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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稅想) 칼럼] 세무대리인 시장의 빅뱅(Big Bang)
[세상(稅想) 칼럼] 세무대리인 시장의 빅뱅(Big Bang)
  • 김진웅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19.10.04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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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웅 논설위원·세무사

세무대리인 규모가 대거 확장되고 있다. 빅뱅(Big Bang)이다. 세무대리인인 개업 세무사는 현재 1만3000명 수준이다. 취직한 세무사까지 하면 더 많다. 그러나 세무대리 시장도 이제 세무사만이 독점하는 시대는 끝났다. 회계감사로 먹고 살던 공인회계사들조차 세무대리시장에 뛰어 들은 지 오래다. 급기야는 변호사들마저 합법적으로 세무대리를 하겠다고 팔을 걷어 붙였다.

예상된 바이기는 하지만 변호사의 세무대리 업무를 허용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이 지난달 26일 입법예고된 이후 업계의 우려는 마냥 커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5만명 가까이 참여했고 장외집회까지 나갔다.

그러나 청원과 집회도 정작은 답답한 수험생들과 세무사 고시회 등이 주도하였고 한국세무사회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냐는 비판이 돌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미적지근한 세무사회’에 대해 불만이 많다. 세무사고시회가 곽장미 회장을 필두로 서울역 광장에서 가냘픈 팔을 높이 치켜들 때 차려놓은 밥상에 수저라도 함께 들지 못하고 한국세무사회 본회는 어디서 무얼 했느냐는 성토다.

업계 초미의 관심사인 세무사법 개정안은 2004~2017년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변호사가 일정한 교육만 이수하면 세무대리 업무일체를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에게 세무대리 업무를 할 수 없게 한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추상적이고 원론적인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이 발단이었다.

매우 고상한 담론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니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참여할 기회는 주라는 것인데 살펴보자. 세무사나 회계사 시험을 통과하려면 평균 2~5년의 준비기간이 소요되는 것이 현실이다. 회계학(원가회계, 재무제표론, 중급회계, IFRS 등)을 모두 섭렵해야 하고 그 바탕을 깔고 나서 다시 세법으로 세무조정을 가하는 과정까지의 연속된 지식 습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세무사나 회계사가 되었어도 다시 선배들에게 수습기간을 통해 도제 훈련을 받아야 비로소 자격사로서 활동이 가능한 것이 현실이자 팩트(fact)다. 세법이 워낙 정교하고 자주 바뀌다 보니 의사들이 내과, 외과 나누어 진료하듯이 세무사도 법인세 전문의, 양도세 전문의 등으로 특정 분야를 좁고 깊게 파서 분과적인 자문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이번 개정안에 대한 세무대리인들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로스쿨 출신 변호사 중 조세법 시험을 응시한 합격자는 2.2%에 불과하고, 사법고시 시절에는 전체 응시자의 1%도 안 되는 인원만 조세법 시험을 선택하는 실정이다. 거의가 조세법에 무지할뿐더러 세무의 근간인 회계학의 선행 학습도 없었다는 점에서 변호사 자격증이 있다는 이유로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무식이 용감’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변호사에게 회계업무인 기장대행과 성실신고확인까지 허용하는 것은 당초 헌재 결정에서 변호사의 전문성 등을 고려해 세무대리 업무의 허용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한정적 취지에 반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하다 보니 전통적인 세무사들만의 직역이었던 세무대리 업역은 회계사들의 참여에 이어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였다. 세무사들만해도 해마다 새로 합격하는 700명의 세무사 증가를 수용해야 한다. 거기에다 공인회계사들도 한 해에 1000명씩 합격 시킨다. 그 뿐이랴. 변호사도 한 해 1500명씩 합격자가 나오고 있다. 도합 3200명의 잠재 세무 대리인들이 매년 신규 배출되고 있는 것이다.

그간 변호사들의 경우 직역 확대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법무사들의 아파트 등기 업무든, 부동산 거래에 대한 중개사 업무든, 공매 현장이든, 특허에 관한 변리사 영역이든 모두 변호사들의 먹거리 시장으로 치고 들어갔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에서 소송 등 직역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세무대리 시장은 한 해에 3000명 이상의 잠재 진입 인력이 증가하고 있으니 3년마다 1만명의 밥 그릇을 더 놓아야 할 처지다. 쓰나미가 닥쳐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업역 싸움은 치열하고 미래는 각박하다. 그에 비하면 세무사회는 인식이 매우 ‘미적지근’하다는 것이 적잖은 대리인들의 불만이다.

미래 시장에 대한 예상은 다각도로 이야기 되고 있다. 세무대리인들이 모이면 여러가지 이야기들이 오간다. 그런데 앞으로는 대리인들만의 전쟁이 아니라 과세관청과 대리인들의 전쟁도 피치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변호사들의 세무대리시장 진입으로 인하여 국세청의 세정 지형도 험난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일단 제도적으로 시장진입에 성공한 변호사들은 그 다음은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 그들의 성향상 조세소송 그리고 세무조사 대응 등을 내세워 시장진입을 노릴 터인데 시장개척과 고객 유인을 위해 매우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라는 거다. 이럴 경우 국세청의 카운터 파트는 그간의 유순한 세무사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일감을 확보하려는 공격적인 변호사들의 등장을 긴장하고 대비해야 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변호사들은 해마다 불친절하거나 갑질하는 최악의 판사나 검사 리스트를 만들어 공개하여 판·검사들을 곤혹스럽게 만들어 왔다. 물론 베스트 판사나 검사도 뽑았다. 이는 언론에 공개되는데 선정 이유도 소개되었다. 국세청도 특정 조사팀장이나 조사반장이 해마다 갑질 왕으로 언론에 회자될 수 있다는 이유다.

