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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민 재난지원금, V자형 회복을 ‘호언장담’ 하자
전국민 재난지원금, V자형 회복을 ‘호언장담’ 하자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8.25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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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스크칼럼] 윤희숙 의원의 선별지급 주장을 반박하며
- 재난지원금은 명백한 거시경제정책…참된 규제 시급해
- 이 와중에 대출 많이 받아 현금 쟁여둔 한국 대기업들
- 그 대기업들 상대로 쉽게 돈번 은행, 그걸 지켜본 정부

트럼프 미국 대통령처럼 소상공인‧자영업자 포함 코로나19 재난지원금에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으며 시종 ‘브이(V)’자형 회복을 ‘호언장담’하지 못한 탓에 한국경제가 여전히 불안불안하다.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의 최대 피해자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인데, 한 달에 최소 500만원을 벌어도 시원찮을 이들이 수개월째 영업을 못해도 휴업손실금 100만원 남짓에 중앙‧지방정부로부터 가구별 재난지원금 100만~200만원을 받았을 뿐이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한국의 은행들은 벌이가 시원찮을수록 더 많은 대출금리를 내라고 요구한다. 공무원이나 대기업 임직원(신용대출 금리 1.5%)의 10배 넘는 대출금리를 받기도 한다. 한두달만 더 집합금지명령이 더 지속되도 이들은 거리로 나앉아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국가는 이들에 대한 대책이 딱히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난지원금으로 2조3500억 달러(한화 약 2500조원)를 쏟아 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미국 현지 시각) 공화당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미국 경제는 브이(V)자 형으로 회복하고 있다”고 다시 한 번 호언장담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코로나 재확산으로 더욱 어려워진 취약계층과 중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해서도 특별히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산업 업종별 조치, 소비 진작과 내수 활력을 위한 대책준비도 지시했다. 공공투자부터 보다 확대하면서 민간투자를 활성화하는 방안까지 강구해 달라고 당부했다.

기자는 재난지원금은 거시경제정책이지 취약계층을 돕는 복지정책이 아니라고 본다. 그런데 미래통합당 소속 국회의원은 생각이 다른 것 같다.

경제학자 출신인 윤희숙 의원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국민들이 외출해서 재난지원금을 쉽게 쓰지 못해 ‘재정승수(fiscal multiplier)’가 교과서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재난지원금 재정승수가 불과 10%정도에 머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국 대통령은 ‘V’자형 회복을 거듭 강변하는데, 그 나라 대학에서 유학한 한국 정치인이 속칭 ‘초치는 소리’를 하는 것이다.

윤 의원은 “단연코 지금의 재난지원금은 구제를 목표로 해야 한다”며 “어려운 이들에게 재원을 집중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진정한 보편복지”라고 주장했다.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 이들은 한우 소고기나 안경구매를 포기하고 이웃의 생계지원을 지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 소속 윤의원은 엉겁결에 전당대회를 앞둔 여당의 재난기본소득 논쟁에 끼어 들었다. 더욱이 하위 50% 선별지급을 주장하는 이낙연 후보측에 힘을 실어주는 논리를 보탠 것이다.

그러나 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윤의원 논리는 많이 궁색하다.

코로나19의 소득계층별 충격은 가장 빈곤층인 1분위에 집중됐지만 재난지원금 등 이전소득의 영향으로 1분위 소득과 가계수지가 가장 많이 개선됐다. 1분위는 근로·사업·재산소득이 낮았지만 이전소득까지 모두 포함된 경상소득 증가율은 가장 높았다. 2분기에는 냉난방비가 없고 재난지원금의 영향으로 모든 계층에서 적자가구 비중이 줄었는데, 특히 1분위 적자가구 비중은 눈에 띄게 하락했다. 원래 벌이와 씀씀이 모두 적었기 때문에 코로나19 충격이 외려 덜했다.

