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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사 부양하랴 재난지원금 주랴…세금 빠듯한데 가성비 논란
신용카드사 부양하랴 재난지원금 주랴…세금 빠듯한데 가성비 논란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1.06.16 1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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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무원 업무추진비만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써도 소상공인 매출 2.5% 증가
- 집권당도 별 생각 없이 신용카드 사용 권장…디지털화폐 도입추세에 역행

국가 공무원들이 한해 1698억 원 규모의 업무추진비 등 운영예산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서 한편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코로나19 피해를 선별적으로 지원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병 주고 약주는 행위’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신용카드 회사들이 신용카드 가맹점들인 소상공인‧자영업자들로부터 피 같은 가맹점 수수료를 받아가도록 정부 관료들이 보장해주면서 한편으로 국민 세금으로 코로나19 피해 보상을 해주자는 주장이기 때문에 나온 지적이다.

익명을 부탁한 금융권 관계자는 16일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공무원들이 업무추진비 등 운영비를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이 결제금액의 2.5%를 신용카드 회사에 주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이 증가해 그만큼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현행 연 매출 5억원을 초과하는 일반 가맹점은 카드 수수료로 매출의 최대 2.5%를 낸다. 그러나 연 매출 3억원 이하인 영세 가맹점과 연 매출 3억~5억원인 중소 가맹점은 각각 0.8%, 1.3%를 가맹점 수수료로 신용카드 회사에 내야 한다.

국가 공무원들이 2021년 한 해 동안 업무추진비로 사용하도록 책정된 금액은 1698억원이다. 가령 중앙부처 한 기관장은 지난 4월 한 달동안 150만2000원의 업무추진비를 지출했다. 코로나19 대응업무 등 주로 일이 몰려 야근이 잦은 부서원들을 격려하느라 밥을 사주는 데 이 돈을 썼다.

문제는 이 기관장이 쓴 업무추진비가 모두 신용카드로 결제된 점. 대부분 일반 가맹점인 음식점 등에서 결제된 업무추진비 금액의 2.5%가 해당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호주머니를 빠져나와 대기업들인 신용카드 회사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2020년 한 해 동안 업무추진비로 8억 6048만 원을 썼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해 1년간 6050만 원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했다. 각각 2151만원과 151만2500원이 가뜩이나 생계조차 어려워진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로 빠져나간 것이다.

정 전 총리와 윤 전 총장을 비롯해 업무추진비를 지출할 수 있는 모든 국가 공무원들이 업무추진비를 신용카드 대신 지역사랑상품권 등 제로페이를 이용해 결제했다면, 연간 42억4500만원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소득이 됐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무원들이 지출하는 경비를 아무 생각 없이 신용카드로 지출하고 있는데, 신용카드로 결제하지 않으면 소상공인‧자영업자들에게 더 많은 소득을 가져다 준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공직사회는 물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도 공직자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송영길 집권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올해 3분기 신용카드 사용액이 2분기보다 많으면, 증가분의 일정 비율을 현금으로 돌려주겠다”고 밝혔다.

백신 보급 확대에 맞춰 내수 소비를 자극하겠다는 취지로 밝혔지만, 최근 “가맹점 수수료율을 더 내리지 말아 달라”는 신용카드 회사들의 민원을 ‘신용카드 캐시백’ 정책과 연계, 국민 입장에서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꼼수로 추정되고 있다.

민주당은 캐시백을 전 국민에게 적용하는 대신 현금 환급액에는 상한을 두겠다는 구상으로, 추경 반영 규모 등을 놓고 정부와 추후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어떤 경우든, 명시적으로 신용카드 사용을 독려했다는 점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을 목표로 만들어진 제로페이나 지역사랑상품권 등을 장려하는 기존 정부정책과는 배치된다는 분석이다.

오는 11월 처음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시범 발행하는 중국에 이어 미국 바이든 대통령도 달러화를 CBDC로 도입하겠다고 천명하면서 주된 도입 이유로 국민 재난지원 등에 적합한 수단임을 명시한 바 있다.

한편 업무추진비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는 문재인 정부는 방식 등을 확정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낸 뒤 지난 3월부터 부처별로 공개를 시작했다.

업무추진비 공개 기준에는 사용일자와 시간, 장소 등이 포함됐다. 기존 장차관과 외청장, 기관장 외에 본부 실장 및 국장급 공무원도 공개 대상에 포함된다. 공개 주기도 기관 자율에서 매월 또는 분기로 강화됐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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