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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안테나] ‘명예는 사라지고 강제만 남았다’ 국세청 명퇴…“고민할 때”
[국세안테나] ‘명예는 사라지고 강제만 남았다’ 국세청 명퇴…“고민할 때”
  • 이예름 기자
  • 승인 2021.06.23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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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돌 빼 아랫돌로 메우는 식’ 인사…시대 변화 감안 보완·개선 시급 주장
명예퇴직 뒤 ‘제2의 세무인생’ 어렵고 향후 세무사 자격 없는 간부 명퇴도 복병
국세 경험 풍부한 50대 초중반 간부 명퇴 뒤 로펌·세무법인行도 큰 부담
‘고양이 목 방울’식 회피는 해결 도움 안 돼…조직 내 ‘합의’ 우선 마련해야

햇살이 제법 따갑고, 다시 여름을 실감하는 계절이 왔습니다. 그나마 백신이 ‘희망’입니다만 코로나19가 일상이 된 현실에서 세정가는 또 이렇게 어김없이 계절을 맞고 있습니다.

벌써 올 상반기를 마감합니다. 비교적 안정기를 구가했지만 세정가는 상반기 마감과 함께 고위직·간부인사를 목전에 두고 이곳저곳에서 뜨거운 열기를 느끼게 합니다. 국세청 고위간부와 고참 세무서장들이 명예퇴직의 이름으로 정든 세정가를 떠나게 됩니다.

올해도 이미 몇 달 전부터 상반기 명퇴 대상자 명단이 돌았고 ‘누가 냈다’는 식의 소문은 지난달부터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명퇴신청이 예민하게 작용하는 것은 명퇴 규모에 따라 후속 승진이나 보직발령이 결정되는 등 모두 연계돼 있기 때문이지요.

국세청이 운영하는 서장급 이상 간부의 명예퇴직 제도에 대해 한쪽에서는 ‘아름다운 전통’으로 평가하면서 “세무서장 이상 간부들은 이미 조직의 명퇴제도 혜택을 받은 만큼 그 대상에 해당되면 후배들을 위해 기꺼이 명퇴대열에 합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쪽에서는 ‘명예 아닌 강제퇴직’으로 취지가 변질됐다고 평가하면서 “국세청 간부 명퇴제도는 시대에 맞지 않고, ‘명예’가 사라진 경직된 운용으로 이제 분명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렇게 맞선 주장에 대해 현직 국세청 간부들이나 이미 명퇴의 이름으로 세정가를 떠난 선배들은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다”는 양시론(兩是論)으로 피해 가지만 “개선이 필요하다”는 원론에는 대부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굳이 100세 시대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회 전반적으로 정년 연장이 심도 있게 논의되는 상황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국세청 간부 명퇴제도를 그냥 ‘아름다운 전통’으로만 치부하기에는 주변 변화가 너무 빠르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변화에 맞게 고치고 수정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지금처럼 ‘암묵적’으로 “당신이 선배들의 명퇴로 그 자리에 올랐으니, 무조건 때가 되면 당신도 후배들을 위해 자리를 내 줘야 한다.”는 명분으로는 이 급변하는 세상에서 바로 시비에 휘말릴 소지가 다분합니다. 국세청 간부도 ‘공무원’으로 법에서 보장하는 정년이 있기 때문입니다.

명퇴의 이름으로 공직을 떠난 많은 국세청 간부들이 드러내 놓고 말은 못했지만 문제가 있는 제도라는 지적에는 공감을 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승진을 목전에 뒀던 국세청 간부출신 A씨는 “국세청 안에서 워낙 도도히 흐르는 관행이어서 말은 못했지만 ‘억울하고 안타까워’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운 경험이 있다”고 말하면서 “경륜과 경험에다 ‘마지막 작품’이라는 각오로 국세청과 국세행정에 남길 ‘꼭 할 일’이 있었지만 막상 때가 되니까 말도 못 꺼낼 분위기 였다”고 경직된 명퇴제도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국세청의 올 명퇴에서도 예외 없이 명퇴제도 개선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국세청 간부들은 퇴직 후 세무사 개업으로 ‘제2의 세무인생’을 걸었습니다. 여건도 비교적 좋았고, 열심히 뛰면 현직에서 근무할 때보다 얻는 과실도 훨씬 많았습니다. 그래서 조직 안에서 예민한 눈치를 보느니 당당하게 나가 개업 세무사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명퇴제도를 유지한 큰 동력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고위직 출신의 ‘제2의 세무인생’ 여건이 결코 녹녹치 않습니다. 과당경쟁에 출혈경쟁까지 가세해 설자리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렵게 결심해서 연 세무사 사무실이 ‘부담’으로 변한 사례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전관 프리미엄이 사회적 눈치 거리로 변했고, 그렇다고 실무적 능력이 탁월한 것도 아니어서 국세청 고위직 간부가 퇴임 뒤 구상을 하기란 결코 만만치가 않습니다. 사무관 이상 국세경력자에 대한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제도가 폐지된 뒤 현직 국세청 간부들 중에는 퇴임한 뒤 세무사 개업을 아예 생각조차 못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같은 현상이 국세청에만 존재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법조계를 비롯해 전관과 연계된 자격사 업계가 공통적으로 겪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아직은 긍정과 부정이 엇갈리는 조심스러운 분위기지만 현실이 냉정한 만큼 이른 시기에 강력한 ‘변화’를 요구받을 것이라는 예상에는 모두 이견이 없습니다.

국세청 명퇴제도는 변화를 요구받고 있지만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하는 역할은 피하고 있어 일종의 ‘폭탄 돌리기’ 게임처럼 되고 있습니다.

특히 후배들의 자리를 위해 정년보다 먼저 무조건 나와야 하는 국세청 명퇴제도는 어떤 형태로든 보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국세청에서 많은 경험을 쌓고 한참 일 할 나이인 50대 초중반에 명예퇴직의 이름으로 국세청을 나와 로펌이나 회계법인, 세무법인으로 가는 것이 과연 최선인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한 현실입니다.

특히 명퇴제도가 시행 초기에는 윗자리 창출 효과가 있었겠지만 결국 윗돌 빼고 아랫돌로 막는 상황이 된 지금 단지 일시적 적체를 피하기 위해 개선을 머뭇거린다면 더 큰 문제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가는 것이 오늘 국세청 명퇴제도를 보는 시각이기도 합니다.

해마다 6월말, 12월말이면 자리를 두고 되풀이 되는 국세청 명퇴제도에 대한 아쉬운 시선이 언제쯤 개선될까요? 물론 조직 안에서 ‘합의’가 필요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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