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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타임 놓치면 백약이 무효”…하비 교수가 지구촌 관료님들께
“골든타임 놓치면 백약이 무효”…하비 교수가 지구촌 관료님들께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4.20 1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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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 징후 포착 전문 미 경제학자의 준엄한 권고 “서둘러라…적시성이 관건”
— 고용 80% 차지하는 중소상공인 응급처치가 관건…재난기본소득 100%로!

“골든타임을 놓치면 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죄다 죽고 감염병 문제가 해결돼도 고용이 회복되지 않는 것이다.”

듀크대 캠벨 하비(Campbell Harvey) 교수가 최근 암울한 경제전망이 쏟아져나오는 상황에서 새삼 조명을 받고 있다.

경기침체의 징후를 발견해낸 경제학자로 유명하다. 그는 2차 대전 이후 총 3번의 큰 경기침체에 앞서 '역수익률곡선(inverted yield curve)'을 보였다고 입증해 냈다.

‘역수익률 곡선’ 이론은 최근 JP모건이 장기채권을 단기와 거의 차이 없는 금리로 서둘러 매각, 현금화하고 거금을 대손충당금으로 적립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수익률곡선은 가장 일반적 형태로서 만기가 길어질수록 수익률곡선이 '우상향'하지만 기울기는 체감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장래에 이자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우에는 이와는 정반대의 현상, 곧 '역수익률곡선'이 발생하게 된다.

투자자 예상이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 둔화쪽으로 기울면 수익률 곡선이 평평해지고 급거 ‘역전’된다. 만기가 긴 채권의 수익률은 떨어지고 만기가 짧은 채권 수익률은 올라간다. 미 국채의 수익률 곡선의 역전 현상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대부분의 미 경기침체에 앞서 나타났다.

하비 교수는 최근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경기침체(recesssion) 위기는 짧고(short), 고통스러우며(painful), 전례 없는 양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회복과정도 빠르고 일시 대량 실업상태에 빠진 서비스업 노동자들이 일시에 대거 다시 일터로 돌아갈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그는 다만 “과감한 정책(wild card)이 필요한데, 전제조건은 정부 정책당국자들이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엄청난 재난기본소득을 보장하고 의회는 그 예산을 신속히 확보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토를 달았다.

하비 교수는 인터뷰에서 2008년 리먼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와 현재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누차 강조했다.

그는 “금융위기가 공식적으로 끝난 것은 2009년 9월인데, 실업 여파는 한참 뒤까지 계속됐다”며 “기업과 소비자는 그 뒤에도 오랫동안 투자나 소비에 주의를 기울여 저금리 기조가 한참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중앙은행은 당시 경기침체가 끝난 것을 알아채지도 못했다”면서 “감염병은 다르다. 바이러스가 박멸된 것으로 확신하면 원인도 소멸된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금은 은행시스템이 붕괴됐던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구조적 문제가 없다는 시각이다.

그는 “리먼사태 때는 리먼브라더스가 잘못된 경영으로 망해서 돌아갈 직장이 없는 사람들의 실업이 확정된 것인 반면 지금은 서비스 기업들이 우량한 상태이고 술집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3000만여 미국 서비스노동자들이 업주들의 잘못된 경영 때문에 바이러스 감염병 피해를 불러 해고나 무급휴직에 처해진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일자리를 영구적으로 잃은 게 아니다.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감염병 확산에 따른 일시적 문제로 비롯된 것”이라고 거듭 차이를 강조했다.

하비 교수에 따르면, 리먼 사태 당시 은행들이 투자 레버리지를 40배까지 허용하고 미국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이를 인정했던 것이 구조적 위기를 불렀다. 반면 코로나19 위기를 맞은 지금은 그런 도덕적 해이도, 부실한 금융기관도 없이 경제가 건강했다.

하비 교수는 “위기는 2측면(two track)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제, “리먼 사태 당시에는 금융위기에 금융방책을 썼다면 이번에는 생물학적 상황에 금융방책을 써야 한다”며 “금융방책은 금융을 치유할 수 있을지언정, 생물학적 상황을 치유할 순 없지만 위기 수습에는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속도의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어떤 시나리오든 ‘불충분’하거나 ‘늦은’ 것, ‘관료적인 대응’이 나타나면 불경기 정도가 아니라 경기침체를 장기화 하는 방아쇠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일침’이다. 그는 “빠르고 민첩하며 관료적이지 않게 대처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비 교수의 해법은 지금의 경기침체가 경제붕괴의 위기로 발전하지 않기 위한 ‘응급처치’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가령 감염병에 대해선 조기에 백신을 공급하고, 감염병 확산이 구조화(systemize)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4가지 잠재적 백신이 있다면 4개 모두 쓰되, 듣지 않는 백신 하나가 있다면 곧바로 폐기하는 식으로 빠른 의사결정을 해 나가야 위기 수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비 교수는 “기다릴 시간이 없다. 경제가 멈추면 다른 어려움을 부르기 때문이다. (리번 사태 때처럼) 은행구조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형이 아니므로, ‘백신 개발과 제조에 18개월 걸린다’며 남의 말 하듯 하지 마라”고 촉구했다.

