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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세법상 배우자의 범위에 대하여
[국세칼럼] 세법상 배우자의 범위에 대하여
  •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19.10.25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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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도별 혼인건수는 2016년 28만1635건, 2017년 26만4455건, 2018년 25만7622건 등 해마다 감소 추세에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일자리와 경제적인 부담 등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 출산 등 세 가지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청년세대를 뜻하는 ‘삼포세대’라는 말에 이어, 취업과 내 집 마련까지 포기한 ‘오포세대’, 거기에다 인간관계와 미래에 대한 희망까지 포기한 ‘칠포세대’ 등의 신조어가 등장하고 있는데, 어찌되었든 실제 결혼건수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것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최근 청년실업의 증가와 걷잡을 수 없이 오르고 있는 집값 등 과도한 생활비의 증가 등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20대~30대가 늘어나고 있는데, 많은 청년들이 이제 결혼은 개인의 선택사항일 뿐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전통적인 기존의 결혼형태를 고수하지 않고 ‘계약결혼’이나 ‘동거’를 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경우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도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해 실제로 혼인생활은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혼인신고는 하지 않는 이른 바 ‘사실혼’ 상태에 있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사회를 오랫동안 지배했던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아직 사실혼에 대한 인식이 그리 관대하지 못하지만, 결혼을 포함한 기존의 제도들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사실혼에 대한 인식의 변화뿐만 아니라 정책적 지원책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세법만 하더라도 아직까지 대부분 법률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만을 배우자로 인정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런 부분도 사회풍조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현재 우리나라 세법에는 배우자와 관련된 규정들이 꽤 있는데, 예를 들면 소득세법상의 인적공제와 부당행위계산과 관련된 국세기본법상의 특수관계인의 범위, 상속세 계산 시의 배우자공제, 증여세 계산 시의 증여재산공제 등을 들 수 있다.

현행 세법에서 배우자를 지칭할 때는 대부분 법률혼 상태에 있는 경우를 의미하지만 극히 일부의 경우 사실혼 상태에 있는 배우자를 포함하기도 한다.

그런데 문제는 세법상 배우자의 범위와 관련해서 배우자에 대한 세법상 혜택을 주는 경우에는 거의 예외 없이 법률혼 상태에 있는 배우자로 한정하면서 납세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경우에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를 포함하는 등 일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를 보면, 소득세법 제50조 제1항에서 종합소득세를 계산할 때의 기본공제를 규정하면서 배우자도 공제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하여 소득세법 집행기준을 보면 거주자와 법률혼 관계에 있지 않은 배우자는 공제대상 배우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혼한 경우에는 실질적으로 생계를 같이하더라도 공제대상 배우자의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소득세법 제89조에서 비과세 양도소득을 규정하면서 배우자를 포함한 1세대가 세법상 요건을 충족하는 1주택을 양도하는 경우에는 양도세를 비과세하고 있는데, 관련 집행기준에서는 부부가 각각 단독세대를 구성하거나 가정불화로 별거하고 있는 경우에도 법률상의 배우자는 같은 세대로 보고 주택 수를 합산하는 계산하는 것으로 하고 있다. 또한, 상속세를 계산할 때 배우자에 대한 상속공제를 규정하고 있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19조와 관련해서도 집행기준에서 민법상 혼인으로 인정되는 혼인관계, 즉 법률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증여세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증여재산공제 시의 배우자도 마찬가지로 민법상 혼인으로 인정되는 혼인관계에 있는 배우자만 공제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렇게 양도소득세와 관련해서는 법률상 이혼했지만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 동일한 세대로 보아 1세대 1주택에 대한 비과세 여부를 따지고 있는데, 상속세나 증여세를 계산할 때는 예외 없이 법률상의 배우자만 인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국고주의에 치우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소득세법 제41조에서 배당소득, 사업소득 또는 기타소득이 있는 거주자의 행위 또는 계산이 그 거주자와 특수관계인과의 거래로 인하여 그 소득에 대한 조세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킨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적용하는 부당행위계산을 규정하면서 특수관계인에 해당하는 배우자의 범위를 사실상의 혼인관계에 있는 자도 포함하고 있는 국세기본법 시행령 제1조의2에서 규정에 따르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현행 세법상 배우자와 관련된 대부분의 규정이 법률혼 관계에 있는 배우자를 의미하는데 비해, 부당행위계산과 관련해서는 사실혼 관계에 있는 자도 배우자의 범위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은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논리적 일관성이 없다고 할 수 있다. 혼인의 성립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우리나라 현행 민법 제812조에 따르면 “혼인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에 정한 바에 의하여 신고함으로써 그 효력이 생긴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혼인에 대해 민법에서 법률혼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데, 법률혼주의는 명확한 측면은 있겠지만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할 수 있는 문제점도 있는데, 판례에 따르면 사실혼관계를 부당하게 파기한 자에 대해 상대방에 대한 손해배상 의무를 져야 하는 것으로 판시하여 사실혼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법적효력을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위야 어찌되었든 법률상으로 이혼은 하지 않았지만 결혼기간의 대부분을 별거하고 있는 경우에도 세법상 배우자공제 등을 적용받을 수 있는데 반해, 오랜 기간동안 실질적으로 혼인생활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률적으로 혼인하지 않았다고 해서 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배우자에 대한 각종 공제 등의 혜택을 배제하는 것도 분명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요즈음처럼 경제적인 부담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인하여 결혼을 기피하는 것이 흔한 일이 되어버린 시대에 과거의 전통적이고 형식적인 잣대로만 세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일 수 있다.


결혼에 대한 인식변화와 함께 국세기본법 제14조에서 세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실질을 따르도록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유독 세법에서 배우자의 범위에 대해 지나치게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는 것은 재고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소득세법상 양도세를 계산할 때 법률상 이혼했지만 사실상 생계를 같이 하는 등 이혼한 것으로 보기가 어려운 경우에는 비록 법률상으로 이혼했더라도 동일한 세대로 봐서 1세대 1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규정을 적용하면서, 상속세나 증여세 계산 시 동일한 상황에서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최근에 저출산 고령화시대에 맞는 여러 정책들을 도입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동거커플과 싱글맘도 법적 안정성을 가질 수 있도록 결혼 여부와 무관하게 자녀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출산과 양육을 지원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고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갈수록 힘들어질 우리사회도 이제는 변화하는 시대상과 가치관에 맞춰 세법상의 배우자공제뿐만 아니라 가족과 관련된 각종 제도들의 전향적인 개선을 통해 납세자들이 실질적으로 혜택을 볼 수 있는 정책의 수립과 시행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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