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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판결 ‘무죄’→세금 판정 기초변경 땐 당연히 경정청구 허용돼야”
“형사판결 ‘무죄’→세금 판정 기초변경 땐 당연히 경정청구 허용돼야”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1.20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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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철형 변호사, “후발적 경정청구 법 취지 되새겨야…최근 대법원 판결 아쉬워”

외국에 일시 거주하면서 인터넷 쇼핑몰을 구축, 주문한 한국 거주 소비자들에게 현지 물건을 사서 보내준 납세자가 관세청이 추징한 관세를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 납세자는 대법원 재판에서 ‘관세법’ 위반 혐의가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재판부가 해당 판결을 관세법 등에 따른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되는 판결로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정청구를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철형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최근 본지에 보내온 조세판례 평석에서 “최근 판례 경향을 종합하면, ‘판결’ 종류보다는 거래행위가 실제 있었는지 여부, 그 법률효과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따져야 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A씨는 아내와 영국 런던에 유학생으로 체류 중이던 지난 2009년 아내 명의로 인터넷 온라인 쇼핑몰을 개설, 영국산 의류와 신발, 가방 등을 주문한 한국 소비자들에게 영국 현지 구입한 물품을 배송해주는 방식으로 판매했다.

A씨는 2년 남짓한 기간동안 총 1만2140회 배송한 물품에 대한 관세 납세의무자를 주문자인 개별 국내 소비자로 규정, 법(관세법 제94조 제4항)이 정한 ‘소액물품 감면대상’에 해당한다고 수입신고를 했다.

관세청은 지난 2012년 11월19일 “A씨가 부정한 방법으로 관세법을 위반했다”면서 A씨에게 관세 등 합계금 약 3억6000만원을 부과‧고지했다.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는 이에 앞서 같은 해 4월12일 원고 A씨가 관세 부과 대상인 물품을 수입해 국내 거주자에게 판매했으면서도 세관에는 국내 거주자가 자가사용 물품으로 수입하는 것처럼 신고, 해당 물품에 부과될 관세를 부정한 방법으로 감면받았다며 ‘관세법 위반죄’로 기소했다.

형사재판 1심 법원은 지난 2015년 2월11일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 A씨에게 벌금 2428만2000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법원은 그러나 2017년 1월19일 "물품을 수입한 실제 소유자는 피고인이 아닌 국내 소비자들이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A씨에게 무죄 판결을 선고했다. 검사가 상고하자 대법원은 같은 해 5월31일 검사 상고를 기각, 무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A씨는 같은 해 7월18일 이 형사판결을 근거로 관세청에 당초 부과처분에 대해 경정청구를 했다. 과세표준과 세액 계산의 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판결에 따라 달라져 확정됐으니 더 낸 세금을 돌려달라는 게 경정청구 이유였다.

관세청은 그러나 이튿날 곧바로 “그 주장은 관세법 제38조의3 제2항 또는 제3항에 의한 경정청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A씨에게 경정청구 거부를 통보했다.

관세청의 경정청구 거부는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부터 예고됐었다. 대법원은 A씨의 ‘관세법 위반죄’를 따지면서는 무죄로 판단했지만, A씨의 형사재판 무죄가 앞서 관세를 더 납부한 것을 취소나 무효로 돌릴 수 있는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에 해당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으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형사사건 재판절차에서 납세의무의 존부나 범위에 관한 판단을 기초로 판결이 확정됐다 하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관세법 제38조의3 제3항 및 관세법 시행령 제34조 제2항 제1호에서 말하는 ‘최초의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그에 관한 소송에 대한 판결에 의하여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형사소송은 국가 형벌권이 있는지, 적정 처벌범위는 어느 정도인지를 확정하는 게 목적이지,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해 발생한 분쟁의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소송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형사사건 확정판결만으로는 사법상 거래 또는 행위가 무효로 되거나 취소되지도 않기 때문에 ‘최초 신고 또는 경정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의 존부나 그 법률효과 등이 다른 내용의 것으로 확정’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문에서 밝혔다.

대법원은 과세절차와 형사소송절차가 다르기 때문에, 형사판결이 납세자의 세 부담 확정 절차를 반드시 기속하지도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대법원은 “과세절차는 실질과세의 원칙 등에 따라 적정하고 공정한 과세를 위해 과세표준 및 세액을 확정하는 것인 반면, 형사소송절차는 기소된 공소사실을 심판대상으로 국가 형벌권의 존부 및 범위를 확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설사 조세포탈죄의 성립 여부 및 범칙소득금액을 확정하기 위한 형사소송절차라고 하더라도 과세절차와는 그 목적이 다르고 그 확정을 위한 절차도 별도로 규정돼 서로 상이하다"면서 "형사소송절차에서는 대립 당사자 사이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의 취소 또는 무효 여부에 관하여 항변, 재항변 등 공격·방어방법의 제출을 통해 확정하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유철형 변호사는 그러나 “대법원은 ‘납세의무 성립 후 일정한 후발적 사유의 발생으로 과세표준 및 세액 산정기초에 변동이 생긴 경우 납세자가 그 사실을 증명,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후발적 청구제도를 둔 취지”라며 “관련 법령의 문언보다 넓게 청구 사유를 해석,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사에 대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최근 판결 추세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유 변호사는 “후발적 경정청구 관련 규정의 문언과 법리, 입법취지, 사유 확대 경향 등을 종합할 때 민사판결이냐 형사판결이냐 조세소송 판결이냐 등 판결 명칭으로 판단할 게 아니라, 종전과 다른 것으로 다른 것으로 확정됐는지 여부로 판단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조세 관련 형사소송은 조세채무를 진 납세자와 정부 사이에 과세표준 및 세액의 계산근거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에 관해 발생한 분쟁을 해결하는 절차”라며 “사법상 거래의 무효 또는 취소는 판결로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법상 행위로 요건을 충족하면 당연히 발생하며 판결은 이를 확인하는 절차”라며 대법원의 법리를 비판했다.

아울러 “과세의 위법 여부를 다투는 조세소송 판결도 후발적 경정청구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는 대법원(대법원 2008. 7. 24. 선고 2006두10023 판결)이 과세절차를 형사소송절차와 비교하는 것이 형사판결의 후발적 경정청구사유 인정 여부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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