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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디지털 패권전쟁 시대에 신용카드 기득권 감싸는 정치
미중 디지털 패권전쟁 시대에 신용카드 기득권 감싸는 정치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1.04.0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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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창현 의원, 제로페이 단기 채산성 문제 삼아 사업재검토 주장
— 제로페이, “계좌기반 직불결제인프라, 은행들 필요로 참여한 것”
— 미중 디지털화폐 패권전쟁 개막…제로페이, 외교안보측면도 중요”

미국과 중국이 각각 달러와 위엔화를 디지털화폐로 만들어 새로운 지구촌 기축통화 패권경쟁에 나선 가운데, 중국 위챗페이보다도 한참 늦은 한국의 디지털화폐 상황을 뻔히 아는 경제학자들이 야당 정치인을 내세워 ‘제로페이’에 흠집을 내고 있다.

이들은 “은행들이 제로페이 회비를 많이 내면서 직불카드 가맹점 수수료는 적게 받아 울상인데 문재인 정부가 강제로 제로페이 플랫폼을 세금으로 지탱하고 있다”면서 시대착오적 주장을 언론에 흘리고 있다.

정치인이 된 경제학자가 주장의 진원지인데, 그는 신자유주의학파인 시카고대학 출신이다. 학파 특성상 정부규제에 비판적이며 자유시장이 실패하더라도 시장복원력에 의해 자본주의가 영속적이라는 신념을 갖고 있지만, 국내 재벌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지구촌 투기자본을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시카고학파와 정반대인 ‘신케인즈주의’의 논리를 빌려온 것.

디지털화폐에 대한 이런 태도는 신용카드회사라는 전대미문의 기득권세력과 밀접하다. 일부 은행들은 “정부가 제로페이로 소상공인 경제를 보호하는 점은 인정하더라도 은행 경영에 부담을 줘선 안된다”면서 경제학자의 논리를 두둔하고 있다.

 

국책사업을 단기 채산성 문제로 치부한 경제학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의원(국민의힘)은 최근 한 경제지 인터뷰에서 "정부와 서울시가 자랑하고 있는 제로페이가 금융사 손해와 세금지원 없이도 지속가능 하도록 사업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경제지는 “제로페이는 재정투입과 금융사 부담으로 소상공인의 카드수수료를 부담하는 것과 같은 구조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제로페이는 소비자, 소상공인 호응도 없고 세제혜택도 크다고 보기 어렵다(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등 다른 경제학자들의 주장도 중요하게 소개했다.

김상봉 교수는 “정부가 돈을 들여 자생력 없는 플랫폼을 세금으로 지탱하는 것으로 사업을 접거나, 민간에 빨리 넘겨줘야 한다”고까지 이 경제지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윤창현 의원은 지난 7일 금융결제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8년 12월∼2021년 2월까지 제로페이 금융사 회비 및 수수료 수입 현황’을 공개하며 “이 기간 21개 은행이 지출한 회비는 47억7800만원으로 가맹점 수수료 수입은 5억3928만원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일부 은행, “비용 대비 수입이 적다” 볼멘소리

경제신문을 통해 소개된 윤창현 의원의 메시지는 모두 신용카드업을 영위하고 있는 시중은행들의  입장을 일부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다만 본지가 취재한 바, 모든 은행들이 단기적 실적과 채산성을 근거로 제로페이에 대해 ‘비용-효익’적 입장을 갖는 것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A시중은행 관계자는 8일 본지 취재에 “공공성을 기본으로 하는 은행도 경영상 이익이 되지 않는데 국책사업이라는 이유로 언제까지 돈을 써가면서 지탱할 수 있겠는가”라며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제로페이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B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도 다양한 결제수단이 빨리 정착돼야 한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한국의 경우 워낙 신용카드가 잘 정착해 있어 디지털화폐나 결제 플랫폼이 잘돼 있는 중국에 견줘 더 늦게 정착하는 것 같다”며 “은행들도 경영상 이해상충요인과 미래 금융의 양상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C시중은행 관계자는 그러나 “제로페이 사용자가 우리 은행 앱으로도 제로페이 결제를 하고 싶은 경우 등을 총족시키는 고객 묶어두기(lock-in) 효과도 있으니, 단순히 단기 비용효익적 관점으로 제로페이를 평가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금융그룹내 계열사 중에 신용카드 회사도 있지만, 우리 회사(은행) 입장은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제로페이측, “은행 참여 강요한 적 없다”

한 경제지는 윤창현 의원실 자료를 근거로 작성한 기사에서 “‘제로페이’가 은행들의 손해로 유지되고 있다”,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제로페이의 실적 부진에도 매년 예산이 투입되면서 국고 낭비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제로페이가 선심성 정책 수단으로 변질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하지만 제로페이측과 제로페이에 우호적인 금융전문가들, 제로페이망을 이용하는 일부 은행들은 이런 보도가 사실에 근거하지 않아 너무 악의적이라고 혹평했다. 

