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1:24 (금)
신탁과세 지상강의 (1) 신탁의 기본 개념과 실제 운영
신탁과세 지상강의 (1) 신탁의 기본 개념과 실제 운영
  • 이환구 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 승인 2021.08.13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소유권 넘겨야 ‘신탁’ 성립

•명의신탁은 ‘신탁’ 아냐

•“예금은 일부만 보호받아도 ‘신탁’은 수탁기관이 망해도 전액 회수가능하고,
수탁자 채권자들이 ‘강제집행’이나 ‘체납처분’ 할 수 없다”

 

이환구 변호사법무법인(유) 광장
이환구 변호사법무법인(유) 광장

작년 세법 개정에서 신탁 관련 세제가 전반적으로 개편되었다. 금융투자소득 세제 도입 등 다른 중요한 이슈들에 다소 가려진 측면이 있지만, 신탁 관련 세제의 개편은 신탁업계와 세법학계의 오랜 숙제 중의 하나였으며, 향후 신탁이 영미권이나 일본 등과 유사한 수준으로 활용되기 위한 중요한 디딤돌이 될 전망이다. 
이제는 정비된 세법을 토대로, 이미 많이 활용되고 있는 특정금전신탁, 부동산신탁 이외에 유언대용신탁, 수익자연속신탁, 후견신탁 등 가족신탁이 보다 활성화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등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이에 따른 구체적인 세법 적용사례 및 유권해석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게 됐다. 
위와 같은 과제를 수행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신탁제도를 바르게 이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세법과 관련해 신탁제도에 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은 주식회사에 관한 법인세 및 기타 세법을 정확히 적용하기 위해서 주식회사라는 제도를 알아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 일부 조문이나 논의들을 보면 신탁을 명의신탁과 구별하지 못하는 등 신탁의 기본적인 개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를 흔히 발견할 수 있을 정도로, 신탁에 대한 이해가 잘 되어 있지 않은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것은 신탁제도가 본래 영미법에서 출발해 대륙법계인 우리 민사법 체계에서 볼 때 이질적인 요소일 뿐만 아니라, 법학교육 체계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고 있어 대부분의 법률가들에게도 신탁이 상당히 생소한 개념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 기인한 것으로서,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신탁 관련 세제가 단순한 입법 차원을 넘어 집행 및 적용과 관련하여도 이용자들의 예측 가능성은 물론 공평성과 합리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서는 쉽지 않지만 신탁을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번 글에서는 신탁의 개념과 실제 운영과정에 대해서 최대한 쉽게 설명해 보고자 한다. 
 

신탁의 개념
“신탁(信託)”은 일정한 재산을 믿고(信) 맡긴다(託)는 뜻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재산을 믿고 맡기는 모든 행위가 신탁이 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예를 들어, 1)거액의 돈이 들어 있는 돈 가방을 가장 믿고 친한 친구에게 며칠 맡겨둘 수 있고, 2)은행에 예금을 하는 것도 돈을 말 그대로 믿고 맡겨두는 것이지만, 이러한 행위를 신탁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우선, 신탁은 재산의 소유권을 일정한 목적을 위해 대내외적으로 상대방에게 이전시킴으로써 성립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위 1)의 예와 같이 단순히 돈 가방을 맡기는 행위는 그 가방의 소유권을 친구에게 넘기겠다는 의사가 없었던 이상 민법상 “임치(任置)”가 될 수는 있어도 신탁이 성립할 수는 없다. 
이와 유사한 관계가 주식 등을 명의신탁한 경우에도 성립한다. 명의신탁의 경우에는 대외적인 소유권이 이전될 수 있지만, 명의신탁자(명의를 빌리는 사람)와 명의수탁자(명의를 빌려주는 사람) 간에는 여전히 명의신탁자 소유로 남기 때문에 “대내외적으로” 재산의 소유권이 상대방에게 이전되는 신탁과는 차이가 있다. 조금 어렵게 들릴 수도 있지만, 돈 가방을 맡기든 주식을 맡기든 적어도 당사자 사이에서 그에 따라 소유권이 바뀌지는 않는다는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이고, 반면 신탁을 해두면 신탁재산의 소유권이 넘어가기 때문에 소유관계라는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다르다. 특히, 신탁과 명의신탁을 구별하는 것은 이론적·실무적으로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으므로 아래에서 다시 별도로 설명한다.   
또한, 신탁에 따라 이전된 재산은 수탁자의 다른 재산과 분리되어 독립적으로 취급된다. 위 2)의 예에서 은행에 예금을 하면 그 돈은 은행의 재산이 되고 다른 재산과 섞여서 구분할 방법은 따로 없다. 이에 따라 은행이 파산을 하게 되면, 예금자보호법 등 일정한 법률에 따라 일정 부분을 보호받을 수는 있지만, 이미 다른 재산과 섞여버린 예금을 따로 찾아올 방법은 없게 된다. 
반면, 동일한 금액을 신탁하여 둔 경우라면 그 신탁재산을 은행이 파산한 경우에도 독립적으로 관리되어 회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수탁자의 채권자들이 강제집행이나 체납처분을 할 수도 없는 것이 원칙이다. 이것은 법인의 대표자 또는 주주에 대해서 채권을 갖고 있다고 하여 그 법인의 재산을 강제집행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신탁재산의 독립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신탁은 법인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고, 실제로 작년 세법 개정에서 목적신탁, 유한책임신탁 등의 경우에 신탁재산을 독립된 내국법인으로 취급해 법인세를 납부하도록 한 것은 위와 같은 측면에 착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이해를 토대로 아래와 같은 신탁법상 신탁의 정의규정을 보면, 신탁은 신탁재산의 소유권 이전에 따라 성립하는 것이고, 수탁자는 일정한 신탁목적을 위해 행위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데, 이러한 수탁자의 의무 이행을 담보하는 가장 핵심적인 장치는 “신탁재산의 독립성”이라고 볼 수 있다.

