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1:24 (금)
“매출액 기준으로 세무조사 기간 정하면 너무 억울”
“매출액 기준으로 세무조사 기간 정하면 너무 억울”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12.28 15: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외국은행 한국지점들 볼멘소리…“헤지거래 계약액은 매출 아냐”
- 전문가, “금융기관 교육세 과표 기준으로 세무조사 기간 정해야”
- 외국은행 한국지점들, “세무조사때 해외관계사 자료요구도 골치”

국세청이 ‘환 헤지(Foreign Exchange Hedge)’ 등 파생상품을 주로 거래하는 외국은행 한국지점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면서 제조업과 같은 기준으로 세무조사 기간을 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볼멘소리가 관련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외국은행들은 코로나19 이후 무역 위축과 한국 금융당국의 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강화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돼 일부는 국내지점 철수에 돌입한 만큼, 한 번 나오면 7~8개월씩 진행되는 세무조사에 더욱 진저리를 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28일 본지 취재에 “한국 국세청은 외국은행 한국지점에 대한 세무조사를 할 때 엄청난 액수의 파생상품 계약금액 전체를 수입금액으로 봐서 세무조사 기간을 산정한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앞서 외국은행 한국지점에서 근무했었다는 이 관계자는 “외국은행 한국지점들은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 세무조사 부서로부터 5년에 한 번씩 세무조사를 받는다”면서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 요원 7~8명이 7~8개월씩 조사를 진행, 세무팀은 물론 재무부서 전체가 진이 빠질 정도”라고 주장했다.

금융 전문가들에 따르면, 외국은행 한국지점들은 주로 환 헤지와 같은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수수료 수입을 얻는다. 수출기업들은 한국 시중은행들보다 선물, 헤지 등 파생상품거래 경험과 국제 네트워크가 훨씬 많은 외국계 은행에 환 헤지 등의 파생거래를 맡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령 수출기업들과 ‘계약시’와 ‘수출대금지급시’ 환율 급변에 따른 손해를 보전해주는 헤지(Hedge) 계약을 맺고, 해당 계약금액의 1만분의 1 정도(basis ponit, bp)의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수출대금이 1억 원이면 이 금액의 1만분의 1~4bp를 환 헤지 수수료로 받는다.

하지만 외국은행 한국지점측은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이 이 파생상품 헤지 거래 대상인 수출대금 1억원을 수입금액(영업수익)으로 보고, 세무조사 기간과 투입인력 등의 계획을 수립하는 게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세무조사 기간은 통상 수입금액(외형, 매출)이 클수록 길기 때문에, 파생상품 거래계약금액이 큰 외국은행 한국지점 세무 담당자들은 세무조사를 받을 때마다 매번 고통을 호소한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이 시행하는 외국기업 세무조사 중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이 가장 세무조사 기간이 길다”고 귀띔했다.

조사 과정에서 지나치게 많은 자료를 요구한다는 불만도 들린다. 외국은행 한국지점 관계자는 “통상 고객과 맺은 해지 거래 계약액이 환율변동으로 손실을 보지 않도록 하기 위해 파생거래 전문성이 높은 홍콩이나 싱가포르, 시카고 등 파생금융상품시장에 다시 헤지를 걸기도(재투자) 하는데, 이들로부터 관련 자료를 받아오라는 요구도 자주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사를 너무 길게 받으니까, “국제금융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고 자주 보직이 바뀌는 지방국세청 세무조사 요원들이 긴 세무조사 기간을 현장 교육의 기회로 삼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외국은행 관계자는 “국제거래조사국 조사요원들은 파생금융상품에 대한 사전 지식이 없는 경우가 많고, 1~2년에 한번씩 보직을 옮기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거래 관련 법령과 국제협약 등을 설명도 하면서 소명을 하지만, 그렇다고 긴 세무조사 기간을 일찍 끝내는 법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에는 지쳐서 세금 추징에 합의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전임자의 말도 들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세청 세무조사 요원들이 임의대로 세무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 훈령인 ‘세무조사 사무처리 규정’에 따르면, 세무조사 관서장은 ‘국세기본법’에 따라 조사대상 과세기간 중 연간 수입금액 또는 양도가액이 클수록 세무조사 기간을 책정한다. 국세청은 외국은행 한국지점 당 수입금액을 연간 약 10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세청은 유권해석에서 은행 등 금융기관의 특정 사업연도 수입금액을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계산한 매출액(영업수익)’으로 정의한다. 통계청도 국내 시중은행 및 새마을 금고 등 여수신업의 매출액을 ‘재무제표상의 영업수익’으로 정의한다.

국세청 관계자는 28일 본지 통화에서 “항공료와 숙박비 등 대부분의 원가가 정해진 여행업계처럼 수수료 수입이 분명한 경우하면 모를까, 금융업이라고 해서 ‘이익’을 기준으로 조사 기준을 정하자는 것은 노골적인 특혜 요구”라고 말했다.

국세청 입장에서는 파생상품거래 특성상 수수료만 달랑 수입금액으로 보기도 어려울 뿐더러, 재투자 또는 양도거래 한 해외 관계사들의 자료가 실제 필요한 경우도 많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파생상품거래의 경우 금융‧보험회사의 수입금액(매출)인 ‘영업수익’을 국세청의 세무조사 기간 산정 잣대로 삼으면 안 된다고 본다.

익명을 부탁한 한 대학교수는 28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파생결합증권과 파생상품 거래의 경우 해당 거래의 손익을 통산한 순이익이 수입금액(매출) 개념인 영업수익”이라며 “수익은 영업수익에, 손실은 영업비용에 각각 따로 반영되기 때문에, 거래 규모가 크면 실제 손익과 상관없이 영업수익이 부풀려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세청이 세무조사 기간을 산정하는 기준으로 삼는 파생금융상품거래의 수입금액을 현행 ‘영업수익’ 대신 금융기관이 납부하는 교육세 과세표준으로 삼자고 제안했다.

현행 ‘교육세법’상 금융‧보험업자가 납부하는 교육세 과세표준인 ‘수익금액’은 이자와 배당금, 수수료, 보증료, 유가증권의 매각이익‧상환이익, 보험료 등으로 정해져 있다.

파생금융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외국은행 한국지점 관계자는 “우린 수수료 수입이 주된 매출인데, 파생상품거래 약정금액 자체를 기준으로 세무조사 기간을 산정, 너무 오래한다”면서 “교육세 과세표준을 기준으로 세무조사 기간을 산정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6월 결산법인인 외국은행 한국지점들은 최근 잇따라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폐쇄 결정이 난 캐나다 투자은행(IB) 노바스코셔 은행 서울지점이 지점 폐쇄를 앞두고 최근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의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프랑스의 ‘BNP 파리바(Paribas’ 서울지점은 12월초 시작해 내년 5월까지 정기 세무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자료요구와 소명 등이 꼬리를 물면 내년 8월까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BNP 파리바(Paribas)’ 그룹 계열의 카디프생명 한국법인도 최근 세무조사가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BNP 파리바 대주주인 신한금융지주도 12월초 시작된 세무조사를 내년 3월까지 받을 예정이지만, 조사기간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 내년 5월까지 진행될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이다.

이밖에 외국은행은 아니지만 농협캐피탈에 대한 세무조사는 지난 11월 시작해 내년 4월쯤 끝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세무조사/그래픽=연합뉴스
세무조사/그래픽=연합뉴스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