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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과세요건에 기재부 예규 추가한 국세청 제동
대법원, 과세요건에 기재부 예규 추가한 국세청 제동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09.10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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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업승계 과세특례 요건에 ‘증여자 10년 이상 주식 보유’ 추가해 과세
- 대법원,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국세청, “절세와 치부 규제 불가피”
- 전문가, “다수에 장기간 영향, 엄한 규제 필요해 조세법률주의 더 중요”

가업승계 과세특례를 받기 위한 요건 중 굳이 ‘증여자가 증여하는 해당 주식을 10년 이상 계속 보유’할 필요는 없는데, 국세청이 기획재정부 유권해석(예규)을 근거로 과세특례를 안해주려다가 대법원에서 결국 패했다.

대법원은 10년 보유 의무 내용의 기재부 예규는 조세감면 요건으로 추가할 수는 없다고 판결문에 명시, ‘조세법률주의’ 원칙을 재확인 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최근 뉴스레터에 소개한 한 대법원 판례를 소개하면서 “법문 근거 없이 가업승계 과세특례 적용 범위를 제한해 온 과세관청의 반복된 예규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원고C의 아버지 A는 합병 전 P법인 설립때부터 합병 후 2009까지 15년 넘게 대표이사로, 그 이후에는 합병 P법인 사내이사로 재직하면서 회사를 경영했다. 원고C는 2009 합병 전 P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했고, 합병 뒤에는 합병P법인의 대표이사로 재직했다. C의 어머니인 B는 합병 전 P사 설립 때부터 흡수합병될 때까지 합병 전 P사의 감사로 등기돼 있었다.

부친은 모친으로부터 P법인 주식 6만7023주를 증여받은 바로 다음 날 아들C에게 보유주식 9만3127주와, 부인이 증여한 67023주를 합한 16만여주를 증여했다.

이에 아들 C씨는 2012년 7월18일 당시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 증여세 8058만6310원을 계산해 관할 종로세무서에 신고‧납부했다.

종로세무서장은 그러나 ‘증여자가 해당 주식을 10년 이상 보유할 것’이라는 추가 요건을 충족해야만 과세특례가 적용된다는 예규(기획재정부 재산세제과-385, 2014.5.14.)에 따라 2017년 3월31일 원고C에게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를 적용하지 않고 가산세까지 얹어 증여세 1억1710만5450원을 경정·고지했다. “주식이 가업을 10년 이상 계속하여 경영한 60세 이상의 부모로부터 해당 가업의 승계를 목적으로 증여받은 주식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국세청이 제시한 이유였다.

국세청은 증여자가 부를 축적할 목적 혹은 상속·증여세를 절감할 목적으로 기존에 보유하지 않았던 주식을 추가로 매입, 가업상속재산에 포함시켜 증여하는 길을 열어주게 되면 장기간 경영한 가업의 승계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의 과세특례조항이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고 봤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기재부에 유권해석을 요구, 법문과는 별도로 “증여자 혹은 피상속인이 직접 10년 이상 소유하던 주식에 대해서만 구 조특법에 따른 특례세율 적용이 가능하다”는 예규를 받아 냈다. 이후 이 예규를 적용, 과세특례 적용 여부를 판단해 왔다.

원고가 불복을 통해 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항소심과 상고심까지 이르렀다.

대법원은 지난 5월28일 판결(대법원 2020. 5. 28. 선고 2019두44095 판결)에서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과세요건이거나 비과세요건 또는 조세감면요건을 막론하고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법문대로 해석할 것이고 합리적 이유 없이 확장해석하거나 유추해석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원고 손을 들어줬다.

또 “증여자의 배우자가 보유하던 주식을 증여자가 취득한 뒤 이를 다시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에 관한 기재부 예규는 주식회사 설립에 발기인 3인 이상이 필요했으므로, 가업승계 과세특례 대상이 되는 중소기업의 경우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에게 지분을 분산해 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봤다. 그런데 기재부 예규처럼 법문에 없는 ‘주식 10년 보유 의무’를 감면요건에 추가하면 지분을 분산해둔 중소기업에서는 실질적으로는 가업승계 대상이 되는 지분임에도 과세특례를 적용받지 못하게 된다.

대법원은 특히 “배우자와 함께 가업을 경영하던 경우라면 배우자로부터 주식을 취득해 자녀에게 증여한다고 하더라도 가업승계 과세특례제도의 취지에 어긋나지 않음에도, 과세특례를 적용받지 못하는 억울한 결과가 초래된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기재부 예규가 가업승계를 앞둔 창업자로하여금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을 가급적 기피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기업을 존속시켜 경제활력을 높인다는 ‘가업상속 특례제도’의 취지에 정면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현행 창업주가 가업승계 과세특례 조항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과세특례 적용 기업규모와 사업영역, 10년 이상 지배주주로 경영을 계속해 ‘가업’으로 볼 수 있는지 등을 엄격히 검증받는다. 기업을 물려받는 수증자도 증여‧상속 이후 7년 이상 해당 가업을 영위하면서 지분비율 및 고용규모를 유지해야만 한다.

율촌 박진호 변호사는 “가업승계 과세특례는 엄격한 규제를 요구하므로, 증여자·수증자는 물론 법인 임직원, 거래당사자 등에게 장기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조세법률주의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예측가능성과 법적 안정성의 보장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고 논평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대법원 판결로 "문제의 기재부 예규가 가업승계를 저해하는 측면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며, 기재부가 예규 무력화에 따른 대체 입법을 시도할 가능성도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박변호사는 11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원고의 증여세 특례 대상 가업승계 재산이 더 적더라도 가업승계 자체가 불가능한 게 아니었던 만큼, 기재부 예규가 가업승계를 저해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 "오히려 급변하는 경영환경속에서 같은 업종을 7년 더 영위하거나 고용유지 조건 등의 사후관리요건이 더 비현실적인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판결은 기재부 예규를 무시해도 좋다는 취지이지만, 과세당국이 조세회피를 막기 위한 입법을 통해 무력화된 예규를 대체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예측했다.

현재 가업승계 대상 중소기업들의 악화된 경기 상황, 까다로운 사후관리요건, 500억원까지 과세특례한도를 늘려도 그다지 제도 이용이 늘 지 않는 점 등을 두루 살펴 제도개선의 방향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판결봉
판결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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