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1:24 (금)
코로나19가 부른 GVC변화…“세계 흐름 읽고 과감한 구조조정도 감수해야”
코로나19가 부른 GVC변화…“세계 흐름 읽고 과감한 구조조정도 감수해야”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7.21 14: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미중갈등속 한국판 뉴딜도 미중 양측 균형감 고려한듯…미 민주당 그린뉴딜에 올인
— 차 생태계 바뀌면 내연기관 차 협력업체 줄도산 위기…“동종업계 합병 등 지원해야”
— 수출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 높은 한국, 공급망 특정지역 의존도 시급히 낮춰야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외에 분포한 계열・협력업체의 공급사슬(supply chain)을 교역 전반으로 확장한 개념인 ‘지구촌 가치사슬(GVC)’의 전반적 변화가 예고돼,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만만찮은 도전 과제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발표한 ‘한국판 뉴딜’은 이런 변화에 정부와 기업, 가계 모두 능동적으로 적응해 나가야 할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긍정적 여론이 비등하지만, ‘그린’과 ‘디지털’의 2개 축은 미중 대결 틈바구니에서 취한 불가피한 절충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진호 교수(단국대 정치외교학과)는 최근 한 학술세미나에서 “중국은 지난 2018년 12월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5G와 빅데이터센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신에너지자동차충전소 등의 신사회간접자본(New SOC) 정책을 처음 발표했고, 올 3월 여기에 블록체인과 위성인터넷을 추가, 4차 산업혁명 기술 중심 디지털 인프라를 공식화했다”면서 이 같이 발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4일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 두 축의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했다. 데이터댐 구축을 위해 필수 전제가 되는 5G 전국망 조기 구축을 위해 관련 사업자에 대한 등록면허세 감면과 투자세액 공제 등 세제지원 방침을 밝혔다. 또 그린뉴딜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인 친환경 미래 운송수단(mobility) 조기 정착을 위한 세제지원 방침도 밝혔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야당 후보로 확정된 민주당 바이든 전 부통령도 14일(미 델러웨어 주 현지시각) 그린 뉴딜 정책을 위해 2조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시차가 있지만 한국 대통령과 미국 민주당 후보가 같은 날짜에 ‘그린 뉴딜’을 발표한 것이다.

한국판 뉴딜은 중국이 지난 2018년부터 주력해온 있는 디지털 뉴딜과 미국 민주당의 ‘그린 뉴딜’을 절충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 경희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했던 임마뉴엘 패스트라이쉬 아시아인스티튜트 이사는 최근 기자와 만나 “미국 민주당은 러시아와, 공화당 중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 각각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면서 한국의 경우 정치경제와 외교안보 모든 분야에서 미국 국내정치와 무관치 않음을 에둘러 시사했다.

한국형 뉴딜 분야별 총사업비(괄호안은 국비, 2025년까지, 단위 : 조원)
한국형 뉴딜 분야별 총사업비(괄호안은 국비, 2025년까지, 단위 : 조원)

 한국판 뉴딜에 필요한 총사업비를 보면 현 정부의 고민이 잘 보인다. 우선 민관을 통틀어 2025년까지 투자할  총사업비 160조원 중 ‘그린 뉴딜’이 차지하는 73.4조원의 비중은 45.88%로, ‘디지털 뉴딜’ 비중(58.2조원, 36.38%)보다 높다.

그러나 전체 중 국비(114.1조원) 비중만 놓고 보면 ‘디지털 뉴딜(44.8조원)’ 비중이 39.26%로, 42.7조에 이르는 ‘그린 뉴딜’ 총사업비(37.42%)보다 높다. ‘디지털 뉴딜’ 사업은 국가기간망 등과 결부된 공공재 인프라 조성이 많은 사업인 만큼 상대적으로 국가가 투자하는 비중이 높은 반면 ‘그린 뉴딜’에서는 기업들의 투자 역할이 상대적으로 더 중요하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정부는 이에 따라 올해 세법개정안에서 투자 증가에 대한 세금 인센티브를 강화할 방침이다.

