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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탈세 추징 시효는 끝나”…허재호 前 대주그룹 회장 일부 승소
법원, “탈세 추징 시효는 끝나”…허재호 前 대주그룹 회장 일부 승소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1.08.09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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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기‧기타부정행위에 적용하는 10년 부과제척기간, ‘중단’ 사유 없어 끝나
- 도피 등 중단사유 인정되면 특가법상 조세포탈, 조세범처벌법 적용은 가능
- 서울행정법원, “검찰, 소환 통지나 인도·국제공조 요청 없었다”…일부 인정

재벌가 대주주가 ‘국세기본법’상 사기 기타 부정행위에 해당돼 10년의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되기 때문에 지난 2007년 탈세 혐의 세금에 대한 시효는 2018년에 끝났다고 법정에서 주장, 일부 승소했다.

이 대주주는 자신에 대한 탈세 혐의의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점을 입증하겠다며 “한국 수사기관이 소환 통지나 인도 요청, 국제공조 수사 요청 등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외 거주기간은 공소시효에서 제외된다고 볼 수 없다”며 법무부를 상대로 소송, 법원이 이를 인정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유환우 부장판사)는 허재호(79·남) 전 대주그룹 회장이 법무부를 상대로 낸 정보 비공개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허 전 회장은 지난 2019년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조세)’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그는 탈세로 지목된 세금이 2007년 발생했는데, 이 세금을 2008년 5월말일까지 신고해야 하는 만큼 10년이 지난 2018년 5월로 시효가 만료됐다고 주장해왔다.

국세청에 따르면, 세법상 ‘부과제척기간’으로 정의되는 세금 시효는 통상 5년이 적용되지만, ‘사기 기타 부정행위’에 해당될 경우 10년으로 부과제척기간이 늘어난다.

허 전 회장은 10년임을 인정하더라도 세법상 공소시효인 부과제척기간이 지났음을 주장해왔다. 또 세법과 별도로 형사법인 '특가법' 등의 주요 쟁점 중 하나인 국외체류기간은 공소시효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검찰 주장을 반박해왔다.

국세청 관계자는 9일 본지 통화에서 “신고기한이 있는 양도소득세의 경우 신고기한 다음날 2007년 6월1일이 부과제척기간 기산일(시작일)”이라면서 “형사(특가법)상 공소시효 정지‧중지기간을 시효에서 뺄 수 있기 때문에, 국세청 부과제척기간 계산과 검찰 공소시효 계산법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조세포탈에 따른 형사처벌 공소시효 기산일과 특정범죄가중처벌 기산일, ‘국세기본법’상 부과제척기간 기산일은 같은 것으로 보이지만, 허 회장 건은 부과제척기간 10년 공소시효 10년이라도 도피 등 기간을 뺀다면 공소시효가 길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단이 인정되는 사유가 없는 세법상 ‘부과제척기간’은 지난 게 맞지만, 도피 등 중단이 인정되는 기간을 빼 부과제척기간보다 공소시효가 더 길어질 수 있는 ‘특가법(조세)’과 ‘조세범처벌법’상 처벌을 받을 수 있고, 그밖의 별도 세금 추징은 어렵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A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본지 취재에 "(허회장 측에서) 일단은 공소시효 정지가 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으나 해외도피로 보이고 따라서 공소시효는 정지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과세처분은 부과제척 기간이 지나 취소 사유에 해당하지만, 형사상 해당 죄 자체는 무죄 판단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납세의무의 확정시기를 정의한 현행 ‘국세기본법’ 22조 2항에 따르면, 양도소득세와 같은 신고납세 세목도 납세의무자가 과세표준과 세액의 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국세청이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또는 경정)하는 때에 납세의무가 확정된다. 이 법은 그러나 지난 2018년과 2020년 개정돼 허 회장에게 소급적용할 수는 없다.

검찰은 그동안 허씨 측은 그가 2015년 출국해 뉴질랜드로 가면서 시효가 정지됐다고 해석했다. 허씨측은 그러나 “수사기관이 소환 통지나 인도 요청, 국제공조 수사 요청 등을 게을리 해서 시효가 지난 것”이라고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허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정부가 뉴질랜드 측에 나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는지, 국제수사 공조를 요청했는지 정보 공개를 해달라”고 청구했다가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다. 법무부는 허씨가 청구한 정보가 외교관계에 관한 일이며,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이 있는 정보인 만큼 비공개가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공개되더라도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다거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법무부가 허씨 청구를 받아들이라고 판결했다. 법무부가 ‘형사사법공조 관련 정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비공개하는 것은 ‘국민 알 권리’와 ‘정보공개법’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법원이 비공개로 정보를 열람·심사한 결과 법무부는 허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청구를 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다만 기소 이후인 작년 2월 뉴질랜드 정부에 형사사법 공조 요청을 외교부에 의뢰했다.

검찰이 수사 과정에 범죄인 인도나 사법공조를 청구한 기록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실제로 공소시효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검찰은 허씨의 출국뿐만 아니라 핵심 참고인이자 허씨와 사실혼 관계였던 황모씨의 소재가 확인되지 않아 수사를 한동안 중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허씨는 2007년 5∼11월 황씨 등 3명의 명의로 보유한 대한화재해상보험 주식 매각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5억여원과 차명 주식 배당금의 종합소득세 650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로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과거 탈세로 선고받은 벌금 254억원을 내지 않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가 2014년 귀국해 벌금 대신 일당 5억원의 노역을 선택해 ‘황제 노역’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에 검찰이 노역을 중단시키자 허씨는 석방 후 남은 벌금을 납부했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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