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7:10 (목)
[데스크칼럼] ISA로 ‘부동산→금융상품’ 돈 흐름 바꿀 물꼬 트자!
[데스크칼럼] ISA로 ‘부동산→금융상품’ 돈 흐름 바꿀 물꼬 트자!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12.18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저축’ 불가능한 사회, 좁은 시야 벗어나 통찰로 방향 바꿔야
- 저금리시대, 부동산에 돈 가두는 것은 모피아의 탐욕 아닌가?
- 경제 관료가 기득권자만 챙기면서 큰 국가적 문제는 못본 척

저축상품인 예금은 물론 펀드나 파생결합증권 등 다양한 금융투자상품을 한 계좌에 모아 투자하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세제혜택을 주며 육성하려는 국가의 노력이 눈물겹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결실을 거둘 지는 의문이다.

ISA 세금 혜택을 늘리는 것은 상장주식 양도소득세 보편 과세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해온 금융투자소득 과세 법제화라는 기본방향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식의 문제의식은 자못 유치해 보인다.

‘금융소득=불로소득’이라는 도그마를 진보의 전형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의 저열한 경제 교육이 낳은 폐해 중의 폐해다. 보수주의자든 진보주의자든, ‘생애주기 가설(Life-cycle hypothesis)’에 따라 ‘신성한’ 근로소득의 시대가 끝나면 그 근로소득으로 형성한 재산으로 노후를 연명해야 함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부자가 재산을 세습해 자녀가 순전히 제 힘으로 근로소득을 벌 기회도 누려보지 못한 채 물려받은 재산으로만 먹고 살아야 하는 ‘절름발이 인류’로 전락하는 것을 방치하는 것은 이런 폐해와 철저히 구분돼 규제돼야 하겠지만.

잠시 한 걸음 물러서 “왜 ISA인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그 취지는 단견에서 나온 정책일 리 없는데, 실행된 정책은 죄다 단견 일색이다. 지금도 그 단견들이 득세하고 있다.

ISA에 대한 세금 혜택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꼭 1년 전인 2016년 3월 ‘조세특례제한법’에 ISA 과세특례 조항이 추가되면서 시작됐다.

가입대상은 직전년도 근로소득 또는 사업소득이 있되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어 종합과세 되는 사람을 제외했다. 청년 등 일정 소득 이하인 사람은 3년, 아니면 5년의 의무가입기간을 뒀다. 의무가입기간 전에 인출‧해지하면 감면 세액을 추징한다. 불입 땐 세제혜택이 없고, 운용 땐 과세 연기, 인출 때 과세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자나 배당 등의 과세소득금액은 저축성 예금은 물론 펀드 등 모든 투자수단에서 거둔 ‘이익과 손실을 통틀어 계산(손익통산)’한다.

연간 과세소득금액이 200만원까지는 비과세, 200만원 초과분은 지방소득세 포함 9.9% 분리과세 한다. 그냥 예금이자나 배당에서 얻는 소득에 대한 소득세율(지방소득세 포함 15.4%)에 견줘 충분히 끌리는 혜택이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웠다는 생각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ISA가 시작된 게 한계의 단초다. 2014년 12월29일 소위 부동산 3법 개정으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일부 지역 제외) ▲재건축부담금 부과 유예기간 3년 연장 ▲재건축 조합원 분양주택수 3주택까지 분양 허용 등이 부동산투기의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박근혜 정부를 ‘부자 옹호정권’으로 보자는 얘기는 아니다. 이명박 정부 때 부동산가격 하락 조짐이 ‘자산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까 두려웠던 정황을 무시할 수만도 없기 때문이다. 자산디플레의 공포는 멀리 볼 것도 없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참고하자.

ISA를 최초 제안한 사람을 ‘협량하다’ 매도하고 싶지는 않다. 누구든 문재인 정부에서 역대 최고의 부동산가격 상승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부동산에 쏠린 돈을 금융시장으로 물꼬를 트자는 생각이 무르익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ISA는 당초 먼 안목으로 정초되고 설계됐어야 했고, ‘만시지탄(晩時之歎)’ 수술이 불가능한 ‘말기’로 접어들기 전에 큰 수술을 감행하는 게 낫다. ISA를 한국 금융투자의 물길을 바꾸는 큰 수술의 수단으로 삼자는 얘기다.

우선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는 이유로 ISA 가입을 막지 말자. 비과세와 분리과세 한도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평활한 세금설계(smoothing) 등 큰 부자도 세금 때문에 ISA를 외면하는 일이 없도록 설계해야 한다.

