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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한국GM의 일자리‧상생‧세금…‘공익’을 생각한다
[데스크 칼럼] 한국GM의 일자리‧상생‧세금…‘공익’을 생각한다
  • 이상현 기자
  • 승인 2019.09.20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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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GM이 납부하는 세금 미미하지만 일자리와 공급사슬, 선순환 생각해야
- ‘전투적 조합주의’와 ‘민족주의’가 버무린 노동조합운동은 참 노동운동인가?

한국GM 노조가 임금인상 요구 관철을 위해 “우리 차(車) 사지 말라”며 신차 불매운동 벌이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GM 공장 지역 관할 세무서장을 지낸 한 국세청 간부로부터 들은 얘기가 떠올랐다.

이 간부는 부임을 앞두고 적잖이 설렜다고 한다. 한국 시장을 절대 과점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에는 못 미치지만, 시장점유율 10%대를 넘나드는 지구촌 최고 가성비 차 브랜드의 제조공장이 들어선 지역 관할 세무서장이 된다는 게 사뭇 뿌듯했다는 것.

그런데 그 간부의 생각은 부임 첫날부터 여지없이 무너졌다고 한다. 첫 승용차 출근길에 한국GM 공장 옆을 지나는데, 공장 외벽이 온통 투쟁구호 그득한 플래카드로 촘촘히 둘러쌓여 있었다고 한다.

출근 첫날 세무서장으로서 관할지역내 가장 큰 기업 납세자로 여겼던 터라 당장 세무서 법인납세과장으로부터 한국GM 세수를 물었더니 더 기가 막혔다고 한다. 세무서 관내 한국GM 공장에서 나오는 연간 세수가 예상 외로 너무 미미했던 것. 속칭 김이 확 샜다는 게 이 국세청 간부의 결론이었다.

한국GM 노동조합이 미국에서 들여오는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등을 사지 말자는 캠페인 계획을 밝혔다고 한다. 재계는 기다렸다는 듯 기본급 인상과 성과급 지급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자해 행위’ 수준의 대응책을 낸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산업은행 등 주요 주주들이 5조원 가까운 돈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지 약 1년 만이다. 재계는 "GM이 한국에서 철수할 또 다른 빌미를 주는 게 아니냐"며 대국민 선전전에 나섰다.

기자는 재계 입장에서 한국GM 노조를 비판할 의도는 없다. 또 노동조합운동은 노동운동의 일부일 뿐이기 때문에 비판을 하더라도 숭고한 노동운동을 부정하지 않는다.

일부 정치인들의 부박하고 협량한 행동으로 요즘은 동네북이 된 586세대의 전성기(1980년대)에는 노조원의 이익을 위한 경제투쟁이 사뭇 ‘정의’에 가까웠다. 하지만 40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정의’의 차원이 아닌 ‘경제논리’가 됐다.

그런데 지난 40년 동안 한국에서는 여전히 ‘전투적 조합주의’ 전통의 노동조합운동이 주류를 장악했다. 눈에 띄는 것은 한국에 자리를 잡아 보려고 했던 월마트나 까르푸 같은 대형 유통점들이 한국의 거의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조력 속에서 쫓겨났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축출에 노동조합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점은 조금 눈썰미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사실이다.

GM도 ‘쫓겨날’ 가능성이 높다. ‘쫓겨날’이라는 표현은 기자가 재계의 눈으로 보지 않는다는 증거다. GM이 이윤이 없는데 한국의 일자리 정책을 위해 한국GM을 유지하고 투자를 쏟아부을 리 없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한국GM노조의 이해관계, 구체적으로 한국GM노조가 누구를 위해 행동할까를 가늠하는 것은 2019년 현재 11%에 불과한 한국의 노조 조직률과도 밀접하다. 거칠게 말하자면, 노동운동의 대상이 100명이면 노동조합운동의 대상은 11명이요, 노조지도부는 이 11명 중 몇 명을 위해 일할까가 관건이다.

GM이 한국을 떠나면 10%의 시장점유율은 대부분 현대차·기아차가 나눠 가질 것이다. 현대차·기아차에서는 시장점유율 확대에 따라 추가 일손이 필요할 것이고, 한국GM 소속 노동자들 중 상위 숙련노동자들이 두 회사에 재취업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차 노조들 역시 가성비 좋은 지구촌 유력 브랜드를 한국에서 몰아낸 저력의 한국GM 노조지도부들을 영입할 수 있다.

역시 거칠게 말해, 한국GM노조가 소속 노동자 100명중 조합원인 11명의 이익만 대변하더라도 GM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면 2~3명밖에 구제할 수 없는 셈이다.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모두 합친 100명의 이해관계는 두말할 필요 없이 일자리를 지키는데 있다. 한국GM노동조합은 한국GM에서 독립된 법인이지만, 일자리에 목숨을 거는 데는 조합원 비조합원이 따로 없다.

소비자도 주요 이해관계자다. 기자는 한국GM의 쉐보레 고객으로, 이 브랜드 제품들의 가성비가 대체로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한국GM이 대한민국 국세청에 내는 세금이 미미하다는 점을 미리 알았더라도 구매를 망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장 세금을 많이 내는 기업이 좋은 기업인가의 문제 역시 여전히 논란거리다. 몇 달 전 관세청 예하 한 세관장이 들려준 말에서 큰 깨달음을 얻었다.

김영문 관세청장이 지난 2017년 부임 직후 “앞으로 관세청 예하 본부세관별 세수집계 성과를 보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것이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각국간 무관세 교역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관세청 소관 관세 세수가 각 세관의 핵심성과지표(KPI)가 될 수 없다는 적절한 판단으로 풀이됐다.

김 청장은 외려 수출주도형 산업구조인 한국의 기업들이 FTA를 잘 활용해 수출성과를 많이 낸다면 고용·투자가 늘어 내수 선순환을 주도하고 궁극적으로 타 부처(국세청) 소관인 법인세‧소득세수 증가에도 기여할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공동체를 진정으로 위하는 행동은 간단히 정의되지도, 쉽지도 않다. 노동운동의 대상인 100명의 노동자 중에서 노동조합운동의 대상인 11명, 그중에서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는 2~3명을 위한 노력도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제주체들이 김영문 관세청장처럼 행동했으면 좋겠다. 나의 업(業)은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한 것이어야 하는가를 생각하자는 얘기다.

내 업의 본질을 자꾸만 나와 가까운 이해관계자 쪽으로만 이해하려고 하면, 사회는 필연적으로 공익(公益) 몫은 줄어들고 사익(私益) 몫이 커진다. 사익이 공익의 옷을 입고 버젓이 행세하는 사회는 적폐 사회다. 그 옷 색깔이 파란색이든 빨간색이든, 바야흐로 공익이 옷 색깔로 구분되지는 않는 시대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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