우선 “제로페이는 계좌 기반의 직불 결제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은행들이 계좌 유치 경쟁으로 참여하게 된다”는 게 혹평의 핵심이다.

제로페이측은 “오픈뱅킹이나 전자지로 등과 마찬가지로, 별도 모바일 결제수단이 없는 은행들은 금융결제원 시스템을 이용하며 그 사용료를 금융결제원 회비로 납부한다”면서 “회비는 빠른인식(Quick Response, QR) 결제 기반의 가맹점들의 망 사용료로, 민간시장에서는 당연히 사용료 납부가 이뤄져야 하는 구조이며, 제로페이 참여 사업자 모두 분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제로페이는 정부나 서울시, 특정 지자체가 주관하는 사업이 아니며 소상공인 지원에 핵심 가치를 두고 있는 만큼 소상공인 정책지원과 함께하는 민관협력체제”라며 “운영비 보조를 받는 것도 일체 없다”고 덧붙였다.

 

시카고학파 윤의원, 국내재벌 보호 위해선 케인지언?

윤창현 의원은 신자유주의 경제학파의 본산인 시카고대 경제학 박사 출신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신자유주의의 시장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미국의 방만한 은행 경영에 주된 책임을 돌리며 시장 복원력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시스템’을 옹호했다.

그런데 삼성 등 국내 재벌기업들이 외국계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에 경영권을 빼앗길 위험을 거듭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가 경영권 방어장치를 적극 도입해야 국부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지론을 펴온 학자이기도 하다. 이는 헤지펀드 등 투기자본의 단기 투자에 대해 ‘토빈세(Tobin Tax)’를 물리자는 신케인즈주의자 제임스 토빈의 주장과 완전히 일치하는 주장이다. 국가의 개입에 대해 회의적이지만, 국내 재벌을 위해서는 국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모순이 뚜렷이 드러나고 있다.

제로페이가 다른 민간 결제수단과 달리 소상공인 지원과 국가재난지원 등 국가가 주도하는 결제인프라라는 점도 윤 의원 눈에 정부가 인위적으로 금융시장에 개입하는 ‘관치’로 보일 수 있다.

문제는 한국이 미국이나 중국과 달리 ‘신용카드 공화국’이라는 점이다. 한국에서는 삼성과 현대, 롯데 등 대규모기업집단에 해당되는 최상위 재벌그룹들과 KB・하나・신한・우리 등 4대 금융그룹들이 모두 신용카드 회사를 갖고 있다. 모든 도소매사업자들은 이들 재벌 카드사들을 위해 세금 이외에도 카드가맹점수수료를 막대하게 지급해왔다.

윤의원의 주장이 제로페이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재벌그룹 계열 신용카드 회사들의 이해관계와 맞닿아 있다는 합리적 의심이 가능한 것이다. 직거래를 해서 거래가격을 낮춰야 한다는 게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의 핵심인데, 신자유주의학파 경제학자의 잣대는 그때그때 다르다는 의심이 생기는 대목이다.

 

디지털화폐 시대에 신용카드라는 기득권만 강변할 셈?

바이든 정부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Central Bank Digital Currency, CBDC)에 맞설 디지털 달러 패권 유지를 위해 디지털화폐 최고 전문가들로 재무부 등 경제부처의 진용을 갖추고 있다.

미국은 국내정치에서 디지털 달러의 표면상 명분은 정부이전지출 대상인 저소득층에게 디지털 달러로 현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 제로페이를 이용해 신속・정확하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는 움직임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제로페이가 이미 중국의 위챗페이와 ‘돈의 고속도로’를 연결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미사일방어(MD)시스템을 대신해 디지털 달러와 디지털 위엔화가 전쟁을 벌이는 시대에 제로페이가 없다면, 한국은 또 다시 미중 양국의 ‘우리 편’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국가 주도로 ‘돈의 고속도로’를 내놓고 미국 디지털 달러와 중국 디지털 위안화를 모두 품을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한미동맹을 해치는 선택도, 미국 주도의 중국포위압박에 전면 가세하는 선택도 필요없게 하는 ‘절체절명의 과제’인 셈이다.

제로페이 관계자는 “2018년 12월 시작된 직불 결제망을 위한 핀테크 융합 서비스를 지행하며 탄생한 제로페이는  결제사업자와 은행, 핀테크 기업 등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공공인프라”라면서 “‘돈의 고속도로’인 제로페이는 각종 모바일상품권과 재난지원금 연계, 거스를 수 없는 지구적 모바일 결제 추세에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또 “비접촉 시대 최대 호황업종인 요기요 등 거대외국자본에 빼앗긴 배달 서비스도 연계, 국내 산업정책에 다양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핀테크 산업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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