가장 고난이도 수술은 ‘주택연금(역모기지)’이라는 인공장기를 기존 몸체에 삽입하는 것. 다주택자에 높은 보유세를 유지하되, 출구를 열어 양도소득세를 낮추자. 1, 2주택자까지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좀 과하다 싶을 정도로 파격적인’ ISA 혜택을 주자.

결과적으로 “집값 올려 세금과 대출이자에 맞서겠다”는 무모한 ‘인플레 기대심리’를 제압하고, “그분(?)이 정권 잡아야 내 부동산투자(기?)가 정당해진다”는 식의 ‘정치 투기’도 끝내야 한다.

‘정권교체’라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이 연출될 때까지 빚을 내어 대출이자와 세금을 감내하도록 국민을 내모는 국가는 정상국가가 아니다. 파렴치하고 무능한 폭력조직에 불과하다.

부동산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의 종언을 선포하고, 국민들로 하여금 부동산 깔고 앉은 돈을 빼서 저축과 금융투자의 세계로 기꺼이 옮기도록 국가가 확신을 줘야 한다.

그런데 올해 이뤄진 ISA 세법 개정을 보며 ISA 설계자의 ‘협량함’을 새삼 떠올린다. 국회를 통과한 개정 세법에 따르면, 2021년부터 ISA 가입자 자격에 근로소득‧사업소득 규정이 없어진다. 대학생‧주부도 가입할 수 있고, 가입연령은 19세로 낮춘다.

이게 뭔가. “부자들이여, ‘사업자금‧월급 빙자해 자녀 집값 대신 내주기’, ‘부동산법인 세워 편법증여’도 녹록찮으니 여기에 차곡차곡 현금 쌓아 자녀에게 물려줘라”는 신호인가. 아니면 “졸속 정책 맞으니, 이렇게라도 연명해보자”는 소심한 뚝심인가. 딱한 나머지 애처롭다.

최소 계약기간을 5년에서 3년 이상으로 줄인 것은 또 뭔가. 이 초저금리 시대에, 투자형 ISA 신설까지 나오는 마당에, 이런 쪼잔하고 근시안적인 졸속 개정에 헛웃음이 나올 뿐이다.

세제 혜택 강화를 근로소득 연말정산이나 노후소득 조성을 위한 연금저축, 개인형퇴직연금(IRP) 등과 연계시키는 방식 역시 쪼잔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내년부터 상장주식도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예‧적금, 주가연계증권(ELS)과 마찬가지로 ISA 계좌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좋다. 당연한 조치다. 2023년부터 개별 주식 및 주식형 펀드가 양도세 대상이 됐기 때문에, ISA를 통한 투자가 더 돋보일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ISA 제도를 개선한 올해 세법 개정 과정에서 일부 국회의원들이 “(ISA 세제혜택 증대가) 자본이득 및 금융소득 과세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상충되고 고소득층의 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한다. 다만 “혜택 대상을 넓히는 등 ‘국민 자산형성 지원’이라는 정책목표에 부합한다”면서 개정에 합의를 봤다고 한다.

예정처는 “(영국처럼) 향후 저축관련 조세지원 혜택을 ISA로 통합하려는 방침에 따라 기타 저축지원 관련 세제혜택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저축’ 말인가. 사실 2020년말 한국에서 ‘저축’이란 단어만큼 허황된 뉘앙스를 풍기는 용어가 있을까. 국민 대다수가 은행과 국가에 월세를 내고 살아가고 있는 마당에 ‘저축’이라니.

‘모피아(MOFIA)’들의 탐욕과 무능으로 풀린 유동성이 죄다 속속 부동산으로 쏠려, 온 국민이 ‘음(-)의 저축’ 상황이다. 늦었지만, 힘들더라도 이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자.

거칠고 불안한 부동산 자금을 금융시장으로 이끌 가교로 ISA를 활용하자. 부동산리츠, 부동산신탁과 함께 주택연금도 ISA 계좌 파이프라인과 연결하자.

ISA 제도 취지는 ‘국민에게 자산 형성의 기회를 제공하고 노후를 대비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

2020년 집 가진 국민 다수를 부자로 만들어준 대한민국 정부는 돈이 부동산시장을 빠져나와 안전한 자산 형성과 안정적 노후를 위한 금융투자로 흐르길 원하는가? 정말 원하는가?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