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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기소된 처분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로 부과처분이 취소되었더라도 조세포탈죄는 성립하지 않아
당초 기소된 처분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로 부과처분이 취소되었더라도 조세포탈죄는 성립하지 않아
  • 법무법인 율촌 최용환 변호사
  • 승인 2021.02.19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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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개가 넘는 차명 증권계좌를 개설, 관리하면서도 이에 따른
세금을 전혀 신고·납부한 적이 없는 경우 조세포탈죄를 인정할 수 있어

부실자산을 가공 기계장치로 대체하고 이를 감가상각
처리하는 방식의 분식회계는 조세포탈죄에 해당

조세포탈죄로 공소제기된 처분사유와 다른 사유로 과세관청이 당초 부과처분을
직권 취소한 경우에도 조세포탈죄는 성립하지 않아

 

- 대법원 2020.12.30. 선고 2018도14753 판결 -

 

●요약

이 사건에서 대상판결은 피고인이 단순히 타인의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400개가 넘는 차명 증권계좌를 개설, 관리하면서도 이에 따른 세금을 전혀 신고·납부한 적이 없다는 점에서 조세포탈의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났다고 보았다. 또한 부실자산을 가공 기계장치로 대체하고 이를 감가상각 처리하는 방식의 분식회계는 역시 적극적인 회계장부 조작과 마찬가지로 조세포탈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의미가 있는 부분은 조세포탈죄와 처분사유 및 처분취소와의 상호관계이다.

조세포탈죄는 적법한 조세의 부과·징수를 전제로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과세권자의 조세채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상판결은 당초 A와 관련하여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따라 조세포탈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공소제기 되었더라도 다른 B라는 사유로 부과처분이 취소되어 조세채권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게 된 경우에는 조세포탈죄가 성립될 수 없음을 명시적으로 확인하였다. 이 점에서 선례적 가치가 있다.

 

1. 사실관계

피고인은 주권상장법인인 A회사의 대주주로서, B팀 직원들로 하여금 A회사 임직원 및 그 친·인척 등의 차명으로 400개가 넘는 증권계좌를 개설, 관리하도록 했다. 피고인은 위 차명 주식매매 등을 통해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약 535억원의 양도차익과 약 65억원의 배당소득을 취득하였으나 소득이 발생한 다음 해 5.31.까지 관할세무서에 양도소득 및 종합소득 과세표준을 신고하지 않았다. 이에 피고인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양도소득세와 종합소득세를 포탈한 것으로 공소제기됐다.

 

나. 회계장부 조작을 통한 조세포탈

(1) 회계장부 조작에 따른 법인세 포탈

피고인은 1998년 불량 매출채권 등 C회사의 부실자산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C회사를 A회사에 합병한 후, 2003경부터 2012경까지 위 부실자산을 실물 없는 가공의 기계장치로 대체하여 자산을 과다 계상한 다음 이에 터잡아 허위로 감가상각비를 계상하거나 가공의 매출원가를 계상하는 등 허위로 회계처리했다. 그리고 이에 따라 각 회계연도 다음 해인 3.31.까지 법인세 과세표준을 신고함에 있어 관련 소득금액을 누락시켰으므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써 법인세를 각 포탈한 것으로 공소제기됐다.


(2) 조세심판원의 2008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의 취소

A회사는 특히 2008 사업연도와 관련해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 약 515억원과 투자주식처분손실 약 1884억원을 손금에 산입하여 약 1279억원 상당의 결손금이 발생하였음을 전제로 법인세를 0원으로 신고했다.

과세관청은 2013.11.1. 이에 대해 위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와 투자주식처분손실을 포함한 합계 약 2554억원을 손금불산입하고, 2008 사업연도 법인세 과세표준을 약 1265억원으로 산정해 해당 사업연도 법인세 약 258억원을 부과했다.

