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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년기 친구였던 아내, 세무서장 남편 자랑스러워해요”
[인터뷰] “유년기 친구였던 아내, 세무서장 남편 자랑스러워해요”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1.06.10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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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뀐 포지션으로 곧바로 인생 후반전 투입되는 서영윤 경산세무서장
- “서장에게 휴가원 결재 직접 받는 관행 없앴다…직원때 가장 싫었죠”
- 세무조사 업무가 경력의 절반인 ‘조사통’…“전국구 세무법인 커밍 쑨!”

“며칠 전 퇴근했는데 아내가 그러더군요. 세무서장 퇴임식 날 한복을 입고 가기로 마음먹고 대여점에서 예약을 하고 왔다고요. 세무서장까지 한 국세공무원 남편을 저 자신보다 더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내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잠시 먹먹했습니다.”

서영윤 경산세무서장
서영윤 경산세무서장

오는 6월말로 명예롭게 두터운 관복을 벗고 인생 후반전 투입을 준비하는 서영윤 경산세무서장이 9일 오전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털어놓은 ‘아내 향한 은밀한 사랑고백’이다.

36년 4개월간 입었던 관복이 그다지 무겁지 않았던 것은 평생 반려자인 아내가 그를 자랑스러워했기 때문이었다는 고백이다.

무뚝뚝함의 대명사인 대구경북(TK) 출신. 하지만 대부분의 이 지역 출신 남자들이 의외로 조분조분 세심하고 배려 깊은 말투가 많다. 서영윤 서장이 특히 그렇다.

경북 군위에서 나고 대구에서 자란 그는 지금은 폐교가 된 군위 고로국민학교 동창생인 아내와 57년을 함께 걸어왔다. 중학교는 현 경산세무서 관내인 남녀공학 하양중학교를 다녔는데, 지금은 여중이 돼 또 동창회가 단절됐다고 한다. 대구 대건고등학교만 건재하다.

1년전까지 약 10년간 주말부부로 지냈다. 대구광역시 수성구 집에서 30분 남짓한 거리의 경산세무서 부임은 뜻 모를 불안함과 적막함을 마감한 쾌거였다. 게다가 고향에서 공직을 마감하는 행운까지 주어진 바에야, 서영윤 서장에게 여한이 없는 퇴임이다.

영남대학교 행정학과 1학년생으로 농촌활동도 하고 과외교습으로 용돈도 벌면서 나름 새내기 대학생활을 하며 젊음의 고뇌를 즐겼는데,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부랴부랴 국립세무대학교에 도전, 당당히 합격한 케이스다. 세무대 3기이지만 사실 1기들과 동기인 셈.

퇴임을 앞두고 후배들에게 잔소리가 늘었다는 서 서장은 요즘 신뢰와 안정됨, ‘역지사지’를 강조한다. 이런 덕목을 갖춰 ‘내 사람을 만드는 법’을 자주 설파하는 것.

서 서장은 퇴임 후 대구에서 세무법인 개업을 준비 중이다. 공직생활동안 신뢰를 쌓아왔던 선후배 동료들과 뜻과 지혜를 모아 TK 지역에 머물지 않고 전국을 잇는 세무법인으로 키워 갈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실무자 시절 대구지방국세청 조사국에서 무려 8년을 근무하며, 이름을 날렸다. 그 뒤 삼성전자 등을 관할하는 중부지방국세청에서 조사1국, 2국, 3국을 두루 거쳤다. 37년 재직기간 중 조사국 근무기간이 무려 17년이 넘는다. 게다가 지방국세청 중 가장 넓은 중부국세청에서, 고향과 집이 있는 대구국세청 관할 지역에서 수차례 세무서장을 한 경력은 그의 큰 자산이다. 그는 “포천에서 영덕까지”라고 표현했다.

로펌이나 회계법인 등 큰 조직에서 월급쟁이 제의가 왜 없었을까 만은, 그는 “시골 살다 보니…”라며 웃기만 했다. 그러면서 “진짜 능력 있는 사람들 위주로 전국구 팀을 꾸려 실력으로 승부하는 최고의 세무법인을 만들겠다”고 낮지만 단호하게 야심을 드러냈다. 혼자서 움켜잡고 하는 것보다 멀리가기 위해 함께 가겠다는 것.

“돈은 따라간다고 얻는 게 아니죠. 내가 그런 실력을 갖춰 시스템을 만들어 놓으면 돈이 따라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영업 대신 제 브랜드로 승부하기로 했습니다.”

후배들에게 자주 하는 잔소리 중 단연 귀에 솔깃한 게 “내가 싫어하는 일은 남에게 시키지 마라‘는 것. 서 서장이 첫 세무서장을 하면서 가장 먼저 없앤 게 직원이 휴가원 결재를 서장에게 직접 받는 관행이었다. 자신이 직원일 때 가장 싫었던 것이었다고 한다.

1992년과 1998년생 아들만 둘 뒀다. 딸 키우는 재미가 없었을 것 같아 짐짓 “힘들었겠다”고 묻자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들들에게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줬어요. 부모 사는 모습을 보고 믿음직하고 착실하게 자랐습니다. 고마운 일이죠.”

곧바로 후반전에 투입될 전망이다.

“한 일주일정도 살아왔던 사람들도 돌아보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그럴 시간이 주어질지 모르겠어요.”

서 서장이 진짜 일주일만 쉴지는 아직 모르지만, 바뀐 포지션에 한 기대감이 남달라 보인다. 비즈니스 얘기는 조만간 대구에서 듣기로 했다.

서영윤 경산세무서장
서영윤 경산세무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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