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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변호사에게 ‘세무회계’ 맡겨도 되나?
[정창영 칼럼] 변호사에게 ‘세무회계’ 맡겨도 되나?
  • 정창영 기자
  • 승인 2020.12.14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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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일이지만 그는 요즘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심정으로 꼼꼼하게 업무에 임한다. 세무사 30년을 넘게 하면서 ‘척’보면 장부 뒷면까지 보는 혜안(?)을 지녔지만 세무업무는 생물(生物) 같아서 확인에 확인을 거듭해야 마음이 겨우 놓이는 것이 그에게 최근 생긴 습관이다.

세무사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직이다. 회계는 기본이고 세법은 물론 국세행정의 흐름까지도 정확하게 체득하고 있어야 납세자에게 도움을 주는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해마다 대거 바뀌는 세법과 국세청이 중점을 두는 행정방향은 베테랑 세무사인 그로서도 여간 부담이 되지 않는다. 자칫 그냥 넘어갈 수도 있고, 기간을 정해 놓고 예외규정으로 시행된 다양한 특례를 빠트릴 수도 있다. 흔히 실수라고 말할 수는 있지만 세무 업무는 뒤에 발견되면 항상 큰 문제가 생긴다. 세무사로서는 납세자에게 신뢰도 잃고 금전적 손해도 치러야 하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진다.

단순하게 잘못된 일을 고쳐 처리해 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가산세를 비롯한 제반 경비도 고스란히 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물질적 손해를 넘어 이 과정에서 세무사가 겪어야 할 고통과 고초를 전제한다면 ‘요즘 세무사 하기 정말 힘들다’는 말을 실감한다.

지난해 세무사 업계를 충격에 몰아넣었던 금융기관 세무조정 오류에 대한 가산세 파동은 세무사 업무가 얼마나 긴장을 요하는 ‘위험한’ 일인지 증명해 주고 있다. A 세무사가 금융기관 세무조정 업무를 수행하면서 수천만 원의 수임료는 받았지만 뒤에 업무실수가 발견돼 수십억 원의 가산세를 물게 된 사연이다. 당시 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A 세무사는 금융기관의 치명적인 장부 실수를 발견해 내지 않아도 될 세금을 크게 줄여 줬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이 ‘실수’로 빠트린 항목이 뒤에 불거져 꼼짝없이 책임을 뒤집어 쓴 사건이었다. 풍부한 경험과 실력을 겸비했던 A 세무사가 큰 도움을 줬던 일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잘못된 결과만 모두 뒤집어썼다.

뿐만 아니다. 최근 세무사들이 토로하는 업무상 불거진 ‘배상’ 문제는 이것을 단순한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부담이 너무 크다. 어지러울 정도로 법과 규정 개정이 많았던 양도세뿐만 아니라 거의 전 세목에 걸쳐 ‘사고’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세무대리 업무가 복잡다기한 추세로 접어 들었고, 확실한 전문분야라는 것을 의미하는 대목이다.

여기에다 납세자들의 권리 주장 추세는 ‘이해하고 양해하는’ 상황이 전혀 아니다. 책임소재를 정확하게 가리고 거기에 맞는 보상을 하는 관행으로 가고 있다.

실제로 자타가 공인하는 베테랑 B세무사는 최근 수임업체와의 업무 갈등으로 엄청난 규모의 배상위기에 놓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소문이 파다하다. 아직 책임소재가 명확히 가려지지 않았지만 결과에 따라 세무사업계에 미칠 파장과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력과 정성으로 명성을 얻은 C세무사는 올해 자신이 직접 챙기면서 25년 베테랑 사무장이 실무를 전담했던 업무에서 착오가 생겨 가산세를 비롯해 현금으로 수천만 원을 배상했다. 이 과정에서 C세무사가 암담했던 것은 신경을 정말로 많이 썼고 최선을 다했던 일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었다. 세무업무의 복잡성과 행정의 급변이 일반적인 업무흐름을 훨씬 앞서 가고 있다.

새로운 풍속도가 나왔다. 요즘 세무사들은 납세자들에게 설명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수 십 년 단골 고객에게도 일일이 설명을 해 주면서 달라진 법과 급속하게 변화하는 국세청 환경을 꼼꼼하게 짚어 주고 있다. “이렇게 이렇게 달라졌고, 이 경우에는 뒤에 잘못되면 이런 문제가 생기고, 가산세도 물 수 있다”고 충분하게 고지를 한 뒤, 납세자에게 선택을 하도록 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세법에 장부까지 연결돼 최종적으로 ‘돈’이 나가는 업무인 만큼 뒷단도리에 최대한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세무업무에서의 실수나 잘못은 세무사에게도 고통이지만 결과적으로 납세자가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정확한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신고납세의무 체제에서의 불변 덕목이다.