조세심판원은 2017.7.24. 이러한 과세관청의 부과처분 중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를 손금불산입한 부분은 적법하지만 투자주식처분손실을 손금불산입한 부분은 위법하므로, 투자주식처분손실을 다시 손금에 산입하라는 취지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과세관청은 위 투자주식처분손실을 다시 손금에 산입했고, 그 결과 위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를 손금불산입하더라도 투자주식처분손실을 포함한 2008 사업연도의 손금총액이 같은 사업연도의 익금총액을 초과함에 따라 결손금이 발생했다. 따라서 A회사의 2008 사업연도 법인세 과세표준은 음수가 되고 그에 기초하여 산정한 같은 사업연도 법인세액은 0원이 됐다. 이에 과세관청은 2017.8.경 위 2008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을 전부 취소했다.

 

2. 쟁점의 정리

이 사건에서는 크게 세 가지 쟁점이 문제되었다.

첫 번째 쟁점은 피고인이 400개가 넘는 국내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양도소득과 배당소득을 수취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점에 대해 조세포탈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두 번째 쟁점은 피고인이 회계장부를 조작하여 법인세 과세표준을 과소신고한 데에 조세포탈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세 번째 쟁점은 조세포탈죄로 공소제기된 이후 공소제기된 처분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로 과세관청이 당초 부과처분을 직권 취소한 경우에 조세포탈죄가 성립하는지 여부이다.

 

3. 판결의 요지

가. 원심판결

(1) 국내 차명계좌를 이용해 주식양도소득과 배당소득을 수취했음에도 이를 신고하지 않은 점과 조세포탈죄

원심은 사실관계에서 서술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이러한 상황에서는 과세관청이 차명주주를 이용한 개별 과세거래를 발견하기가 매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차명주주의 재산만 세원으로 포착할 수 있을 뿐 담세력의 원천인 양도소득 등이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피고인으로부터 양도소득세 등을 징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피고인이 차명주주 명의로 양도소득세 등을 납부하는 등의 방법을 통하여 스스로 세금을 부담한바 없다면, 차명으로 주식을 거래하고 양도소득세 등을 신고·납부하지 아니한 피고인의 행위는 적극적인 소득은닉행위로서 양도소득세 등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조세포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 회계장부를 조작해 법인세 과세표준을 과소신고한 것과 조세포탈죄

(가) 적극적 은닉의도 및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가 없었다는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회계분식은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로서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고 단순한 허위신고를 넘어 피고인의 적극적 은닉의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① A회사는 2003 사업연도부터 2012 사업연도까지 매월 장부상에 등재된 부실자산을 가공 기계장치 또는 가공 매출원가로 대체할 금액을 결정하고, D팀 고정자산 담당자들이 사전에 생성한 ‘가공 기계장치 리스트’에 따라 가공 기계장치를 장부에 등재한 후 정액법으로 약 8년 또는 10년에 걸쳐 감가상각비를 발생시키거나 가공 매출원가를 계상했다.


② A회사는 가공 기계장치를 장부에 등재하면서 사업장, 자산번호, 자산명칭, 취득일자, 금액 등 기계장치의 세부내역까지 기재하는 방법으로 고정자산 관리대장 등을 허위로 작성했고, 2002년경 이후에는 전사적 기업자원 관리설비 ‘오라클(Oracle) 시스템'에 가공 기계장치에 관한 사항을 허위로 입력했다. 또한 A회사는 가공 기계장치 등을 기간별, 사업장별, 프로젝트별, 기계별로 분할해 실재하는 자산처럼 장부에 기재하여 과세관청이 가공 기계장치 등을 적발하기 어렵게 했다.


③ A회사는 전국에 공장이 산재해 있고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기계장치의 규모가 매우 커 현실적으로 회계감사 및 세무조사에서 적발될 가능성이 낮은 상황을 이용해 약 15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 사건 회계분식을 했다. 특히 2002년경 이후부터는 장부상 부실자산을 가공 기계장치 등으로 곧바로 대체하지 않고 허위의 중간거래를 만들어 내는 등의 방식으로 그 취득과정을 복잡하게 만들었다. 또한 A회사는 장부에 등재된 가공 기계장치를 실제 기계장치와 함께 보험에 들어 가공 기계장치가 실제로 존재하는 듯한 외관을 형성했다.


