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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칼럼] 세제개편안에 논평 한 줄 없는 세무사회, 전문가단체 맞나?
[이대희 칼럼] 세제개편안에 논평 한 줄 없는 세무사회, 전문가단체 맞나?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1.07.30 13: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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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들, 권위에 주눅 들지 않고 목소리 높여 ‘변호사=인권옹호’ 이미지 각인
세무사가 잘못된 조세정책 당당히 비판할 때 국민도 진정한 조세전문가로 인식

혹시나 하고 기대했는데 올해도 역시나다.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나흘이 지나도록 국내 유일의 조세전문가 단체를 자처하는 한국세무사회는 논평 한 줄이 없다.

이번뿐만 아니라 이제껏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세금 관련 사건에서도 조세전문가 단체로서 목소리를 낸 적이 거의 없던 세무사회였기에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하지만 세법으로 먹고 사는 1만4천 세법전문가의 결집체인 세무사회가 한 해 나라살림과 국민 생활에 영향을 미칠 세제개편안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다는 것은 무책임 그 자체다.

지난 26일 세제개편안 발표와 동시에 경제단체와 경제 관련 사회시민단체들은 앞 다퉈 논평과 성명을 내 개편 방향과 내용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대한상의 중소기업중앙회 경총 전경련 등 경제 4단체와 경실련 참여연대 납세자연맹 등 수많은 시민단체, 학회 등이 각자의 입장과 논리로 잘잘못을 따졌고 언론은 이들의 다양한 시각을 전하면서 여론을 형성했다.

세무사회가 다른 경제단체나 시민단체에 비해 세법 실력이 모자라서 논평이나 성명을 못내는 것일까. 그건 아닐 것이다. 세무사회는 불합리하거나 납세자 권익에 불편을 주는 세법령을 바로잡아 달라며 매년 100여건의 세법개정 건의안을 세제당국에 제출하고 있다.

해마다 건의안을 내는 것을 보면 정부가 마련한 세제개편안이 완전무결해서 입을 닫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다. 괜히 비판적 논평을 냈다가 감독기관의 심기를 건드려 밉보이기 보다는 꿀 먹은 벙어리가 낫다는 집행부의 소신(?)이 무논평(無論評)으로 귀결된 것이다.

과연 감독기관인 세제당국을 의식해 조세전문가로서 할 말이 있어도 조용히 입을 다무는 것이 세무사업계와 세무사회에 과연 도움이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조세전문자격사로서 주어진 역할에 당당하지 못하고 몸을 사리면 스스로 위상을 떨어뜨려 전문가 대접조차 받지 못하는 처지로 전락할 뿐이다.

사소한 실수 정도로 치부하고 싶겠지만, 기획재정부가 세제개편안 발표자료에서 공인회계사회는 물론 세무학회도 ‘세법개정 건의단체’로 표기한 반면 세무사만 쏙 뺀 것은 만만한 ‘호구’ 정도로 보였기 때문 아닌가. 아니면 감독기관으로서 세무사회에 쌓인 악감정이 작용해 고의적으로 누락시켰든지.

변호사 집단인 대한변협의 경우 사법정책의 입안이나 인권침해 관련 사안이 있을 때마다 즉각적으로 성명을 내고 문제점을 거침없이 비판해 왔다. 감독기관인 법무부는 물론이고 입법기관인 국회와 정권을 겨냥해서도 잘못을 탓하고 시정을 요구한다.

변호사집단이 정권이나 정부기관의 권위에 주눅들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 온 결과 ‘변호사=인권옹호’라는 이미지를 국민에 확실히 각인시켰다. 법률지식을 토대로 줄기차게 발표해 온 논평과 성명이 여론 형성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무사는 어떤가. 과연 세무사회가 주창하는 ‘세무사=납세자 권익보호’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위상이 정립되어 있다고 자부할 수 있을까. 세무사들에게는 섭섭하게 들릴지 모르나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게 여론의 평이다.

걸핏하면 터져 나오는 세무비리에 세무사가 연루되면서 ‘절세전문가’가 아닌 ‘탈세조력자’ ‘탈세전문가’의 이미지가 덧칠돼 있다. 부당한 세금을 해결해주는 ‘착한’ 자격사이기 보다는 탈세를 도와주는 ‘나쁜’ 자격사라는 인식이 국민 머릿속에는 더 깊숙이 박혀 있다.

소수의 세무사들이 시민단체 활동을 통해 잘못된 조세정책을 바꾸려 노력하고 영세 중소사업자 지원 활동에 나서며 조세전문가로서의 위상 제고에 일조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세무사회가 뒷짐 진 채 이런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정부기관의 무시와 함께 국민과 납세자의 외면만 받을 뿐이다.

조세정책과 세법에 대해 세무사회가 잘못된 것은 과감히 비판하고 당당히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낼 때 국민도 세무사를 진정한 조세전문가로 인식하고 다가오게 된다. 세무전문가로서의 세무사 위상은 스스로 외친다고 저절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다. 구성원과 집단이 내는 목소리에 국민이 공감할 때에야 비로소 이뤄진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변협이 법률자격사단체로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어 자신들의 입지를 공고히 하는데, 조세전문가 집단을 자처하는 세무사회가 못하는 이유는 뭔가.

임원선거 때마다 세무사회장 자리를 차지하려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소송전을 불사하며 피터지게 싸우던 결기(?)는 어디로 갔나. 오로지 회의 권력을 차지하려는데 혈안이 된 저열한 내부 싸움판은 세무사의 위상만 떨어뜨릴 뿐이다.

이제 그런 열정과 결기는 권력 눈치를 보지 않고 잘못된 조세정책과 세무행정에 대해 과감히 비판하는데 써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세무전문가 단체답게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납세자는 물론 여론도 세무사의 편이 되어 준다. 여론과 국민이 인정할 때에야 비로소 세무사의 부정적 이미지도 벗어나게 되고 세무사회가 진정한 조세전문가단체로 발전할 수 있다.

내년 세제개편안 발표 때에는 조세정의와 납세자 권익보호에 위배된 세법령을 따끔하게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격조 높은 세무사회 논평이 나올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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