에서 좋을지 몰라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원경희 한국세무사회장은 단체의 공식 입장을 신중하게 결정, 발표하고자 심사숙고 중이다. 27일 오후 4시까지 본지가 거듭 공식 입장을 요청했지만 한국세무사회 홍보팀 관계자는 "현재까지 결정된 공식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기자의 전화에 원경희 회장은 "회의가 끝나고 연락하겠다"는 자동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회계사들도 세무사와 마찬가지로 기존 세무대리 시장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세무전문 공인회계사는 본지 통화에서 “법무법인이 다수의 로스쿨 출신자를 고용해 법률자문과 함께 염가로 기장대리, 성실신고 확인을 수행, 기존 세무대리 시장질서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공인회계사회(회장 최중경)는 다만 “헌법재판소 결정 취지에 맞는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내달 10일까지인 입법예고기간에 회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겠다”며 공식입장은 유보했다.

정부 입법으로 추진되는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은 세 자격사들의 이해관계가 엇갈려 국회 심의 과정에서 크고 작은 변화가 예상된다. 아울러 국회가 세무대리를 위한 교육요건 등을 ‘세무사법’에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고 같은 법 시행령 등에 위임할 경우 이해관계는 미묘하고 복잡해져 자격사간 갈등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은 작년 4월26일 헌법재판소가 ‘세무사 자격을 자동 취득한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금지하는 것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면서 세무사법 제6조 제1항 등 규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취지를 반영하기 위해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마련한 것이다.

앞서 사법시험에 합격하거나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법률 제7032호 세무사법중개정법률에 따른 2003년 12월 31일 이후 취득자)에게 세무사 자격은 부여했지만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만이 등록 후 세무대리 영업을 할 수 있었다.

개정안에 따르면, 2004~2017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해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는 회계‧세무 실무교육을 수료한 뒤 변호사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해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등 모든 세무대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실무교육은 회계능력 검증을 위한 평가를 포함한 이론교육과 현장연수로 구성됐다. 세부 내용‧절차는 같은 법 시행령·시행규칙에 위임된다.

세무대리 업무는 ▲조세신고·불복청구 등 대리 ▲조세상담·자문 ▲의견진술 대리 ▲공시지가 이의신청 대리 ▲조세 신고서류 확인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장부작성 대리 ▲성실신고 확인 등이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는 세무사‧세무법인에 대한 등록취소 등 조치‧징계 때 통보‧공고에 대한 법적 근거도 명시됐다. 기재부장관이 세무사나 세무법인, 등록부에 등록을 하고 세무대리를 하는 공인회계사 또는 변호사 등에게 징계 등을 내릴 경우, 세부 사유를 밝혀 한국세무사회‧한국공인회계사회‧대한변협 등 소속협회 장 등에게 통보하고 관보에도 공고토록 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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