④ 가공 매출원가는 가공 기계장치와 달리 장부에 남지 않고 해당 사업연도에 즉시 비용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매출원가의 실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어려운데, A회사는 매출이 많거나 매출원가를 추가 배분해도 발견하기 어려운 사업부에 가공 매출원가를 주로 계상하도록 하여 더욱 가공 부분을 밝혀내기 어렵게 했다.


⑤ 비록 A회사가 합병 전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누적되어 온 부실자산을 정리하기 위해 이 사건 회계분식과 같은 방법을 택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적극적 은닉의도를 부정할 수는 없다.


(나) 조세포탈의 고의가 없다는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피고인에게 부실자산을 가공 기계장치로 대체하고 이를 감가상각 처리하는 방식에 따라 조세포탈의 결과가 발생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이 있었던 이상 미필적으로나마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 합병 시 순자산을 초과해 지급한 합병대가를 감가상각비 등으로 손금산입해야 한다는 주장에 관하여

원심은 A회사가 1998년경 C회사와의 합병 당시 가공 재고자산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C회사의 순자산가액이 약 -1,329억원임에도 약 37억원의 합병대가를 지급했고, 그 차액인 약 1,367억원을 영업권으로 대차대조표에 계상한 사실, 그 후 A회사는 1998년 말경 위 영업권이 자산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당시 기업회계기준에 따라 전액을 장부에서 제거한 사실, A회사는 1999.3.31. 법인세 신고 시 위 영업권 상각비 약 1,367억원이 세법상 손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손금불산입하는 세무조정’을 한 사실을 인정했다.

원심은 이어서 A회사가 회계장부에 영업권으로 계상한 것은 관련 기업회계기준에 따른 것일 뿐이고, 피합병법인인 C회사의 상호·거래관계 그 밖의 영업상 비밀 등을 초과수익력 있는 무형의 재산적 가치로 인정하고 대가를 지급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므로, 세법상 영업권의 자산 인정 요건을 갖추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을 배척했다.


(3) 조세포탈죄로 공소제기된 처분사유와 다른 사유로 과세관청이 당초 부과처분을 직권 취소한 경우에 조세포탈죄가 성립하는지 여부

원심은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와 투자주식처분손실을 모두 손금불산입한 당초의 법인세 부과처분만을 고려해, 피고인이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를 손금에 산입한 행위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써 A회사의 2008 사업연도 법인세 12,874,000,000원을 포탈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유죄판결을 선고했다.

 

나. 대상판결

대상판결은 첫 번째 및 두 번째 쟁점에 관한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면서, 세 번째 쟁점과 관련해, 과세관청이 조세심판원의 결정에 따라 당초 부과처분을 취소했다면 그 부과처분은 처분 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잃게 되어 원칙적으로 그에 따른 납세의무가 없어지는 이상(대법원 1985.10.22. 선고 83도2933 판결, 대법원 2015.10.29. 선고 2013도14716판결 참조) 조세포탈로 공소제기된 처분사유가 아닌 다른 사유로 과세관청이 당초 부과처분을 취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에도 조세채무의 성립을 전제로 한 조세포탈죄는 성립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위 법리 하에서 대상판결은 과세관청이 조세포탈로 공소제기된 처분사유인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가 아니라 다른 사유인 투자주식처분손실을 손금산입하여 2008 사업연도의 법인세액을 0원으로 산정한 후 A회사에 대한 2008 사업연도 법인세 부과처분 전부를 취소했으므로, 그 부과처분은 처분 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잃게 되어 그에 따른 납세의무가 없어진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대상판결은 해당 조세채무의 성립을 전제로 한 A회사의 2008 사업연도 법인세에 대한 조세포탈죄도 성립할 수 없으므로, 원심판결 중 유죄로 인정된 피고인에 대한 회계장부 조작을 통한 A회사의 2008 사업연도 법인세 포탈부분은 그대로 유지될 수 없되, 나머지 사업연도 법인세 포탈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4. 평석

가. 사기나 기타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의 의미

조세범처벌법은 2010.1.1. 전부개정되면서 제3조 제1항에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이하 “부정행위”)로써 조세를 포탈하거나 조세의 환급·공제를 받은 자’를 조세포탈죄로 처벌하도록 규정했고, 같은 조 제6항에서는 이러한 부정행위의 의미에 대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로서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 행위를 말한다’고 하면서 ‘이중장부의 작성 등 장부의 거짓 기장(제1호) 등 일련의 행위를 열거했다.

