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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거 봐, 정부가 맞잖아”…이것이 신뢰다
[정창영 칼럼] “거 봐, 정부가 맞잖아”…이것이 신뢰다
  • 정창영 기자
  • 승인 2021.04.20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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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른 의견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아니 있는 게 정상이다. 문제는 의견이 조율되고, 현실에서 맞아 떨어지고, 예상대로 공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이다. 소위 신뢰라는 소중한 가치는 이런 경험과 확신을 통해 얻어진다. 이게 선순환이다. 정책이 그렇고, 정치가 그래야 된다.

우리는 지난 1년 동안 정치적 현안을 두고 고집과 억지의 ‘끝판 왕’을 경험하면서 먹고 사는 정책에서 조차 ‘마부백’식(마스크, 부동산, 백신)으로 진저리를 쳤다.

상황이 전개되면 허둥지둥 성급하게 올인을 거듭하고, ‘된다. 된다. 곧 된다. 전에는 이보다 훨씬 더했다.’고 둘러대고, 허무한 결과가 나오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서둘러 주제를 바꾸는 이 반복적 패턴에 국민들은 분노를 지나 ‘입 닫음’의 단계를 넘어 침묵으로 가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발생과 함께 약국 앞에는 새벽잠을 포기한 국민들의 불안이 끝이 보이지 않는 행렬로 이어졌다. 이제 부동산은 끝났다며 곧 잡힌다던 아파트 가격은 사상 최고가 신기록을 바꿔가며 ‘영끌’이라는 신조어를 낳고 거꾸로 갔다.

K방역 홍보에 열을 올리던 때 백신확보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오자 ‘알고 있었다. 국민이 시험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로 얼버무리다가 실상이 알려지자 밑도 끝도 없이 ‘자신 있다’는 결기만 되풀이 하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이 하늘을 찌를 때쯤이면 대통령이 등장해 ‘잘되고 있고, 잘 될 것이다’라는 포괄적 한마디를 남긴다. 무한한 자신감과 희망고문, 내로남불에 이어지는 ‘찔끔 사과’와 이슈 교체는 이제 정부 행동의 기승전결로 자리 잡았다. 워낙 패턴이 단조로워서 눈치 빠른 국민들은 정부가 할 말을 미리 알고 있다.

정말로 심각한 것은 믿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이 단계쯤 오면 약효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무얼 내밀어도 국민들은 반복된 패턴의 색안경을 쓰고 본다. 잘못된 대목이 눈에 쏙 들어오기 때문에 정부도 적당히 얼버무려 반죽하기가 쉽지 않다. 어영부영 꼼수도 통하지 않고 시도하는 순간 곧바로 들켜 버린다. 철판 깔고 우기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

제정신 박힌 정부라면 이 상황을 바로 인식하고 큰 틀에서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만약 지금 상황에서도 기득권에 취해 깨어나지 못하고, ‘밀어 붙이면 되겠지’라는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멀리 갈 것도 없이 역사, 아니 우리가 경험한 최근의 사례만이라도 들춰 보길 바란다.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정부가 선택할 방법은 ‘정도’로 다시 시작하는 것 말고는 없다. 다소 힘들고 멀어 보일지라도 지금부터라도 국민들의 마음을 얻고, 공감대를 만들고 그래서 믿음을 되찾아야 한다.

검증이 부족한 정책을 끌고 너무 멀리 왔다. 정말 용감하기는 했다.

당장 재·보궐 선거로 민심의 간은 봤다. 명확한 시그널이다. 문제가 어디 부동산뿐이겠는가? 세제도 엉망으로 흐트러져 있다. 여기 저기 꿰매고 덧댄 것이 ‘흥부 바지’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새로 당선된 서울·부산시장을 비롯해 야권 광역단체장 5명이 한자리에 모여 목소리를 낸 것이 공시가격 인상 자제 촉구다. 아예 공시가격 업무를 지방자치단체에 넘기라고 나섰다. 현실적으로 실행에 문제가 많은 주장이지만 일단 국민들의 시선을 ‘확’ 끌고 있다.

