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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칼럼] 삼성이 본사를 해외로 옮긴다면?
[국세칼럼] 삼성이 본사를 해외로 옮긴다면?
  • 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 승인 2021.02.19 08: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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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논설위원·세무사

이른 바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달 18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에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되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은 조만간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 구속에 따른 대응 방안 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하는데, 문제는 각 계열사의 일상적인 업무는 각 사의 대표이사들이 끌어갈 수 있겠지만 투자와 같은 중대한 의사결정은 총수가 아닌 전문경영인이 대신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부회장은 수감 중에도 주요 현안을 직접 보고받으며 ‘옥중 경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이재용 부회장 구속 직후 온라인과 모바일 메신저 등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의 ‘옥중 특별회견문’이라는 제목의 글이 빠르게 확산되었는데, 그 중에는 한국에서 기업을 경영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삼성그룹의 본사를 제3국으로 옮겨서 세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내용을 접한 삼성전자 측은 구속수감 중인 이 부회장의 공식입장과 메시지는 변호인을 통해서만 공개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SNS에 떠돌고 있는 글은 사실이 아니라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이로써 이재용 부회장의 옥중 특별회견문은 가짜뉴스라고 판명이 나긴 했지만, 실현가능성 여부를 떠나 한국에서 기업경영을 하기가 힘들어 본사를 해외로 옮기겠다는 부분은 한번 되새겨볼만할 것 같다.


국제조세에 있어 국제적으로 소득이 발생하는 경우에 소득과 그 소득이 발생된 장소와의 연관성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것을 원천지국 과세원칙(Source Jurisdiction)이라 하고, 소득과 그 소득을 벌어들이는 사람과의 연관성을 기준으로 해서 그 소득자의 거주지국에서 과세하는 것을 거주지국 과세원칙(Residence Jurisdiction)이라 한다.

오늘날 대부분의 국가들은 그 국가 내에 원천이 있는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원천지국 과세원칙을 채택하면서 동시에 거주지국 과세원칙에 따라 자국의 거주자에게는 전세계 모든 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거주자에 대하여는 거주지국 과세원칙에 따라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모든 과세대상소득에 대해 과세를 하면서, 비거주자의 경우에는 원천지국 과세원칙에 따라 과세대상 국내원천소득에 대해서만 국내에서 과세를 하고 있다. 법인의 경우 내국법인(Domestic Corporation)과 외국법인(Foreign Corporation)으로 구분하는데, 내국법인은 거주자와 마찬가지로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득에 대해 국내에서 법인세 납세의무를 부담하고 외국법인은 비거주자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서만 법인세 납세의무를 진다. 그런데, 개인 거주자나 비거주자의 구분은 주소나 거소 등을 기준으로 판단하지만, 법인의 경우에는 본점이나 사업의 실질적 관리장소가 어디에 있는지에 따라서 내국법인과 외국법인으로 구분되므로 본점 소재지 여부가 굉장히 중요하게 된다.


삼성전자의 2018년과 2019년의 영업이익은 각각 58조 9000억원과 27조원 정도였다고 하는데, 해당 2년간의 우리나라에서의 법인세 납부액은 25조원 가량이라고 한다. 국세청에서 발표한 국세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전체 법인세 납부액이 2018년과 2019년에 각각 70조 9000억원과 72조원 정도인데, 이 기간 삼성전자 한 기업이 납부한 법인세액은 우리나라 전체 법인세 납부액의 약 17.5%에 달하는 셈이다. 또 다른 언론보도에 의하면, 2018년에 삼성전자가 전세계에서 납부한 세금은 약 18조원인데 이 중 우리나라에서 납부한 세액이 86% 정도라고 한다.

국세통계상 2018년과 2019년에 우리나라에서 법인세신고를 한 법인의 수가 각각 74만개와 78만7000개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삼성그룹 계열사 중 삼성전자 한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납부하는 세액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삼성전자 이외에도 SK하이닉스 등 일부 기업이 납부하는 법인세액이 우리나라의 전체 법인세수에 있어 꽤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처럼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이 우리나라에서 거액의 법인세를 납부하는 것은 국내에서의 영업실적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반도체나 휴대전화 등의 전자제품이나 자동차 등의 판매실적에 대한 법인세만 계산하면 아마도 지금 납부하고 있는 세액에 턱없이 모자랄 것이다. 결국 전세계에서 영업실적을 올리고 있는 우리나라의 기업들이 각국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 원천지국 과세원칙에 따라 현지에서 법인세를 냈더라도 본점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전세계 소득을 합산해 법인세를 다시 계산함으로써 글로벌 영업실적에 대한 엄청난 세금을 우리나라에서 내게 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즉, 우량 글로벌 기업이 우리나라에 본점을 두고 있음으로써 내국법인에 해당되어 전세계 소득을 우리나라에서 합산해 납부할 세금을 다시 계산한다는 것은 단순히 국위선양 차원의 문제를 넘어 국가경영에 필요한 재정조달에 있어서 엄청나게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영업실적이 좋은 우량 글로벌 기업의 본사를 우리나라로 유치하면 금상첨화이겠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최소한 현재 우리나라에 있는 우량기업들의 본사가 해외로 옮겨가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가짜뉴스 논란에서 보듯이 한국을 본거지로 하는 기업인 삼성그룹이 계열사의 본점을 해외로 옮기는 것은 국민정서 등의 문제를 감안한다면 그리 쉬워 보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할 것이다. 더구나 기업환경이나 세금문제 등으로 기업의 본사를 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그렇게 낯선 광경도 아니다.

지난해 초 언론보도에 따르면 당시 ‘노딜 브렉시트’ 우려에 영국 기업들이 본사를 다른 나라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꽤 있었다고 하는데, 특히 진공청소기로 유명한 다이슨의 짐 로언 다이이슨 최고경영자가 다이슨의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겠다고 밝히면서 영국 내에서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 밖에도 18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여객선 사업체 P&O는 세금문제를 이유로 선적을 영국에서 유럽연합 회원국인 키프로스로 옮기겠다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난해에 홍콩 정부가 중국으로 범인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송환법’을 추진하자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고 홍콩에서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홍콩에 아시아 본부를 두고 있던 다국적 기업들이 탈홍콩을 고려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싱가포르나 대만으로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기업은 정치·경제적인 상황들을 감안해 언제라도 본사를 다른 나라로 이전할 수 있기 때문에 삼성의 경우에도 본사의 해외 이전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간단히 치부해버릴 일만은 아닌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쟁국이라고 할 수 있는 싱가포르나 홍콩과 비교해 볼 때 남북대치 리스크나 강성 노조의 문제, 언어환경 등 기업 입장에서 경영환경이 그리 유리하다고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거기에다 삼성의 경우에서 보듯이 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하기가 힘든 상황에서 세율도 낮으면서 규제도 적은 기업하기 좋은 국가로의 본사 이전을 검토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이번 삼성 관련 가짜뉴스를 계기로 이제라도 정치권을 비롯한 정부 등 관계 당국은 글로벌 기업들이 우리나라로 본사를 옮겨 오고 현재 있는 우량기업들이 계속해 우리나라에 본점을 두고 싶어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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