한편, 현행 국세기본법은 제26조의2 제2항 제2호에서 납세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逋脫)하거나 환급·공제를 받은 경우 국세부과의 제척기간을 10년으로 하고 있고, 같은 법 시행령 제12조의2 제1항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란 「조세범 처벌법」 제3조 제6항에 해당하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함에 따라 조세범처벌법상 부정행위의 의미와 국세기본법상의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의 의미를 일치시키고 있다. 이외에도 국세기본법 제47조의2 제2항에 따른 부당무신고가산세, 같은 법 제47조의3 제2항 제1호에 따른 부당과소신고가산세의 경우에도 위 부정행위의 의미는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러한 부정행위의 의미와 관련해 대법원은, “구 조세범처벌법 제9조 제1항에서 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한다”고 판시했고(대법원 2003.2.14. 선고 2001도3797판결), 이후 판결에서도 “구 국세기본법 제26조의2 제1항 제1호가 정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라 함은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다른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세법상의 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지만, 과세대상의 미신고나 과소신고와 아울러 수입이나 매출 등을 고의로 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행위 등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진 경우에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대법원 2011.6.30. 선고 2010도10968 판결 등)고 설시하면서 법리가 유지되어 왔다.


특히, 명의위장과 관련해서 대법원은 명의를 위장해 소득을 얻더라도 명의위장 사실만으로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나, 그것이 누진세율 회피, 수입의 분산, 감면특례의 적용, 세금 납부를 하지 아니할 무자력자의 명의사용 등과 같이 명의위장이 조세회피의 목적에서 비롯되고 나아가 역에 허위 매매계약서의 작성과 대금의 허위지급, 허위의 양도소득세 신고, 허위의 등기, 허위의 회계장부 작성 및 비치 등과 같은 적극적인 행위까지 부가된다면 이는 조세의 부과와 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대법원 2013.12.12. 선고 2013두7667 판결).

더불어 다른 사람 명의의 예금계좌를 빌려 예금했다 하여 그 차명계좌 이용행위 한 가지만으로써 구체적 행위의 동기, 경위 등 정황을 떠나 어느 경우에나 적극적 소득은닉 행위가 된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지만, 차명계좌의 예입에 의한 은닉행위에 있어서도 여러 곳의 차명계좌에 분산 입금한다거나 순차 다른 차명계좌에의 입금을 반복하거나 단 1회의 예입이라도 그 명의자와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은닉의 효과가 현저해지는 등으로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나는 사정이 덧붙여진 경우에는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부정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다(대법원 1999.4.9. 선고 98도667 판결, 대법원 2016.2.18. 선고 2014도3411 판결).

대상판결은 위와 같은 법리의 연장선에서 첫 번째 쟁점과 관련해 피고인이 단순히 타인의 차명계좌를 사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A회사 임직원 및 그 친·인척 등의 차명으로 400개가 넘는 증권계좌를 개설, 관리하면서도 이에 따른 세금을 전혀 신고·납부한 적이 없는 경우에는 은닉의 효과가 현저한 것으로써 적극적 은닉의도가 나타났다고 인정할 수 있고 따라서 조세포탈죄를 인정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해주었다.


또한, 두 번째 쟁점에 관하여도 과세관청이 실제 적발하기 어려운 사정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부실자산을 가공 기계장치로 대체하고 이를 감가상각 처리하는 방식의 분식회계는 법인세의 부과와 징수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드는 행위로서 허위의 회계장부 작성 및 비치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고 이러한 적극적인 회계장부의 조작은 조세포탈죄를 구성한다고 봤다.