임금근로자보다 자영업자, 특히 종업원을 둔 자영업자의 고용 충격이 심각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이들은 무려 17만5000개의 일자리를 잃었다.

소득 분위 기준 하위 저소득자 위주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보다는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이 매출을 올리도록 하는 것이 재난지원금 정책의 핵심이다.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물주의 세금을 깎아주고, 일시적으로라도 대기업 계열의 대형마트와 편의점 구매분은 신용카드 등의 소득공제 혜택이 없는 디지털 지역화폐 형태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게 좋다. 제로페이가 잠시 알고리즘을 고쳐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

재난지원금이 많이 몰리는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상인들은 이 참에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한탕주의’로 비싸고 불친절하게 재난지원금 고객을 대하면 이후 소비자들이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제로페이 운용기관인 한국간편결제진흥원이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상인들의 선진화 방안을 수립해 추진하면 좋겠다.

정부와 재계는 ‘대기업들의 존재감’을 높여야 한다. 안 그러면 한국의 ‘반(反)기업’ 정서가 사라지리라는 기대는 무망하다.

천문학적 통화공급에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은데,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들이 올해 들어서만 86조1000억원을 더 대출 받아 꿍치고 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상반기 기업대출 증가분은 지난해 연간 증가치(44조9000억원)의 2배 수준이다.

중소법인들이야 코로나19의 터널을 지나야 하니까 그렇다고 해도, 지난해까지는 대출을 갚아 부채비율을 낮추던 대기업들도 은행 빚을 크게 늘렸다. 생산적 투자보다는 만일에 대비한 현금 사재기에 집중했다는 분석이다.

국가재난시기에 기업들의 투자의욕이 낮은 데도 돈을 많이 꿔준 은행도 문제다. 또 그렇게 신용 좋은 대기업으로부터 따박따박 이자 받아먹으며 쉽게 먹고 살도록 은행들을 방치한 정부 감독기관들은 더 반성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지난 2분기 재난지원금이 풀릴 무렵 재난극복을 위한 은행의 역할을 적극 독려했었다.

영국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FT)> 자매 월간지 <더뱅커(The Banker)>의 에디터 브라이언 캐플랜(Brian Caplen) 기자는 최근 ‘은행만큼 안전한 기업 만들기(Making companies as safe as banks)’란 제목의 칼럼에서 재난기 기업 규제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그는 “자유시장 신봉자들은 잘못된 경영의 가장 필요한 대가는 파산이며, 더욱이 은행 발(發) 금융위기에 처할 수 있다면 특히 규제가 필요없다고 주장하겠지만, 현실 자본주의는 대기업의 실패 또는 ​전 부문의 악화에 따른 혼란과 사회적 피해 대부분이 정부가 의도치 않게 지불하는 대가이므로, 기업 규제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래 계속돼온 저금리 기조아래 트럼프 행정부의 법인세법 개정으로 지급이자가 손금으로 인정받아 왔는데, 호황기 기업들이 이윤 증대를 위해 지속불가능한 수준의 부채수준을 형성해왔고, 그 결과 많은 기업들이 시장 충격에 취약해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이 안전한 방법으로 효율성과 회복탄력성을 조화롭게 유지하도록 해주는 것은 규제와 조세 정책 모두가 초석이 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도 그대로 해당되는 지적이다.

끝으로 강조하고픈 것, 경제는 심리다.

트럼프가 괴짜 정치인이라서 ‘V’자형 회복을 반복해서 외친 게 아니다.

바이러스가 협조를 안 하면 모를까, 금융위기 같은 구조적 위기가 아니라 바이러스만 사라지면 모든 것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식으로 제자리로 돌아온다는 희망을 반복적으로 설파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실 이것은 주술적인 강요도 아니다. 한 명이 걱정하기 시작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못지않게 빠르게 전파되는 게 ‘경제 비관론’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코로나19 이후 미국경제가 V자형 회복을 보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코로나19 이후 미국경제가 V자형 회복을 보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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