세무사 자동자격을 취득한 변호사에 대한 세무대리 업무 허용 범위를 두고 세무사업계와 변호사 업계가 몇 년 째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이 문제는 이제 단순한 갈등을 넘어 정상적인 업무가 중단될 정도로 멀리 왔다.

워낙 법리에 밝은 전문가들이어서 그동안 제시된 논리만 봐도 어마어마하다. 결정적 단초가 됐던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해석 역시 서로의 입장에서 한 치의 양보도 없다. 세무사 주장을 읽으면 세무사가 맞고, 변호사 주장을 들으면 변호사가 맞는 상황이다.

흔히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조차 밥그릇 싸움으로 치부하며 연관되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세무사와 변호사가 서로 자기 영역을 확대하려고 다투는 것으로 보는 것이다. 양쪽 모두 자격사 공급이 급증하는 상황에서 틀린 분석은 아니지만 그에 앞서 본질을 정확히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쟁점이 되는 세무업무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짚어봐야 한다. 세무사제도를 담당하는 기획재정부가 그동안 조율을 통해 일반적인 세무업무는 변호사에게 허용하는 것으로 협의를 이끌어 왔다. 문제가 된 부분은 세무사 업무 중 장부작성과 성실신고 확인업무 인데 납세자 재산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회계분야의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이 업무를 구체적 검증과 교육을 거치지 않은 변호사에게 그냥 부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반드시 재고(再考)가 필요하다.

단지 변호사는 회계지식이 없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는 말이 아니다. 자격사로 인정하는 근거에는 그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과 시험 등 검증을 거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변호사는 자격 취득 과정에서부터 회계분야 검증이 제대로 없었다. 이 때문에 세무사법 주관부서인 기획재정부도 일반적인 세법사무 등을 수행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장부작성과 일종의 세무조사 수준인 성실신고 확인은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의 정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세무사들은 만약 변호사에게 장부작성과 성실신고까지 제한 없이 세무업무를 허용할 경우 실무사무장이나 직원들이 대거 변호사 사무소에 옮겨가 부실 세무대리가 횡행할 것이라는 우려를 하고 있다. 회계, 특히 세무회계에 대한 능력을 갖추지 못한 변호사들이 실무직원을 채용하고 허용된 자격 명의로 무차별적으로 세무업무에 나설 경우 세무사 시장은 급격하게 혼란스러워지고 국세행정 업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세무사·변호사간 타협 없는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상적인 세무사 제도 운영이 마비되는 등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양측 주장이 워낙 정교한 논리로 진행돼 현실적으로 해결을 위한 ‘틈’이 보이지 않고 있다. 그동안 여론몰이용 세과시를 위한 대규모 시위는 물론이고 장기적인 1인 시위에다 광고성명전, 여의도 로비 등 가능한 방법은 모두 동원되고 있다. 그러고도 방법을 못 찾고 또 한해를 넘길 판이다.

자칫 엄청 복잡하게 뒤엉킨 문제 같지만 사실 내용은 아주 간결하다. 과연 변호사에게 회계, 세무회계를 맡겨도 되나? 이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 문제에 대해 납세자들이 분명하게, 거리낌 없이 대답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해결해야 한다. 특히 세무업무의 특별한 점을 감안한다면 이 과정에 국세청이 보다 적극적이고 분명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 이는 자격사 싸움에 개입하는 차원이 아니라 세무사 업무와 가장 직접적인 관계에 있고, 어쩌면 절대적 의존관계에 있는 국세청이 이 중대한 변화에 정확한 의견을 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현재 세무사에게 권한과 책임, 의무를 부여하며 국세행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세무사·변호사 업계가 알아서 협의해 달라는 한가한 입장을 견지할 때가 아니다. 또한 업계가 ‘세종시가 아닌 여의도에서 처리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결국 그 피해는 납세자와 국세행정에 미칠 수밖에 없다.

국세청은 과연 변호사 사무실에서 작성한 장부와 변호사가 검증한 성실신고 확인을 신뢰하면서 행정을 펴 나갈 수 있을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해야 한다.

정창영 주필
정창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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