한편, 부정행위의 성립과 관련해 주관적 요건으로서 적극적 은닉의도가 필요하다고 볼 것인지의 논의가 있다. 법문상 명시적 규정이 없으므로 부정행위에 해당하는 객관적인 행위태양만 있으면 족하다는 견해, 조세범처벌법에 따른 조세포탈의 경우 형사상의 죄에 해당하므로 그러한 의도가 필요하지만 중가산세나 장기부과제척기간에 있어서는 행정상의 제재에 불과하므로 의도가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 실질이 제재인 이상 모두 적극적 은닉의도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조세범처벌법상 부정한 행위 성립의 주관적 요건으로서 적극적 은닉의도가 필요하다고 했고(대법원 2012.6.14. 선고 2010도9871 판결 등), 이는 장기부과제척기간(대법원 2015.9.15. 선고 2014두2522 판결 등)이나 중가산세에 관한 판결(대법원 2020.12.10. 선고 2019두58896 판결 등)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대상판결도 이 사건 회계분식은 ‘사기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서 단순한 허위신고를 넘어 피고인의 ‘적극적 은닉의도’가 인정된다고 판단하면서 주관적 요건을 요구하는 종전 판례의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는 단순히 조세포탈의 결과만 가지고서 포탈 의도 없는 행위에 대해 제재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으나, 조세법규의 해석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문언에 따라 엄격히 해석해야 하는데 법문상 명시적으로 주관적 요건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

한편, 이러한 적극적 은닉의도는 부정행위 성립의 주관적 요건으로서 과세대상이 되는 소득이나 거래를 대상으로 하며, 단순한 인식을 넘은 적극적인 의도라는 점에서 ‘부정행위’와 ‘조세포탈의 결과발생’에 관한 미필적 인식인 ‘조세포탈의 고의’와는 차이가 있고, 대상판결도 이에 따라 조세포탈의 고의를 적극적 은닉의도와는 별개로 판단함으로써 이를 명확히 했다.

 

나. 공소제기된 처분사유와 다른 사유로 과세관청이 당초 부과처분을 직권 취소한 경우

과세관청이 조세심판원의 결정에 따라 당초 부과처분을 취소하면 처분 시에 소급하여 효력을 잃게 된다(대법원 1985.10.22. 선고 83도2933 판결 등).

한편, 조세포탈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과세요건이 충족되어 조세채권이 성립해야만 하므로, 과세요건이 구비되지 않아 조세채무가 성립하지 않으면 조세포탈죄도 성립할 여지가 없다는 것이 종전 판례의 입장이다(대법원 2005.6.10. 선고 2003도5631 판결 등).

위 내용을 종합하면 당초 A와 관련해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따라 조세포탈이 있었던 것으로 보아 공소제기되었더라도 다른 B라는 사유로 부과처분이 취소되어 조세채권이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게 된 경우에는 조세포탈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고, 대상판결은 이를 명시적으로 확인해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비록, 가공 기계장치 감가상각비 계상 등의 분식회계가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로서 법인세의 부과 및 징수를 현저히 곤란하게 만든 것으로 인정되긴 하지만, 그러한 분식회계가 없이 올바로 회계처리가 이루어졌더라도 투자주식처분손실에 따라 당초부터 A회사에게 법인세 납부의무가 존재하지 않은 이상 애초에 포탈할 세금이 없으므로 조세포탈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수긍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조세포탈죄로 확정판결이 나온 상태에서 후발적으로 다른 사유에 의해 당초 부과처분이 취소되는 경우가 문제될 수 있는데, 이러한 경우에는 형사소송법 제420조 제5호에 정한 재심사유인 ‘무죄로 판단하거나 원심판결이 인정한 죄보다 경한 죄를 인정할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된 때’에 해당할 것으로 보아 재심을 통해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율촌 최용환 변호사

•2003 : 연세대학교 법과대학 학사 졸업
•2004 : 제46회 사법시험 합격
•2007 :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원 석사 졸업
•2007 : 사법연수원 제36기 수료
•2009 :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원 박사 졸업
•2015 : 미국 뉴욕대학교 International taxation 석사 졸업
•2007~2009 : 수원지방검찰청, 대검찰청 공익 법무관
•2009 : 대검찰청 증인보호프로그램 법개정 TF위원
•2015~2016 : 일본 도쿄 나가시마오노&쯔네마쯔 법률사무소 파견근무
•2017~현재 : OECD BEPS 대응센터 자문위원
•2010~현재 : 법무법인(유) 율촌

 

 


법무법인 율촌 최용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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