당초 정부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내세웠던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이 기초부터 손을 봐야할 처지에 놓였다. 궁극적으로 맞는 방안이었지만 준비 안 된 실력 없는 정부가 섣불리 나서 무리하게 ‘돌격 앞으로’를 하다가 최악의 상황은 맞은 것이다.

더욱 당황스러운 것은 한동안 정권 나팔수 뺨칠 정도로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온갖 당위성을 동원해 박자를 맞추던 여권마저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앞 다퉈 지금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수정을 요구하며 나서는 장면이다.

지난주 민주당의 한 의원은 아주 구체적으로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현행 공시가 9억 원 초과에서 12억 원 초과로 상향조정 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정부 정책을 “2주택 소유 국민 모두를 투기 세력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공시가격 합산액 12억 원 이하인 2주택자에 대해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면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냈다.

또 이광재 의원도 종부세 과세대상을 전체 주택 보유자의 1% 범위 수준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지금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세금 때문에 머리 아프고 집이 없는 사람은 집이 없어서 어렵고, 또 전월세는 집을 구하기가 어려워서 어렵다”며 1가구 1주택은 확실히 보호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실을 수용한 발언이지만 불과 엊그제까지의 주장과는 ‘확’ 달라진 내용이다.

정책을 시행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수정하고 시정해야 한다. 그것을 조율하고, 제 때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뿌리 내리도록 가꾸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이고, 곧 그 정부의 실력이다.

조세정책도 당연히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경제행위의 결과인 세금정책을 앞 뒤 없이 동원한 결과 큰 후유증을 남겼다. 문제는 부동산 관련 세제만이 아니다. 재정정책과 연결시키면 말 그대로 앞이 캄캄하다.

설익은 정책에 세금을 동원했고 정책이 봇물 터지듯 나와 엉키는 땜질식 운용을 하다 보니 한번 제대로 시행해 보지도 못한 채 개정되고, 폐기돼야 할 정책이 속출하고 있다. 과연 누가 이런 법을 신뢰하겠는가.

조세전문가인 한 지인과의 대화에서 색다른 상황을 접한다. 이번 정부를 통해 모든 것이 정치의 영역임을 실감했다는 대목이다.

그는 행정이, 행정가가 아무리 잘하려고 노력하고 지켜봤자 정치가 고춧가루를 뿌리면 될 일이 없다는 것을 이번 정부에서 실감했다고 토로한다. 행정이 비록 실무권한을 손에 쥐고 있지만 정치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면 속수무책이라는 것이다. 설마설마 했지만 이번 정부에서 권력의 힘과, 그 파괴력을 절감했다고 그는 말한다.

현재의 법으로 안 되면 법 자체를 바꾸고 만들면 끝이다. 특히 그 입법권한을 견제 없이 정치권 한 쪽에서 갖고 있다면, 그것이 일반적 상식을 넘어 오용·남용 수준으로 행사된다면 정말 답이 없는 상황이 된다. 그는 이번 경험을 통해 어떤 형태로든 정치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많은 것을 바꾸려고 시도했던 문재인 정부의 시간이 불과 1년을 남기고 있다. 이제는 분명한 하산 국면이다. 공교롭게도 이 정부가 시도한 정책은 이제 막 그 효과와 실상이 나타나고 있다. 반드시 평가가 뒤따를 것이고, 일을 추진하는 동력은 떨어질 것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한 시간이다. 잘 된 것과 잘못된 것을 정확히 가려서 이어갈 것과 버릴 것을 신속히 판단해 진행해야 한다. 시간은 흐르고 정책의 후과는 발현하기 때문이다. 어렵겠지만 이제는 정부가 진정한 국민 신뢰를 얻기 위해 정성을 다해야 한다. 전념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거 봐, 정부 말이 맞지?” 이 말이 곧 믿음이고 신뢰다. 국민은 그 소리를 들은 기억이 너무 오래됐다.

정창영 본지 주필
정창영 본지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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