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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격자 세무대리도 거짓 세무신고 때 조세범으로 처벌
무자격자 세무대리도 거짓 세무신고 때 조세범으로 처벌
  • 강지현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 승인 2019.12.13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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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무사 자격이 없는 ‘사무장’이 세무사 명의로 고객을 대리하여
거짓의 세무신고를 한 경우 조세법 처벌법 위반죄로 처벌된다.

 

강지현 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1. 사안의 개요와 쟁점

피고인은 2013.7.경 세무사인 A로부터 그 명의를 대여받아, ○○상사 대표 B를 대리하여 2013년 제1기 부가가치세 신고를 하면서 거짓으로 기재한 매입처별세금계산서합계표를 관할세무서에 제출한 것을 비롯해, 그때부터 2015.6.경까지 총 5회에 걸쳐 ○○상사에 대한 부가가치세 및 B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거짓으로 신고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납세의무자인 B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면서 조세의 부과 또는 징수를 면하게 하기 위해 거짓으로 신고했다.

원심은 세무대리를 할 자격이 없는 사람은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한 적용법조인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1항(이하 ‘이 사건 처벌조항’이라고 한다)의 행위주체인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전제한 다음, 피고인은 세무사 자격 등 조세에 관한 신고의 대리행위 또는 업무를 수행할 자격이 없으므로 이 사건 처벌조항의 행위주체가 아니라는 이유에서 이 부분 공소사실에 대해 죄가 되지 않는다고 보아, 무죄로 판단했다.

본 사안의 쟁점은 세무사 등과 같이 적법하게 세무신고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 자만이 이 사건 처벌조항의 적용대상인지 여부이다.

 

2. 대법원 판결 요지

가. 이 사건 처벌조항은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가 조세의 부과 또는 징수를 면하게 하기 위해 타인의 조세에 관하여 거짓으로 신고를 했을 때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 사건 처벌조항은 행위주체를 단순히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로 정하고 있을 뿐, 세무사법 등의 법령에 따라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자격과 요건을 갖춘 자 등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다. 또한 이 사건 처벌조항은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거짓으로 세무신고를 하는 경우 그 자체로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 등을 고려해 조세포탈행위와 별도로 그 수단이자 전단계인 거짓신고행위를 처벌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위와 같은 이 사건 처벌조항의 문언 내용과 입법취지 등을 종합해 보면, 이 사건 처벌조항 중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에는 세무사 자격이 없더라도 납세의무자의 위임을 받아 대여받은 세무사 명의로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도 포함된다고 봄이 상당하다.

나. 앞서 본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비록 피고인이 관련 법령에 따라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자격과 요건을 갖추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세무사 명의를 빌려 납세의무자의 세무신고를 대리하면서 조세를 포탈하기 위해 거짓으로 신고한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거짓신고행위에 대해서는 이 사건 처벌조항을 적용해야 한다.

 

3. 대법원 판결의 의미

이 사건 처벌조항은 ‘성실신고 방해 행위’의 하나로 ‘타인의 조세에 관해 거짓으로 신고’하는 행위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2010.1.1. 개정 이전의 구 조세범 처벌법 제12조의2 제7호에서 단순히 ‘타인의 조세에 관해 정부에 허위의 신고를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던 것을 2010.1.1. 개정 시 이 사건 처벌조항으로 이관하면서, 구성요건에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와 ‘조세의 부과 또는 징수를 면하게 하기 위하여’를 추가했고, 법정형 중 벌금을 200만원 이하에서 2000만원 이하로 상향조정했다.

이 사건 처벌조항에서 말하는 ‘납세의무자를 대리하여 세무신고를 하는 자’로는 우선 세무사법에 따라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세무사, 변호사, 공인회계사를 들 수 있다. 그 외에 다른 법령에 따라 적법하게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경우, 예를 들어 납세관리인(국세기본법 제82조)이나 비거주자의 부가가치세 대리납부자(부가가치세법 제52조), 상속재산관리인(민법 제1053조) 등이 이에 해당하는 점에도 의문이 없다. 다만, 적법하게 세무대리를 할 수 없는 자도 여기에 포함되는지 문제된다.

한편, 세무사 사무실의 사무장과 같이 적법하게 세무대리를 할 수 없는 자가 거짓 세무신고에 관여하는 방법은 크게 4가지, ①스스로 대리인이 되어 세무신고를 하는 방법 ②세무사의 명의를 빌려 세무신고를 하는 방법 ③납세의무자 본인의 이름으로 세무신고를 (대행)하는 방법 ④납세의무자 본인이 직접 세무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거짓 신고를 교사 또는 방조하는 방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 ①은 실무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이고, ④는 조세범 처벌법 제9조 제2항에 의하여, 또는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1항 소정의 조세포탈죄의 공범으로 처벌될 것이므로 이 사건 처벌조항의 적용대상은 아니다. 결국 적법하게 세무대리를 할 수 없는 자가 ②와 ③의 행위를 했을 때, 이 사건 처벌조항을 적용할 수 있는지가 문제이다.

이 사건에 대해 살펴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에서도 법률문언의 통상적인 의미를 벗어나지 않는 한 그 법률의 입법취지와 목적, 입법연혁 등을 고려한 목적론적 해석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므로(대법원 2006.5.12. 선고 2005도6525 판결 등 참고), 대상판결의 결론을 수긍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조세범 처벌법 제10조 제4항이 그 주체로 ‘세무를 대리하는 세무사·공인회계사 및 변호사’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반면, 이 사건 처벌조항은 그 자격 등에 관해 특별한 제한을 두고 있지 않고, 이 사건 처벌조항은 ‘세무사법’이 아니라 ‘조세범 처벌법’에 별도로 규정되어 있으며, 조세포탈의 전단계로 그 위험을 야기했다는 점은 동일하므로 세무대리 자격 유무에 따라 처벌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죄형법정주의는 국가형벌권의 자의적인 행사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 정할 것을 요구하므로, 그러한 취지에 비추어 보면 형벌법규의 해석은 엄격해야 하고,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벗어나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해석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의 내용인 확장해석금지에 따라 허용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대법원 2017.12.21. 선고 2015도8335 전원합의체 판결 참고).

이 사건 처벌조항은 행위의 주체를 별도로 규정하면서 단순히 세무신고를 ‘한 자’가 아니라 ‘하는 자로’하여 적법한 자격이 요구됨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이렇게 보는 것이 2010년 전부 개정 시 구성요건을 추가한 취지와도 부합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처벌조항은 전문가로서 엄격하게 직업윤리를 준수해야 할 세무사 등이 성실의무를 위반해 거짓으로 신고하는 것은 그 자체로 비난 가능성이 크므로 이를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하고, 같은 견지에서 적법한 자격이 없는 자가 세무대리를 한 경우는 세무사법 제22조 제1항 제1호에서 별도로 더욱 중하게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을 종합해 볼 때, 대상판결의 결론과는 달리 세무사 사무소 사무장과 같은 세무대리를 할 수 있는 적법한 자격이 없는 자에게는 이 사건 처벌조항을 적용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만, 이와 달리 대상판결은 세무신고 및 그 대리행위의 공공성에 보다 중점을 둔 것으로 이해되는바, 대상판결의 취지를 고려할 때 향후 관련 행위를 함에 있어서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대법원 2018.6.15. 선고 2017두7306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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