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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부동산정책, 그 참을 수 없는 조급증
[칼럼] 부동산정책, 그 참을 수 없는 조급증
  •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20.01.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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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지난해 12월 16일 정부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18번째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이라는 제목으로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2017년 5월 새 정부 출범 후 약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정부가 부동산대책을 발표할 때마다 서울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오히려 폭등하는 기현상이 계속되곤 했다. 이에 또다시 정부는 지난 달 금융위원회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국세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초강력 부동산대책을 18번째로 발표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일부 과열지역을 중심으로 집중되고 있는 갭투자 및 다주택자의 투기수요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대출규제의 도입과 종합부동산세와 공시가격 등을 개선해 주택 보유부담의 형평성 제고, 그리고 실제 거주하지 않는 주택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체계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했다. 또한 분양가 상한제 지역을 확대하고 시장 조사체계와 청약규제를 강화해 거래질서를 투명하게 관리하고, 임대등록에 대한 세제혜택 기준과 임대사업자 관리제도를 보완하고, 서울 도심 내 공급과 수도권 30만호 계획을 조속히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주택은 우리 사회에서 거주수단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살다보니 주택난이 상시화되었고, 그로인해 주택은 투기수단으로도 많이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다른 경제문제와 마찬가지로 부동산은 심리적인 영향도 많이 받아서 가격이 한번 오르거나 내리면 쏠림현상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한쪽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향도 있다.

부동산, 특히 주택과 관련된 여러 가지 복잡한 변수들을 면밀하게 지켜보고 분석하면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아도 그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은데,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대증요법적인 부동산대책들을 쏟아내기 시작했고 시장은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움직이면서 서울 등 일부지역은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수준으로 부동산가격이 폭등했고, 반면에 지방의 경우에는 거주인구 감소와 부동자금의 대도시로의 이탈 등으로 인해 미분양 사태와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심지어 소위 “똘똘한 한 채”라는 말로 대변되듯이 너도나도 자금만 되면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매입에 매달리다 보니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가격은 평당 1억원이 넘는 경우도 속출했다.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문재인 정부는 새 정부출범 첫해인 2017년 8월 2일자로 발표한 대책에서 주택에 대한 단기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주택임대사업자등록을 권장했다. 이를 위해 등록된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의 배제,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등 여러가지 세제혜택을 부여했고 이로 인해 짧은 시간에 많은 다주택 보유자들이 주택임대사업자등록을 했고 2019년 말 현재 서울시내 전체 주택 수 370만채 중 10%가 넘는 약 48만채가 임대주택으로 등록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주택임대업자로 등록하게 되면 정해진 의무임대기간까지는 원칙적으로 주택을 처분하지 못하게 되면서 정부의 의도와는 다르게 오히려 주택매물이 줄어들게 되고 이로 인해 주택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거기에다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재건축요건도 까다로워지면서 재건축사업이 무산되거나 지연되면서 특정 지역의 신규 아파트 매물 품귀현상이 심해져 주택가격 오름현상에 기름을 붓는 겪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2017년 8·2대책 발표 약 1년 후인 2018년 9월 13일자로 종합부동산세 배제 및 양도소득세 중과배제 등 주택임대사업자에게 부여하던 혜택을 없애거나 대폭 축소하는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정부의 잦은 대책발표에도 불구하고 한번 오르기 시작한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주택가격은 오히려 그 오름세가 가팔라져서 1년 사이에 수억원씩 오르는 곳도 많았고, 결국 이번에 또다시 고강도의 주택시장 안정화대책을 발표하기에 이른 것이다.

앞으로 지켜봐야겠지만 그동안 계속된 정부의 대책발표에도 불구하고 부동산가격이 안정되지 않고 있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부도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해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겠지만, 나름대로 몇 가지 제언을 해본다.

첫째, 인구구조의 변화와 경제상황의 변동가능성 등을 고려한 종합적이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정책구상을 했으면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2018년 말 기준으로 가임여성 1인당 0.98로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하는데, 이런 추세로 간다고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나라의 인구는 감소하게 될 것이고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경제상황 또한 나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조만간 주택수요 또한 감소할 수밖에 없을 텐데 이런 점들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 없이 현 상황에만 집중하는 대증적인 대책을 남발하다가는 더 큰 문제점들을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서울 강남권의 주택가격 폭등과 이런 여파로 주변지역의 주택가격 동반상승은 결국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서 공급하는 주택 공급물량의 부족도 한 요인이라 할 것이다. 이번 12·16 대책을 발표하면서 정부도 밝혔듯이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보급률 등을 감안하면 실수요에 대응하는 공급은 충분하지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한 주택수요와 주택가격의 폭등으로 인한 불안심리로 주택가격이 안정되지 못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따라서 정부도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권 등 특정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노후 아파트 재건축에 대해 지나친 규제를 할 것이 아니라 공급이 확대될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를 풀어줘서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 봤으면 한다. 또한, 의무임대기간 때문에 장기간 매매가 곤란하게 된 임대업으로 등록된 장기임대주택에 대한 처분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여 공급물량이 확대될 수 있는 방안도 고려했으면 한다.

셋째, 세제측면에서 봤을 때 고가주택에 해당하는 1세대 1주택에 대한 양도소득세 비과세 혜택을 합리적인 방향으로 수정하는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현재 1세대 1주택에 대해서는 보유기간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원칙적으로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하고, 양도가액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의 경우에는 9억원이 넘는 부분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를 과세하되 10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양도차익의 80%를 장기보유특별공제로 공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양도가액 9억원이 넘는 1세대 1주택을 처분해여 십 수억원의 양도차익이 발생해도 양도소득세는 불과 수천만원에 불과한 실정이었다. 이런 사정으로 인해 자금만 되면 너도나도 “똘똘한 한 채”인 서울 강남권의 아파트 취득에 매달리고 이런 자금집중으로 인해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게 되면서 주변지역까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다행이 이번 대책에 1세대 1주택에 대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보유기간과 거주기간으로 나누어 계산하는 방안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이런 문제를 해소하면서 1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1세대의 주거이전의 자유도 보장하기 위해 고가주택에 해당하는 1세대1주택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금액을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경우처럼 최고 5억원, 또는 10억원으로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도 모색했으면 한다.

무릇 정부의 정책이란 국민들이 신뢰하고 따를 수 있도록 진중하고 무게감이 있어야 할 것이다. 원인분석도 제대로 안된 상황에서 급하게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하다보면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고, 그 부작용을 시정하기 위해 또다시 급하게 다른 대책을 내놓다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으로 인해 국민들만 골탕을 먹게 된다.

조금 답답하더라도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기를 기대해본다.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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