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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재산분할 후 사실혼 인정되도 사전증여로 못봐
이혼 재산분할 후 사실혼 인정되도 사전증여로 못봐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1.05.2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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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판례, “합의이혼 땐 다른 목적 있어도 이혼 의사 인정”
- 이혼 재산분할은 무상이전 아냐…무효 아니면 증여세 대상 안돼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은 재산의 무상이전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가장이혼으로 무효가 되지 않는다면 원칙적으로 증여세 과세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아이가 다섯 딸린 홀아비와 재혼한 뒤 남편 사망 후 전처 자녀들과 있을 법한 상속재산 분쟁을 회피하기 위해 이혼했는데, 국세청이 “가장이혼으로 재산분할했기 때문에 사전증여로 봐야 한다”며 과세하면서 시작된 증여세 다툼이 대법원까지 간 사건이다.

법무법인 광장 류성현 변호사는 25일 본지에 기고한 판례 칼럼에서 “당사자 합의로 법적 이혼한 경우 다른 목적이 있더라도 이혼 의사가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관련 판례(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6두58901 판결)을 소개했다.

아이가 다섯 딸린 홀아비 K씨와 재혼한 A씨는 K씨 사망 후 전처 자녀 P 등과 상속재산 분쟁을 우려, 만 82세인 K씨를 상대로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소송절차가 진행되던 지난 2011년 4월15일 ‘A씨는 K씨는 이혼하되, K씨가 A씨에게 재산분할로 현금 10억 원을 지급하고 액면금 40억원의 약속어음금 청구채권을 양도한다’는 조정안을 제시, A씨와 K씨가 합의하고 현금지급 등을 모두 이행했다.

A씨는 이혼 후에도 K씨 수발을 들고 재산을 관리하면서 K씨 주소지에서 동거했다. K씨는 이혼 후 약 7개월 뒤 위암으로 사망했다.

A씨는 이듬해 2월 서울가정법원에 사실상혼인관계존부확인청구소송을 제기, 서울가정법원은 같은 해 8월 A씨와 K씨가 사실혼관계임을 확인했다. A씨는 사실혼 관계임을 확인한 가정법원 판결문을 첨부해 K씨 사망에 따른 군인연금(유족연금) 청구, 연금도 지급받아 왔다.

A씨와 재산분할한 뒤 K씨의 남은 재산을 상속받은 전처 자녀들이 상속세 신고를 했는데, 국세청이 상속세 세무조사를 나왔다. 관할 G세무서장은 A씨가 K씨 사망 직전 가장이혼을 하고 재산분할 명목으로 재산을 사전 증여받은 것으로 봤다. 2014년 2월 A씨에게 2011년 귀속 증여세 약 36억원을 부과했다.

불복과 행정소송을 거쳐 대법원까지 이르는 동안, 하급심 법원은 모두 국세청 손을 들어줬다.

행정법원과 항소 법원은 “이혼전과 똑같이 혼인생활의 실체를 유지한 점, K씨 사망 후 소송을 통해 사실혼 배우자를 확인해 유족연금까지 받은 점은 이혼의사가 진정한 것이 아니었음을 강하게 반증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혼이 혼인생활 청산이 아니라 상속재산분쟁을 피하려는 것이므로, 국세청의 증여세 부과가 정당하다는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그러나 “법률상 부부관계 해소 목적으로 당사자 합의로 이혼한 경우 다른 목적이 있더라도 이혼 의사가 없다고 말할 수 없으며, 이혼이 가장이혼으로서 무효가 되려면 누구나 납득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며 뒤집었다.

A씨의 재산분할이 관련 법률(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취지에 크게 반할 정도로 과대하고 상속세‧증여세 등을 회피하는 수단에 불과해 증여라고 밖에 볼 수 없다면 모를까, 재산분할 자체에 방점이 찍힌다면 사전 증여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결국 이 대법원 판례에 따라 A씨에게 부과된 증여세는 취소됐다.

류 변호사는 “혼인이나 이혼에 따른 신분관계는 당사자 의사에 따라 이뤄지므로 의사가 존중돼야 하며, 섣불리 이를 부인할 경우 당사자 의사에 따라 이뤄진 신분‧법률관계를 신뢰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한 제3자의 권리를 침해할 우려도 있다”고 판례의 의의를 설명했다. 몇 가지 의심되는 정황이 있다고 하더라도 당사자의 의사에 따른 법률관계 형성을 가장행위로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류 변호사는 재산분배가 혼인 중 부부가 보유한 실질상 공동재산을 청산‧분배함과 동시에 이혼 후에 상대방의 생활유지에 이바지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또 이혼 위자료는 상대방이 책임을 져야 할 행위(유책행위)로 이혼하게 돼 정신적 손해를 배상하기 위한 급부라고 정의했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7.11.28. 선고 96누47259 판결 참조)에 따르면, 이혼에 따른 재산분할과 위자료 명목으로 지급하는 급여는 증여세 과세대상이 아니다.

류 변호사는 “이혼 후에도 사실혼 관계를 유지하면서 재산을 이전받는다면 증여세 과세 가능성이 높지만, 사실혼 관계라도 이혼 배우자는 상속인에 해당되지 않기 때문에 배우자 사망 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상속세가 부과되지는 않는다(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두3075판결)는 점도 알아두면 좋다”고 귀띔했다.

류 변호사의 판례 칼럼 전문은 주간 <국세신문> 제 1668호에 실린다. 

류성현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류성현 변호사 /법무법인 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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