기재부는 조만간 발표할 2020 세법개정안에서 당기 투자분에 대한 기본세액공제는 물론이고 직전 3년간 평균 투자액에 견줘 새로 추가로 투자한 금액에 대해 추가로 투자세액을 공제해주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한국판 뉴딜 등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 투자는 일반투자보다 높은 기본공제율을 적용, 신산업 투자에 대한 지원을 늘렸다. 대기업에는 3%, 중견기업에는 5%, 중소기업에는 12%까지 투자세액 기본공제를 해주기로 한 것이다.

한편 한국의 그린 뉴딜 중 중국의 ‘혁신 인프라'와 겹치는 부분은 전기차, 수소차 등 자동차산업계다.  중국과 한국은 연초 인건비 때문에 중국 등지에 외주 공급받아오다가 코로나19로 공급이 일시중단돼 조업이 중단됐던 차 부품 와이어링 하네스 문제가 불거졌던 적이 있다.

한국은 또 철강 중간재를 만들어 중국에 판매하고 중국이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중간제로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에 공급하다가 미국의 고율관세를 맞으면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기도 했다.

한국 자동차업계는 미중갈등에서 초래된 사드(THAAD) 등 잠재된 외교안보적 위험요인에 코로나19라는 보건안보위험까지 현실화되면서 중국에 집중된 공급자에 의존하는 관행이 획기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한러비즈니스협의회(KRBC) 박종호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와 만나 “한국은 반도체 같은 품목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고 해당 제품의 주요 고객과 협력업체 등을 망라한 공급사슬이 일본이나 중국, 미국 등 특정 국가에 집중돼 있어 ‘GVC’ 리스크가 외교안보적 리스크까지 만나면 심각한 무역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국 자동차 제조사들이 내연기관 차 기술로 세계 6위 수준에 오르자 지구촌 자동차 시장은 전기와 수소,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자율주행차량 기반으로 급속히 전환, 한국 자동차산업계가 달라진 프레임과 시장에 과연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 지 걱정된다는 지적이다.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다수 입주한 부산경남지역공단에서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 문제를 공단현장에서 직접 파악하고 세정지원에 나섰던 이동신 부산지방국세청장은 최근 본지 취재에 “한국 완성차제조사들에게 2만여개에 이르는 부품을 공급해온 협력업체들은 전기차나 수소차 양산을 위한 연구개발이나 관련 부품 제조 기술 실증에 제대로 나서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청장은 특히 “한국 완성차업체들이 협력업체들에게 낮은 납품가를 요구해온 관행으로 협력관계를 이어온  결과, 1차 벤더들조차 차세대 자동차 부품 협력을 위한 연구개발에 적극 나설 여력이 없어 보였다”고 덧붙였다.

완성차업체인 대기업들은 뒤를 돌아볼 겨를이 없어 보인다. 미국의 전기차 테슬라 판매가 크게 늘어가고 있는데다 인접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테슬라의 전기차 기술을 따라잡고 있다는 인식아래, 정부의 한국판 뉴딜정책이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에 디딤돌이 될 지 부심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1일 현대차그룹의 ‘연구개발(R&D)' 기지가 입지한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를 방문,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을 만나 미래자동차 협력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재계의 두 거두인 양대 기업이 아직 가보지 않은 자율주행 전기차에 장착될 시스템 반도체 얘기를 나눴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전기차를 100만대 판매하고,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전기차와 충전시설 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현대기아차가 이에 적극 부응해 세계 전기차 시장의 20%를 점령한 테슬라를 따라잡아야 하는 형국이다. 삼성SDI가 만드는 전기차 배터리도 필수 협업 아이템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협력업체들, 특히 엔진 부품 공급협력업체들은 걱정이다. 완성차 업계의 주력제품이 전기차로 바뀌면 전체적으로 약 40~50% 줄어드는 부품 중 대부분이 연료와 엔진 계통의 부품이기 때문에 수요가 급감하기 때문이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패러다임에 맞춰 부품업체들은 사업구조를 바꿀 수 있도록 합병 등 구조조정을 할 필요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미지=연합뉴스
이미지=연합뉴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