물론 이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보다 건강한 긴장관계로 간다는 의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악의 조사팀 리스트와 사유가 해마다 공개될 경우를 생각해보면 간단치만은 않다. 세무사회나 공인회계사회처럼 유순하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세무조사 시 권한남용이 자주 문제되면서 납세자의 녹음권 도입을 입법예고하자 한사코 저지하여 세무사회 등의 지원으로 간신히 넘어간 국세청이 향후 세무대리인으로 나서는 변호사들의 다양한 파상공세를 잘 수습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엄혹한 독재정권 하에서도 민주화와 인권 개선에 적지 않은 인권 변호사들의 기여와 헌신이 있었다. 납세자 인권의 보호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도전들이 돌발할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오는 이유이다.

전통적인 세무대리인들은 영속적인 회계기장과 세무조정을 주수입원으로 하다 보니 관할 관서와의 원만한 관계유지에 방점을 두었지만 세무조사 대응이나 소송에 방점을 두는 변호사들은 세무조사현장에서부터 적법절차(due process)를 따지고 들 것이라는 것이다.

예치나 과세자료 확보부터 원론적으로 제한될 수 있으며 자칫 적법절차를 넘어설 경우 갑질 조사팀 리스트에 오를 가능성은 물론 민·형사적 소송 위험도 예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세무조사에서 납세자가 이해 못하는 조세부과가 발생할 경우 대개 기장 세무대리인은 ‘fired’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신 세무조사를 강력하게 방어하거나 소송을 담당한 조세 변호사들은 바로 그 업체를 고객으로 인수할 것이라는 이야기들도 나온다.

이미 부과관청도 변호사들로 넘치고 세무사는 설 땅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각종 위원회는 변호사들로 북적대는데 세무사는 낄 자리가 없다는 거다. 일선 납세보호관실조차 경력이 일천한 로스쿨 졸업자들이 보호실장 자리에 앉아있고 차고 넘치는 경험이 많은 외부 세무사를 앉히는 경우는 보지를 못했다는 것이다.

이래 저래 세무사들은 볼멘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과세관청은 변호사와 여성을 좋아한다는 말도 돈다. 개방직 심사과장이나 납세보호관 그리고 각종 위원회에 늘 변호사들을 모시는데 세무대리인들은 마지막 들러리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여성 세무사이거나 갓 퇴임한 전직 간부 정도가 세무사로서 한 둘 낄 수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세무사회야 말로 앞으로 많은 고민과 역할을 해내야 한다. 외부의 목소리를 적극 흡수하고 뛰어야 할 판에 내부 인사마저 불협화음과 비평이 외부까지 돌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분명한 건 세무사회는 비전을 가지고 달려야 한다. 변호사들의 시장진입을 허용하는 상황이라면 ‘조세소송의 공동수행’ 제도와 변호사와 세무사간에 동업을 허용하는 소위 “MDP(Multi-Disciplinary Practice) 제도의 도입에 힘써야 한다.

현재 변호사법 제34조는 변호사는 변호사 아닌 자와의 동업을 금지하고 있다. 변호사가 아닌 자에는 유사직종으로 변리사, 세무사, 관세사, 법무사, 공인노무사, 공인회계사 등을 포함한다. 알다시피 영국, 호주, 독일, 캐나다 등에서는 변호사와 변호사 아닌 자격사와의 동업을 허용하고 있다.

다양한 인접 전문가들이 한 사무실에서 세무대리를 하는 동업 사무실 제도운영을 적극 추진할 경우 시너지가 생기고 상호보완적인 측면이 크므로 이를 제도화할 것을 검토하라는 것이다. 그리되면 세무법인에서 회계사도 일하고 변호사도 일할 수 있게 된다. 반대로 회계법인에서 세무사도 일하고 변호사도 협업하게 된다.

장점은 많다. 첫째 서비스 공급자 측면에서 수익구조가 다양화된다. 기장, 감사, 불복 및 소송업무 등이 배합되면서 수익 구조가 복합적으로 바뀐다. 둘째, 소비자들로서는 보다 전문화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기장에서부터 회계감사, 그리고 불복까지 한 업체를 통해 질 높은 one stop service를 받을 수 있다. 지금처럼 기장 따로, 감사 따로 받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다.

셋째 규모의 확대 가능성이다. 경험이 많은 세무사들과 회계 및 전산에 빠른 회계사들 그리고 인근 법률과 조세소송 접목이 가능한 변호사들이 협업함으로써 업체의 대형화 및 충실화를 기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세무사회는 우선 공인회계사회와의 연합을 통하여 목소리를 키울 필요가 있다. 필요하면 법무사회나 변리사, 중개사협회 등과 광범위한 연합전선을 펼쳐야 한다. 그런 다음 변호사회와 협업을 논의하여 공동사무실 운영 및 조세소송의 공동수행을 현실화하여 업역의 충실화와 협업상생의 길로 가야 한다.

 


김진웅 논설위원·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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