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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전 성추행 피해 여성 국세공무원, 지난달 31일 극단적 선택
4년전 성추행 피해 여성 국세공무원, 지난달 31일 극단적 선택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1.06.07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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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장이 가해, 기관장인 세무서장도 과장만 두둔…조직 전체가 2차 가해" 주장
— 2017년 중부국세청 산하 남인천세무서 사건…법적처벌 받은 가해자 퇴임예정

지난달 3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전직 국세공무원 A씨(여)가 4년 전 같은 부서 상사인 B과장(남)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했고, 수차례 인터넷 커뮤니티에 이 같은 사실을 토로하며 2차 피해를 호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실을 감찰한 국세청 감찰 부서는 가해자 B과장을 다른 세무서로 전보 발령했으며, 법원 판결 이후에는 정직 3개월 처분을 한 뒤 다른 지방국세청 관할 관서로 2년간 하향 전보 조치했다.

7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숨진 피해 공무원 A씨로 추정되는 30대 여성 A이 지난 2017년 11월10일 '길고 힘든 싸움이 될 거 같습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것이 확인됐다.

A씨는 이 글에서 "팀 전체 회식날 좋은 일식집에 가서 식사를 하게 됐고 과장님도 격려 차원에서 참석했다"며 "2차로 노래방에 갔을 때 과장님이 손을 꼭 부여잡고 '너를 총애하는 거 알지'라고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이어 "몸을 빼려고 하니 더 밀착하면서 '널 볼 때마다 집사람 생각이 난다'며 허벅지 등을 만지기 시작했다"며 "몇 번 도망갔는데도 따라와서 볼을 부비며 '오빠가 인사 잘 봐 줄게’, '너 탄탄대로 걷게 해 준다'며 XX여자 끌어안듯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A씨는 이튿날 출근 후 당시 K세무서장에서 B과장의 사과를 요청했지만 K세무서장은 '증거가 있느냐', '과장이 너를 아꼈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등 내부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경찰 고소를 했다.  

A씨는 글에서 “서장이 ‘그 직원(B과장)이 어떤 직원인 줄 아느냐? 보통 아니다. 여직원 앞에서 뭐 친한척도 못하겠네’라며 타 직원들 앞에서 나의 험담을 거리낌 없이 하는 상황”이라며 “서장도 이미 과장 편”이라고 밝혔다.

A씨는 특히 가해자 B씨와 한 달 넘게 업무 분리 조치가 되지 않았고, 공무상 병가나 기관 이동도 절차상 문제로 윗선에서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건 한달 후 국세청 본청 감사관실에 감사를 요청했으나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이후 해당 커뮤니티에 A씨가 남긴 10개 안팎의 관련 글에는 직장 내 2차 피해를 호소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이후 다시 글을 올려 "이건 정말 아니다 싶어서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인데 조직을 시끄럽게 한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있다"며 "상사가 처벌을 받는다 해도 조직 내부의 일을 외부에 알린 죄로 많은 내부고발자들이 그렇듯 퇴사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또 '그 여자가 (피해를 입었다고) 떠들고 다니는데 확인 안 되고 사무실 출근도 안 하고 전과 16범이라네요. 과장님 좋은 분인데 맘고생으로 살이 쪽 빠졌대요'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 캡처를 올리며 자신에 대한 음해성 소문이 돌고 있다고 토로했다.

A씨는 1년 뒤인 2018년 9월 '성범죄 피해자로서 남기는 글'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마지막으로 이 커뮤니티에 글을 남기지 않았다.

그는 "직장에 복귀하는 건 사실상 포기했으며 사람들로부터 '네가 똑바로 처신 못 해서 그런 거 아니냐'는 소리를 귀에 박히도록 들었다"며 "상사의 완강한 부인 끝에 거짓말탐지기까지 받고나서야 기소됐고 그는 아직도 어깨만 쓰다듬으며 격려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A씨는 지난달 31일 인천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결국 직장을 그만뒀으며 사망 전까지 심한 우울증과 심리적 불안감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당시 ‘성폭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상사 B씨를 입건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인천지법은 이듬해 11월 B씨에게 벌금 25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또 1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에 취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당시 A씨가 근무했던 남인천세무서는 중부지방국세청 예하 세무서였다. 인천지방국세청이 2019년 4월 중부국세청으로부터 분리, 개청됐기 때문이다. 

가해자인 B과장은 현재 중부국세청 예하 H세무서에서 과장급으로 근무하다가 올상반기말 명예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가 피해 한달여쯤 지난 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 / 출처=인천투데이
A씨가 피해 한달여쯤 지난 뒤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 / 출처=인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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