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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사람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키코 희망고문 언제까지?
준 사람 있는데 받은 사람은 없다…키코 희망고문 언제까지?
  • 안수교 기자
  • 승인 2021.04.08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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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대구·신한은행, “보상기업, 금액 다 알려줄 수 없다”
-황택 키코 공대위원장, “은행들 ‘깜깜이 보상’이라 거짓말”
-금감원 "구속력·강제력 없는 분조위, 제도개선 없인 한계 뚜렷"

 

줬다는 은행, 못받았다는 기업들

2019년 12월 키코 분쟁조정위원회가 열렸다. 피해 기업들은 배상의 길이 열릴까 내심 기대했다. 금감원 분조위는 키코 미소송 오버헷지 기업을 대상으로 은행들에게 키코 피해를 보상하라고 의결, 권고 했다. 결과는 6개 은행 중 단 1곳의 분조위 조정 권고 수락이었다. 나머지 5개 은행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권고를 수락하지 않기로 한다.

권고를 수락하지 않은 은행 중 3곳이 2020년 말 갑자기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며 ‘배상’이 아닌 ‘보상’으로, ‘의무’가 아닌 ‘자율’로 피해 기업의 일정 부분을 보상한다는 발표를 했다. 키코 보상 선두엔 미국계 씨티은행이 있었고 대구은행과 신한은행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런데 준 사람은 있고 받은 사람은 없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1월 말 일부 피해기업을 대상으로 보상절차가 진행, 완료 됐다고 전했다. 이어 대구은행도 2월 말 피해기업에 보상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보상 절차가 현재 진행 중이라고 한다.

보상했다는, 보상하겠다는 피해기업 명단, 피해보상 금액 등을 파악할 수 없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 “1월말 지급 완료했다, 업체와 보상금액은 공개하지 않는다가 말할 수 있는 전부”라고 잘라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어느 기업을 어디까지 보상하겠다는 것은 언론에 나가지 않는다”고 말을 흐렸다. 대구은행 관계자 역시 “구체적 금액, 범위는 공개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왜 은행들이 하나같이 보상 기업이나 금액에 대해 공개하지 않냐는 질문에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렵다. 보상 부분은 밝혀야하는 공시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은행에서 밝힐 의무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은행들의 보상은 아예 없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키코 공동대책위원회 황택 위원장은 지난 6일 본지 취재에 “피해기업들에게 보상 여부를 확인하였으나 보상을 받았다는 기업은 6일 기준 단 한군데도 없다”라고 말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던 은행들이 하나같이 ‘깜깜이 보상’을 진행하며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작년 말 은행협의체에 선정된 피해기업들만 손실 규모가 1조 1451억원 규모였다. 한국씨티은행 2534억원, 신한은행은 2510억원. 대구은행 23억원이었다. 피해기업수로는 씨티은행 42곳, 신한은행 46곳, 대구은행 2곳으로 드러났다.

피해를 입은 모든 기업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피해보상기업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키코 사태 당시 발표된 732개 중 오버헤지가 발생한 기업 206개에서 키코 문제로 소송을 제기했거나 해산, 파산한 기업을 제외한 145곳 이 선정됐다.

황 위원장은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허울 좋은 말만 하고 보상은 하지 않고 있다”며 “키코 배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옵티머스 100% 의결이 결정 났다 하더라도 키코처럼 은행들이 미수용하고 버티는 상황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 분조위 역할 끝?

금융감독원이 은행에게 어떤 기업에 얼마나 보상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장치도 없다. 은행보상은 자율적으로 은행이 자체적으로 진행할 사안이며 분조위는 관여할 권한이 없다는 것.

금감원 관계자는 “보상 진행은 은행 자율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관여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만일 보상이 안됐다면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냐'는 기자 질문에 이 관계자는 “그건 저희도 대답을 드리기 어렵다”고 했다.

분조위는 금융위설치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조정 결정으로만 관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마저도 강제력은 없기 때문에 은행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결정하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절차는 없다.

그래서 금감원이 2019년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키코 사태에 대한 보상 권고를 진행했지만 단 한번의 분조위로 키코 보상 문제는 다시 금감원에서 거론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권고를 불수락 했다면 금감원이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다”며 “분조위는 강제력이 없는 제도며 은행에게 조정 권고를 수락하라고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2019년 열렸던 분조위 보도자료에는 “은행의 불완전 판매책임을 인정하고 손해액의 일부를 배상하도록 조정 결정하였다”는 문장이 버젓이 적혀있다. 또 “분쟁조정을 신청하는 키코 피해기업들에 대해 조정결정이 성립되면 은행과 협의해 피해배상 대상 기업 범위를 확정한 후 자율조정 방식으로 분쟁조정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가 있다.

그러나 당시 분조위 권고를 은행들이 수락하지 않아 배상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추가적으로 피해배상 대상 기업 범위를 정하는 다음 절차를 진행할 수 없었다.

분조위는 은행들이 권고를 수락하면 은행들이 배상 취지에 공감하는 것이 인정되기 때문에 추후에 나머지 기업들에 대해 어떻게 배상 절차를 진행할지 절차를 모색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불수락으로 더 이상 배상 절차가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분쟁조정 제도의 한계가 지적된다. 쌍방이 수락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다는 점, 법원 판결하고 다르게 제도상 강제력을 부여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분조위는 구속력이 없어 더 개입하면 그것은 분조위의 권고 수락을 강제하는 것처럼 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금감원 분조위 관계자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분조위 관계자는 “저희한테 오셔서 물어달라고 해도 할 수 있는 것은 다 끝난 상태”라며 “법률제도가 바뀌어 제도적인 개선없이는 조정제도에 한계는 계속된다. 그러나 강제력을 부여하는 법률 통과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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