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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컨설팅” vs 기업, “사전조사”…R&D세액공제 심사 논란
국세청, “컨설팅” vs 기업, “사전조사”…R&D세액공제 심사 논란
  • 이유리 기자,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12.22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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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들, “비현실적 증빙 등 감당 어려워…국세청 사전심사는 족쇄”
- “관리직군 등 타부서인력 겸직금지…공대 출신 무조건 R&D부서 등록”
- “일지형식 R&D 계획‧성과‧연구노트 5년 유지의무, 대기업에서나 가능”
- 세무사, “심사 받지 마!” 기피 부추겨…R&D투자세액 편법공제 불가피

정부와 민간을 합친 연구개발(R&D) 투자규모가 1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국세청이 내년부터 연구개발(R&D) 세액공제 사전심사를 받는 기업에는 가산세 부담을 덜어주는 등 제도 효율화를 꾀하고 있지만, 세액공제 대상 중소기업들 다수는 국세청 사전심사에 응할 가능성이 여전히 낮은 것으로 관측됐다.

‘컨설팅 차원’이라는 국세청 입장에도, 사전심사를 받으면 아무래도 국세청의 사전안내와 자문에 따른 R&D성과보고를 해야 하므로, 관행에 따른 신고내역과 차이 날 가능성이 높아 결과적으로 법인세를 더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중부지방국세청 관할 중소 제조법인 세무팀 관계자는 지난 21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대다수 중소기업들은 세법상 지나치게 엄격한 R&D 투자세액공제 요건을 맞추기가 어려워 사실상 편법으로 관련 증빙과 서류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국세청 사전심사를 꺼리는 이유”라며 이 같이 밝혔다.

본지 취재 결과, 중소기업들이 느끼는 투자세액공제 절세 효과는 매우 크다. 신설 중소법인의 경우 분야별로 투자금액의 3%씩 세액공제 받아 납부해야 할 법인(소득)세액에서 최대 50%까지 세액을 공제 받을 수 있다. 이미 세액공제를 받아오던 기업들도 증가한 투자세액의 최고 25% 한도까지 세액공제를 받는 만큼, 중소‧중견기업들로서는 가장 공들이는 세액공제 항목인 셈이다.

문제는 중소기업들이 세법상 공제요건을 갖추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각종 서류와 증빙을 구비하기 위해 각종 편법이 동원될 수 밖에 없다는 점.

본지 취재과정에서 만난 중소기업 A사 경리부서의 K씨는 “고급 인력을 유치하기 힘든 중소‧중견기업들이 그동안 R&D 세액공제를 받아온 사례 다수가 그다지 투명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K씨는 “중소기업들은 세액공제 효과가 큰 R&D 투자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생산부서에 근무하는 전문대학 공과대 출신들을 R&D 인력으로 편법 등록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면서 “자재비와 일반경비, 인건비 등 R&D 비용 중 인건비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에 이런 편법이 동원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소법인 B사의 경리부서 책임자 P씨는 “R&D 비용으로 쓴 원재료 비용은 사실 생산비 등 다른 공정에서 쓴 경우를 계상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착수금 수백만에 매월 수입만원을 받고 이런 편법을 컨설팅 해주는 업체도 많다”고 털어놨다.

R&D 투자의 가장 큰 부분인 R&D인력에 대한 법령의 규정은 아예 탈법과 편법을 부추기는 수준이다.

본지 확인 결과, 중소기업 R&D 인력은 타 부서 인력과 겸직을 할 수 없도록 법령에 규정돼 있다. 관리직군은 아예 R&D 인력으로 등록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연구소장은 4년제 대학 이공계 출신이어야 한다. 중소기업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요건들이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이공계 출신이면 무조건 R&D 인력으로 등록해야 세액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대기업은 무조건 석‧박사 출신만 R&D 인력으로 인정하는데, 중소기업보다 세액공제 비율이 낮다.

생산 과정에서 직무발명 등으로 R&D가 이뤄지는 게 현실인데, 법령은 이런 현장의 현실을 수용하지 못하고 고루한 형식논리만 강조하고 있는 것. 중소기업 실정상 법령이 정한 요건대로 R&D 세액공제 요건을 갖추기 어려운데, 법령이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게 원칙적이고 관료적이라, 현장은 반대로 지나치게 편법이 만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기업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C사 L대표는 최근 본지와 만나 “R&D 계획과 성과, 연구노트 등을 시간대별 일지 형식으로 5년간 유지하는 것은 고급인력을 뽑을 수 있는 대기업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불필요한 세무행정 소요를 최소화 해주는 게 중소기업을 돕는 일”이라고 밝혔다.

L대표는 “컨설팅 업체에 돈을 주고 연구소 등록을 하고 수년간 R&D 세액공제를 받아왔는데, 법정 의무 실사 기관인 한국산업진흥원에서는 실사를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R&D 세액공제를 받로록 해주는 컨설팅 업체들은 1~2개월이면 연구소도 뚝딱 만들어준다는 게 업계의 한목소리다.

세무사 등 세무대리인들은 국세청의 R&D 투자세액공제 심사에 대해 “괜히 긁어 부스럼”이라며 "받지 말라"고 수임 중소기업들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세무전문가는 “국세청의 R&D 투자세액공제 심사를 받은 뒤 법인세 신고 때 편법으로 공제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 세무조사를 받게 되고, 세금 추징액은 어마어마하다”면서 “국세청의 사전심사를 선뜻 권하지 않은 이유”라고 털어놨다.

B사의 P씨도 “법인세 신고를 앞두고 국세청 안내문을 받지만, 자문 세무사는 사전심사를 말리는 편”이라며 “국세청 사전심사를 받으면, 나중에 국세청 심사와 권고(자문) 내용과 신고 내용이 다르면,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이유”라고 덧붙였다.

국세청은 이런 현장의 정서를 모르는지, 모르는 척 하는 것인지 “국세청의 전문적인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사전심사는 납세자를 위한 사전 컨설팅 성격”이라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앞서 R&D 세액공제를 심사하는 담당자는 있었지만, 체계적으로 전문성 있는 조직에서 심사해 그 결과에 공신력을 부여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추후 심사결과와 다르게 과세 처분한 경우에도 과소신고가산세를 면제받으니, 가급적 심사를 받는 게 좋다”고 밝혔다.

내년부터는 기존 중소‧중견기업, 연구인력개발시설 등 특정시설, 의약품 품질관리개선 시설, 초연결 네트워크구축시설, 신성장기술 사업화시설 등 각종 투자세액공제들이 하나로 묶여 ‘통합투자세액공제’로 일원화 된다. 일반(1%)‧중견(3%)‧중소기업(10%)은 기본공제에 3%를 추가로 공제받는다. 기본 공제율이 일반(3%)‧중견(5%)‧중소기업(12%)로 높은 신성장기술 사업화시설은 여기에 또 3%를 추가로 공제받는다.

국세청이 대기업은 본청이 직접하고 중소기업은 지방국세청별로 심사하는 방식으로 R&D 세액공제 심사 조직을 이원화한 것은 이런 세법 개정과 무관치 않으며, 심사 조직을 공식조직화 하면서 심사 내용에 대해 권위를 더 부여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를 통해 그간 현장에서 R&D 세액공제를 둘러싼 편법을 없애나가겠다는 의도로도 읽히고 있다.

 


이유리 기자, 이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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