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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낼 땐 담배, 유해성은 미결”…액상전자담배업계 울상
“세금 낼 땐 담배, 유해성은 미결”…액상전자담배업계 울상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0.12.30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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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년인터뷰] 전자담배산업協 이병준 회장…첫 세금 부과→값 3배↑
- 가격급등으로 임의혼합제품화로 안전문제…시장정책교란도 불가피
- “궐련형전자담배는 덜 해로와 궐련담배의 90%만 과세, 우리는 왜?”

“정부 당국자를 만나면 참 재미있어요. 세금 문제를 따질 때는 ‘너희도 담배 맞잖은가?’라고 하면서, 유해성 문제를 따질 땐 ‘어떻게 너희를 일반 담배와 비교하니?’라고 하셔요. 부처별로 다른 나라 정부 같아요.”

액상전자담배 사업자단체인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 이병준 회장이 30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푸념이다.

이병준 회장은 자신이 그간 무조건 업계 입장만을 강변해 온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냄새나 독성이 덜한 액상전자담배 소비가 급속히 늘다 보니 이를 중요 위협요인으로 보고 잠재 유해성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한편 세금이나 건강부담금 등을 올리는 선제조치를 취하려는 주무부처 보건복지부 입장은 충분히 이해해요. 이런 정부 입장을 업계에 설명하면서 사실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이 회장은 그러나 “일반 궐련담배에 견줘 유해성이 확연히 적은데 세금 물릴 땐 일반 ‘담배’ 로 보고, 유해성 문제는 나중에 천천히 따지자는 정부 태도는 솔직히 당혹을 넘어 황당하다”고 말했다.

국회는 얼마 전 끝난 정기국회에서 그간 과세되지 않던 줄기‧뿌리 추출 니코틴(액상전자담배 원료)에 대해 개별소비세와 국민건강부담금 등을 2021년 1월1일부터 부과하기로 확정했다. 국회는 다만 이들 세금을 2배로 올리는 정부 기획재정부 제출 정부입법안은 부결시켰다.

개별소비세와 건강부담금을 1ml당 1799원씩 부과하면 30ml 액상 1병당 5만3970원의 세금 및 부담금이 부과돼, 앞서 3만~3만5000원 수준이던 가격이 최대 9만원대까지 오른다.

업계는 국내 액상전자담배 소비자 규모가 대략 3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20~30대가 대부분이며, 궐련 담배소비자보다 연령대가 낮다. 담배 냄새가 옷이나 몸에 배지 않아 여성과 중고등학생들도 액상전자담배의 유혹에는 더 쉽게 빠진다.

코로나19시대 더욱 참혹해진 청년실업에 아르바이트 말고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서 액상전자담배 소비가 많은데, 저소득층인 이들이 쉽게 끊지 못하는 기호품 가격을 단번에 3배나 올린 것이다.

이병준 회장은 정부 규제 강화로 달라질 판매사업자들과 소비자들의 반응이 액상전자담배를 둘러싼 보건안전 문제를 심화시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액상전자담배 판매점들은 급증한 세금에 정부 의도와 달리 반응할 것입니다. 세금을 덜 내고 가격을 낮추려면 액상 니코틴과 향료 등의 조달 채널이 복잡해지고 공급 방식도 달라질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부담이 커진 소비자는 싸게 구입해 더 강하게 배합해서 소비하는 경향도 예상됩니다. 보건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대목이죠.”

판매점들이 기존 제품을 ‘합성 니코틴’ 액상으로 전환하는 등 협회나 정부가 정형화된 틀로 액상전자담배 소비를 측정할 수 없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영국이나 유럽은 보건안전상 문제로 규격화 된 액상전자담배로 방향을 잡고 있다”면서 “한국도 제품을 규격화 하고 종가세 형식으로 세금을 물리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국회가 내년부터 액상전자담배 세금을 올릴 것으로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올 4분기 엄청난 사재기 양상도 보였다는 지적이다.

이 회장은 “협회 회원인 판매점 현장에서 직접 관찰해보니, 어떤 소비자는 내년 세금 인상에 따른 가격인상에 앞서 무려 50병을 한꺼번에 구입했다”고 밝혔다.

강화된 규제로 제조-판매-소비 전 과정이 예측불가능해지면, 사업자단체가 정부의 산업정책에 협력할 여지도 줄어들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내놨다.

“복지부에서는 액상전자담배 관련 업계의 자체 통계를 수차례 요구해와 그간 협력을 해왔는데, 세금 증가로 가격이 급등해 업계 이해관계자들의 행위가 급변하면 객관적 업계 통계는 크게 왜곡된다고 봐야죠.”

액상전자담배업계는 2021년에 정부 규제의 근본적 문제를 짚는 법적 대응도 검토하고 있다.

이병준 회장은 “정부는 액상전자담배가 일반 궐련담배에 견줘 유해성이 분명히 덜한 점을 인정하면서도 세금 인상을 앞두고 강력한 소비자 권고를 통해 위험물질 취급을 했다”면서 “더 유해한 궐련담배에는 이런 소비자 권고를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해성과 세금에 각각 다른 잣대로 대응해온 정부의 위헌적 행정, 법령 자체가 갖는 위헌성도 앞으로 본격 따져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는 지난 2017년 당시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이 일반 궐련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점을 인정받아 연초의 90% 수준의 세금 안이 통과된 사례에 착안, 헌법상 ‘비례의 원칙’ 법리를 액상전자담배 과세에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액상전자담배업계는 지난 2019년 보건복지부가 ‘사용자제 권고’를 2개월여 만에 ‘사용중단 권고’로 격상한 점은 너무 어이없는 행정행위였다고 보고 있다. 미국에서 발생한 ‘폐손상’이 계기였다. 그런데 유해성 검사 결과 국내 유통 제품은 폐손상과 관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사용중단 권고를 유지했다.

업계는 ‘선진국들은 액상형 전자담배를 금연보조제로 지정하고 시장을 키우는 추세인데 한국 정부는 시장을 죽여 몸에 더 나쁜 궐련 담배 회사들의 독점 이윤을 보장해주고 있다’며 불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병준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 회장이 31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상현 기자
이병준 한국전자담배산업협회 회장이 지난 2019년 10월31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19층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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