 

 

 

 

 

 

신탁과 명의신탁
앞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신탁은 대상이 되는 자산의 소유권을 “대내외적으로” 수탁자에게 이전한다는 점에서 대외적 소유권만 이전하는 명의신탁과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여기서 “대내적 관계”이라는 말은 재산을 넘기고 받은 당사자 간의 관계를 말하고, “대외적 관계”는 그 양 당사자 이외의 제3자에 대한 관계를 뜻한다. 이러한 두가지 관계를 구분해 살펴봐야 신탁과 명의신탁의 차이점을 보다 분명하게 알 수 있다.    
먼저, “대외적 관계”에서 명의자(신탁의 수탁자, 명의신탁의 명의수탁자)가 소유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는 신탁과 명의신탁 간에 차이가 없다. 이것은 위탁자나 명의신탁자가 별도로 처분권한을 위임하지 않더라도, 수탁자 또는 명의수탁자가 유효하게 재산을 처분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고 하여 신탁과 명의신탁이 대외적 관계에서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신탁으로 이전된 재산은 수탁자의 고유재산이나 다른 신탁재산과 구분해 독립적으로 취급되지만 명의신탁에서는 이러한 “독립성”이 인정될 수는 없으므로 명의수탁자의 채권자가 그에 대해서 강제집행을 통해서 채권을 실행할 수도 있다. 
한편, “대내적 관계”에서는 신탁과 명의신탁 간의 차이가 보다 명확하다. 명의신탁은 대내적 관계에서 소유권을 명의신탁자가 그대로 보유한다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이에 비하여 신탁에서는 그 재산의 사용·수익·처분에 관한 사항을 신탁계약에서 정하게 되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대내적으로는 여전히 위탁자가 소유권자”라는 식의 논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즉, 신탁계약에서 신탁재산의 사용·수익·처분에 관하여 위탁자의 지시에 따른다고 정할 수는 있으나, 이것이 위탁자와 수탁자 간에 소유권 이전 자체를 부인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탁과 명의신탁은 그 이름이 비슷하고 수탁자와 명의수탁자 등 관련용어도 유사하게 사용되어 혼동의 소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분명히 다른 제도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신탁은 영미법에서 로마법상 개념을 바탕으로 발달된 제도이고, 명의신탁은 종중 재산에 관한 권리관계를 해결하기 위해 일제강점기 당시 조선고등법원에서 일종의 관습법 차원에서 고안해 낸 개념이므로, 이름이나 구조가 일부 유사하다고 하여 양자를 혼동하는 것은 파리와 새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과세실무나 일부 조문 및 논의 등을 보면, 신탁과 명의신탁을 구분하지 못해 엉뚱한 주장을 하거나 체계에 맞지 않는 규정이 도입되어 있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아래 판결문은 주식취득에 따른 간주취득세가 부과된 사안에서 원고가 명의신탁 주장을 했는데 피고가 명의신탁에 관하여 신탁법상의 대항요건을 끌어들여서 주장을 한 사례에 관한 것이다. 당연히 법원은 이러한 피고 주장이 신탁과 명의신탁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한 것이라는 취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일부 세법 규정 중에서도 (명확하지는 않지만) 마치 신탁이 명의신탁의 일종이거나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의 하나인 것처럼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래 조문은 제목에 명시되어 있는 바와 같이 명의신탁재산에 관한 증여의제를 규정하고 있는데, 그 예외 중의 하나로 자본시장법에 따른 신탁재산에 관하여 신탁재산인 사실이 등기 또는 등록되어 있는 경우를 들고 있다. 이것은 체계상 신탁이 “실제소유자와 명의자가 다른 경우”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앞서 본 바와 같이 신탁계약에서 신탁재산의 사용·수익·처분에 관하여 수탁자가 위탁자의 지시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위탁자가 신탁재산의 “실제소유자”라고 볼 수는 없고, 위와 같은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실제소유자가 명의자인 수탁자라는 점이 보다 분명하다. 
이와 같이 본다면 자본신탁법에 따른 신탁재산에 관하여 예외를 규정한 것은 별다른 실익 없고 마치 신탁이 명의신탁의 일종인 것과 같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즉, 자본시장법에 따른 신탁재산이 아니거나 신탁등기 또는 등록이 되지 않으면 조세회피 목적 없음 등은 다른 예외사유를 증명하지 못하는 한 증여의제에 따른 증여세가 과세된다는 잘못 해석될 소지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상증세법 제45조의2 제1항 제3호는 삭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이환구 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이환구 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master@intn.co.kr 다른기사 보기
  • 서울특별시 마포구 잔다리로3안길 46(서교동), 국세신문사
  • 대표전화 : 02-323-4145~9
  • 팩스 : 02-323-7451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예름
  • 법인명 : (주)국세신문사
  • 제호 : 日刊 NTN(일간NTN)
  • 등록번호 : 서울 아 01606
  • 등록일 : 2011-05-03
  • 발행일 : 2006-01-20
  • 발행인 : 이한구
  • 편집인 : 이한구
  • 日刊 NTN(일간NTN)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日刊 NTN(일간NTN)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tn@intn.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