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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칼럼] 법사위는 상원 노릇 그만하고 세무사법 본회의로 넘겨야
[이대희 칼럼] 법사위는 상원 노릇 그만하고 세무사법 본회의로 넘겨야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1.07.2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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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었다. / 이미지=KBS 뉴스 화면 캡처
22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전체회의를 열었다. / 이미지=KBS 뉴스 화면 캡처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철지난 상원 노릇을 하며 1년 7개월이나 끌고 있는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또 제동을 걸고 계류시켰다.

법안의 위헌성을 거론하지만 법사위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율사 출신 의원들이 자신들의 직역인 변호사 밥그릇을 지켜주기 위한 횡포에 다름 아니다. 현재 법사위원 18명 중 11명이 변호사, 판검사 출신이다.

그들은 ‘직역(변호사)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위헌성이 없도록 정확한 법률을 만들기 위해서’라며 “유독 변호사에 대해서만 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빼고 세무업무를 하게 하는 것은 헌재 결정 취지에 반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명분이 궁색할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왜곡하는 것이다.

이날 법사위에서 홍남기 부총리가 변호사업계의 입장을 대변한 율사 출신 위원들의 생떼 주장에 대한 반박이 돋보일 수밖에 없다.

홍 부총리는 “2018년 헌재 불합치 결정의 취지는 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이 위헌이라는 것이고, 세무업무 허용범위는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고 했다”며 받아쳤다. 이어 “기재위 소위에서 세무사회와 변협 의견을 수렴해 두 가지 업무(장부작성과 성실신고확인)를 제한하는 것이 절충점이라고 여야가 합의해 통과시켰고, 정부도 그 내용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민주당 박성준 의원도 “변호사라는 직역 하나가 모든 영역을 다 총괄해서 영유할 수 없다”고 반박한 것도 지극히 상식적이다. 산업화 이후 다양해진 분야별로 각자의 전문가가 있어 변호사측 주장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20대 국회에서 기재위 소속으로 세무사법 개정안을 만들 당시 참여했던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조차도 “(나 자신이) 변호사지만 국민을 위해 일하는 입장에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조정한 법안인 개정안에 찬성한다”고 했다.

변호사측 주장의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렇듯 일부 율사출신 의원들을 제외한 법사위원들과 홍 부총리의 토론 흐름을 보면 상정된 세무사법 개정안이 헌재 결정에 부합하기 때문에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진다.

그럼에도 직역이기에 집착하는 율사출신 의원들은 헌재 결정마저 부정하며 세무사시험 합격자들의 등록과 업무수행을 방해하고 세무사제도를 무력화하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

변호사들과 이들을 대변하는 법사위 율사 출신 의원들의 주장은 한결같다. 세무사 업무가 본래 변호사 직무여서 신규 변호사들의 세무사 업무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평등권 침해와 신뢰보호의 원칙에 반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현재 법사위에 계류돼 있는 세무사법 개정안은 홍 부총리 말대로 세무업무를 일률적으로 금지한 것이 위헌이기 때문에 ‘허용범위를 국회에서 정하라’는 헌재 결정의 취지를 반영한 것이다.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가 여야 합의로 기장과 성실신고확인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무업무를 허용하는 법안을 만들었으므로 법사위는 위헌 여부를 논할 권한이 없다.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한 월권일 뿐이다.

더구나 서울변호사회는 지난 15일 헌법재판소가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지 불과 5일 만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 인용결정은 대법원을 비롯한 모든 법원의 판결을 기속하는데도 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헌재 결정을 부정하며 동일 사안에 대해 헌법소원을 낸 행위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이들이 헌법소원을 낸 목적은 법사위에 상정된 세무사법 개정안을 저지시키기 위한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 지금까지와 같이 ‘헌재 결정을 지켜보고 통과여부를 다시 논의하자’는 딴지를 걸기 위한 것 아닌가.

헌재 결정을 왜곡해 해석하고 인정하지 않는 율사출신 국회의원들과 인권을 옹호한다는 변호사 집단의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는 행태가 참으로 놀랍다.

더구나 2018년 변호사자격증을 갖고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한 사람이 고작 114명으로 극히 일부만 세무사 업무를 하고 있는데 왜 특정업무 못하게 하느냐고 항변하는 자기 모순적 주장을 하는 의원들도 있다. 그렇다면 왜 하지도 않을 기장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달라고 떼를 쓰는지 먼저 설명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타당성이 없으니 논리적이지도 못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황당한 주장이 나오게 되는 것이다.

국민 대부분이 법에 무지렁이였고 법률전문가가 적었던 시절 변호사에게 세무사, 변리사 업무 등을 주어 대국민 서비스에 많은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분야별 자격사제도가 자리잡은 지금까지 시험도 없이 공짜 자격과 업무를 갖겠다고 하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법은 상식의 최소화인데 상식을 벗어난 변호사 집단의 이기심과 구시대적 적폐를 고수하려는 고집이 도를 넘었다는 국민들의 지탄이 팽배한 상황이다.

국민의 법 상식과 법 감정은 산업화 시대의 그것과는 판이하다. 법조인 못잖은 법률지식을 가진 자격사들이 수두룩하고 정보화 진전으로 일반 국민들의 수준도 매우 높아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변호사가 모든 것 해야 한다고 우기는 것은 자신들의 사회적 위상과 신뢰만 떨어뜨릴 뿐이다. 헌재 결정을 부정하면서까지 욕심을 부릴 것이 아니라 법률사무로 할 수 있는 세무업무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면 경쟁력도 확보된다.

특히 법사위의 기능은 법안이 다른 법과 충돌하지는 않는지, 법안 문구가 명확하고 적합한 지 등을 검토하는 ‘체계·자구 심사권’이다. 체계·자구 심사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소관 상임위의 입법권을 침해하는 월권을 지속함으로써 정쟁을 키우고 정치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점을 법사위는 자성해야 한다.

19대 국회에서 법사위의 체계·자구심사 기능을 폐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됐고 20대 국회에서는 체계·자구 심사 외에 법안의 본질적인 내용을 수정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지만 무산됐다.

국회 법사위는 다음 전체회의에서 또 다시 위헌성 등을 거론해 스스로 품격을 떨어뜨리지 말고 세무사법을 국회 본회의로 올려야 한다.

직역이기를 대변하면서 시대착오적인 상원 노릇으로 화급한 법안의 통과를 무산시켜 자격사제도 질서를 흩트리고 국민에 불편을 초래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대희 편집주간
이대희 편집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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