그는 “변곡점에 아주 근접해 있다. 2~3분기에 가파른 경기침체가 있을 것”이라고 전제, “4분기와 내년 1분기에 엄청난 경제성장률로 반전될 것”이라며 “물론 2차 침체가 나타나겠지만, 심하지 않을 것이고 항구적 추세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내년 1분기 백신이 완전히 보급되면 바이러스가 주도하던 경제 국면이 완전히 종식된다는, 시원시원한 ‘낙관론’이다. 그는 백신 보급 뒤에는 기업들이 대규모로 고용을 늘릴 것이라고 했다.

하비 교수는 금융・조세 당국의 ‘관료주의’ 태도를 유독 경계했다. 지난 3월27일 미국 의회가 입법한 2조 달러 규모의 재난지원금, 3억5000만 달러의 소상공인 지원금을 집행한 뒤 원활한 집행 여부를 엄격하게 감독,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국면에서 살아남도록 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하비 교수는 인터뷰 내내“적시성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지원금이 최대한 빨리 집행돼야 하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다 망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그는 “공급사슬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고용은 전체의 50%(한국은 80%)를 차지하므로 대출길이 막히면 큰 일 난다”면서 “이 참에 소상공인들의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상품으로 바꿔주는 교량대출(bridge loan)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은행이 알아서 할 것이라고 믿어서는 안된다”며 관료주의를 경계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소상공인 자금지원과 대출에 장애가 있다면 회복과정에 치명적인 장애물이 될 것”이라며 “은행이 개별 대출건에 대해 일일히 심사하도록 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 최대한 빨리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하비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가 우주선 로켓처럼 다시 이륙할 것”이라고 한 말에 “로켓까지는 몰라도 가능하다”고 힘을 실어줬다. 다만, 이번 정책의 핵심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정상적 경제주체로 살아남도록 집중적이고 신속하게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는 점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비 교수는 “가계의 소득과 재산, 빚 등 3가지 지표를 봐야 한다. 위기가 끝날때까지 국민들이 빚을 내어 생계를 유지하게 내버려둬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3년 사스, 1918년 스페인 독감의 경험을 볼때 이번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대량확산은 이제 구조적 위험으로 옮아갈 지 모르는 정규 점검사항이 됐다”면서 “백신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투자는 경제의 중요 부분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과정에서 여야 모두 국민 모두에게 지원금을 지급하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20대 마지막 국회(일명 털기 국회)가 이를 실천할 시간이라며 100% 재난지원금 지급을 강조했다.

반면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겸 경제부총리와 정세균 국무총리는 2차 추가경정예산 규모를 늘리는 데 부담을 느끼면서 하위 70% 지급을 고수하고 있다. 당정은 휴일에도 갑론을박을 벌였다고 한다. 기획재정부 예산 부서와 세제실 관계자들은 죽을 맛이라는 소문이 돈 지도 꽤 됐다.

그러나 듀크대학교 하비 교수의 ‘경제 응급조치’은 정치권의 최근 주장이 단순히 포퓰리즘에 근거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반증하고 있다.

사람도 심장이 멎었을 때 5분 이내에 심폐소생술(CPR)을 하지 않으면 죽는다. 다리가 하나 잘려도 수십년을 살 수 있지만, 심장이 멎으면 그걸로 끝이다. 하비 교수는 지금 지구촌 도처에서 확산되는 경기침체는 ‘심폐소생술’로 살려야 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심폐소생술 과정에서는 환자의 갈비뼈가 부러질 수도 있고, 인공호흡을 할 때 남녀가 입 속 가검물을 교환해야 하는 난처함을 감수해야 한다.

국세청이 정유사의 유류세 납부 기한을 연장해주고 정부가 정유사에 고용유지금을 주는 것이 더 급한 일이라고 할 수는 없다. 대기업은 어떻게든 살아남을 가능성이 높다. 개별 기업 차원이든 산업계를 아우르는 차원이든 항상 구조를 조정할 필요도 있다.

하지정맥류 수술이나 고관절 수술은 미룰 수도 있지만, 심장이 멎지 않도록 하는 데는 딱 5분 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 안에 심폐소생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모든 게 끝이다.

기재부와 행정부는 재난기본소득이 경제의 심장을 멈추지 않게 하는 응급처치에 해당한다는 하비 교수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

사람은, 그리고 경제는 ‘정비소에 온 김에 이것도 고치고, 저것도 갈아 끼우고 할 수 있는 자동차’가 아니다.

무엇보다 돈, 그것도 지금처럼 촉박한 시기에 써야 할 제한된 돈을 어디에, 왜, 어떤 속도로 써야 할 지를 빨리 판단해야 한다.

캠벨 하비(Campbell R. Harvey) 듀크대학 교수
캠벨 하비(Campbell R. Harvey) 듀크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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