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무죄’ 선고…2심 선고기일, 31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서 열려
검찰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을 뒷조사했다는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현동 전 국세청장의 항소심 2심 재판에서 1심 때와 마찬가지로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지난 10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 심리로 진행된 이현동 전 청장의 공판기일에서 “이 전 청장에게 1심의 구형량과 같은 징역 8년에 벌금 2억4000만원을 구형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국정원 내부 문건을 통해 김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사업의 목적이 비자금 문제를 폭로하고 이슈화해 공론화하겠다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업 자체가 위법한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이어 “이 전 청장도 당시 차장일 때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고 이 사업을 시작했으며 이를 국세청장에게도 보고하지 않는 등 위법성·불법성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청장의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해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이 다른 의도가 있어 피고인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고 있다는 변호인 측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알지도 못하는 피고인을 끌어들여 돈을 줬다고 하면서까지 허위진술을 할 아무런 동기나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 전 청장의 변호인은 김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사업이 국세청의 정당한 업무라고 주장했다. 이 전 청장 측은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서도 “김 전 국장이 자신의 형사책임을 면하거나 가볍게 하기 위해 국정원 자금을 김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업무 수행에 사용했다고 허위진술을 한 것”이라며 “신빙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 전 청장은 최후진술에서 직접 “이번 사건으로 견디기 힘든 인고의 세월이었지만, 제 자신을 깊이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면서 “앞으로 사회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삶을 살도록 하겠다”면서 선처를 부탁했다.
이 전 청장의 항소심 선고기일은 오는 31일 오후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다.
앞서 이 전 청장은 국세청 차장이던 2010년 5월~2012년 3월 국정원과 공모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추적’ 명목의 비밀공작인 일명 ‘데이비드슨 사업’에 관여, 정보원에게 총 14회에 걸쳐 대북공작비 5억3500만원 및 5만 달러(약 5400만원)를 지급해 국고를 낭비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그는 2011년 9월 원세훈 전 원장으로부터 지시받은 김승연 전 대북공작국장에게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김 전 대통령 비자금 추적 진행상황을 보고한 후 현금 1억2000만원을 활동자금 명목으로 받아 챙긴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지난 2018년 8월 “비자금 추적 활동이 국정원 직무 범위에서 완전히 배제된다고 볼 수 없다는 점과 국정원장은 법적으로 타 기관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고 국세청장은 이 지시를 거부할 수 없다”며 이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뇌물 혐의에 대해서도 이 전 청장을 방문한 횟수나 경위에 대한 김 전 국장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원 전 원장의 진술이 다른 모든 사람들과 내용이 배치된다는 점을 들어 무죄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