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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정책 비웃은 재벌가, 한남더힐 거래로 국세청도 비웃나?
주택정책 비웃은 재벌가, 한남더힐 거래로 국세청도 비웃나?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1.07.1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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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주택 중과 피하려 법인명의거래→규제→신탁→규제→증여
- 재벌동네 한남동 관할 용산세무서장에 세무조사통 전격부임
- 서동욱 용산서장, “반칙‧특권‧반사회적 불공정 탈세에 엄단”

재벌가 회장들과 자녀들, 전직 고위 관료들과 전임 청와대 실력자들이 두루 모여 사는 서울시 용산구 독서당로 111 한남 더힐 아파트 주인들이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웃으며 절세와 탈세의 경계를 넘나들었다는 방송보도가 나온 뒤 국민들이 술렁이고 있다.

삼성과 현대, LG, SK 등 국내 최고 재벌가 사람들은 초고가주택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일대에 살면서 인근 한남 더힐아파트를 수채씩 사들였지만, 세금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다주택자 중과세 대상에서 쏙쏙 빠져나간 정황이 알려지면서 불법행위와 탈세 등의 정황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KBS>의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시사기획 창>은 한남더힐 거래를 전수 분석해 정부 부동산 대책의 실패 원인을 짚은 방송분을 11일 밤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롯데 재벌가 장남 신동주 회장의 이름 앞 글자 영문 이니셜을 딴 법인 SDJ코퍼레이션은 지난 4월 신동주 회장으로부터 70억 원을 빌려 한남 더힐 한 채를 샀다. 신 회장은 이처럼 법인 명의로 주택을 구입해 양도소득세 중과 대상인 3주택자를 면했다. 재벌가 사람들이 주택 소유주인 법인에 월세를 내고 사는 경우도 소개됐다. 법인이 특수관계인과 거래한 데 따른 세금 문제가 뒤따를 전망이다.

다른 재벌가 사람들과 허태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도 같은 방식으로 각각 부동산법인을 설립, 한남더힐을 구입했다. 이들의 부동산 법인 수십개는 조그만 사무실에 회사 이름 팻말을 단 책상 하나씩을 차지한, 사실상 서류상 회사로 확인됐다.

한남더힐 집주인들은 지난 2019년 9.13 대책으로 종합부동산세를 중과하자 법인이 구매하는 식으로 주택 수 증가를 편법적으로 회피했다. 정부가 다시 법인 명의 주택 거래에 대한 규제에 나서자 이번에는 신탁으로 종부세를 회피했다.

이에 정부는 이듬해인 2020년 7월 세법 개정안에서 신탁재산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납세의무자를 수탁자에서 위탁자로 바꿨다. 이로써 2021년부터 신탁회사가 아닌 재벌가 사람들(위탁자)이 해당 신탁재산(주택)에 대한 종부세를 납부하게 되자 이번에는 자녀들에게 증여를 했다.

<KBS>가 한남더힐 등기부 등본을 전수분석 해본 결과, 30대 이하 소유자 85명 중 17명은 증여로 받았고, 68명은 직접 샀다. 최연소는 2019년에 태어난 두 살배기 아기였다.

국세청은 그동안 부동산 편법거래를 통한 세무조사를 벌여오면서 수차례에 걸쳐 조사 결과를 발표해왔다. 그러나 납세자의 개인정보를 공개할 수 없기 때문에 재벌가의 실명이 공개된 적은 없다.

이번 <KBS>보도를 계기로 그간 국세청의 세무조사에 재벌가 조사 내용이 일부 포함됐음이 드러났다. 농사도 짓지 않는 재벌가 자녀가 그린벨트 내 농지를 사서 큰 연못까지 갖춘 호화별장을 짓고 있는 정황도 드러났다. 연못 물을 농업용수라고 신고한 것으로 알려져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확인 중이다.

아무리 재벌가 자녀들이라지만 두 살 배기 아기를 포함해 30대 미만 자녀가 수십억원의 주택 구입 자금을 어디서 마련했는지 추적, 소득 범위를 초과한 경우 증여세 추징 대상이다.

마침 지난 6월30일 서울 한남동을 관할하는 용산세무서장에 세무조사통이 부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날 제 50대 용산세무서장에 취임한 서동욱 서장은 직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2국 조사2과장으로 근무했다. 이 부서는 법인과 재벌가 등 개인의 탈세 혐의를 조사하는 부서다.

지난 1965년 충남 아산에서 태어난 서동욱 서장은 야구 명문 북일고와 국립세무대(3기)를 졸업한 뒤 국세청에 입사, 2차례 세무서장을 지낸 것 이외에 대부분을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과 조사2국에서 세무조사 업무에 집중해 온 자타공인 ‘조사통’이다.

서 서장이 재벌가 주거지가 밀집한 한남동 일대 관할 세무서장으로 부임한 시점에 공영방송 이 초고가 아파트 한남더힐 소유자들의 편법‧탈세 의혹을 보도한 것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특히 소위 ‘똘똘한 한 채’는 세 부담을 완화해 줘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집권 더불어민주당도 1주택자 종부세 완화 방향을 발표한 가운데, 정부가 이런 흐름이 국내 최고 재벌가에게도 동일한 잣대로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동욱 서장은 1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한남더힐 보도는 보지 못했고,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가에 대한 세무조사나 불복 등 세무상 문제는 서울국세청에서 직접 수행한다”고 말을 아꼈다.

서 서장은 그러나 지난달 30일 취임 당시 “성실납세 분위기를 저해하는 반사회적 탈세‧체납에 엄정하게 대응해야 한다”면서 “반칙과 특권을 통한 불공정 탈세 등 반사회적 탈루행위에 조사역량을 집중하고, 부동산 거래 관련 취득자금 출처, 부채상환 등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여 변칙적 탈루에 빈틈없이 대응해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악의적 고액체납자에 대해서도 고도화된 빅데이터 분석 등 체납 징수 인프라를 적극 활용, 추적‧징수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도에 따르면, LG그룹 구광모 회장과 박용현 두산그룹 전 회장, 구동휘 E1 대표이사 등 LS그룹 일가, 롯데가 장남 신동주 회장, 이헌재 전 부총리와 장관 등이 한남 더 힐을 구입했다. 한남 더 힐은 최고가 82억 원, 전체 거래액이 2조 1547억 원에 이른다. 집주인 셋 중 하나는 현금을 내고 샀다.

KBS 시사기획 '창' 방송 장면 캡처.
KBS 시사기획 '창' 방송 장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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