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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일 회장 “성공한 인생은 ‘돈’ ‘명예’ 아닌 소외된 이웃 도우며 사는 것”
김성일 회장 “성공한 인생은 ‘돈’ ‘명예’ 아닌 소외된 이웃 도우며 사는 것”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1.09.08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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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33주년 기획>'세무사 노블레스 오블리주' - (1) 김성일 세무법인 택스케어 회장
10만 달러로 라오스 초등학교 신축기증…건물 유지보수·학용품 지원 등 14년간 봉사 이어져
30여 년 전부터 소아마비 백신보급 로타리클럽 활동, 장애인 후원…노인 급식봉사도 일상화

 

 

라오스 능리양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학생 대표와 포즈를 취한 김성일 택스케어 회장
라오스 능리양초등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학생 대표와 포즈를 취한 김성일 택스케어 회장

 

“3만 달러만 가져오면 우리가 선생님의 노후를 책임지겠으니 살러 오세요!”

김성일 세무법인 택스케어 회장은 몇 년 전 라오스 초등학교 관계자의 다정한 이 한마디를 떠올릴 때마다 큰 위로를 받곤 한다며 감격스런 표정을 짓는다.

그가 2010년 사비 6만여 달러를 들여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 인근의 능리양 초등학교를 신축·기증한 이후 지금까지 맺어온 인연은 자그마치 14년. 학교 유지보수와 봉사 지원 등으로 매년 3~4차례 만났으니 가족이나 진배없는 끈끈한 정이 쌓인 결과다.

“나더러 노후 책임진다고 아예 라오스로 오라는거야. 늘그막에 이만한 인정을 받고 위안을 주는 말이 어디 있겠어요.”

해 준 것에 비해 과분한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고 말하는 김 회장은 장기간의 봉사로 맺어진 인연의 끈에 감사하고 더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봉사에 따른 보람의 값어치에 대한 그의 얘기는 끊이지 않는다.

“전교생이 250명 정도 되는데 방문하면 전체 학생들이 뛰어나와 ‘할아버지’라고 환호하며 반기는데, 이럴 때마다 내가 도움을 주는 게 아니라 ‘호사’를 받는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이런 기쁨과 행복을 어디서 찾겠냐”고 반문했다.

김 회장이 라오스 능리양초등학교를 지어주겠다고 마음먹은 때는 2008년으로 14년 전이다. 지인들과 여행을 하며 농촌 지역을 지나는데 학교처럼 보이는 곳이 있어 무작정 차를 세우고 둘러봤는데 다 쓰러져가는 건물 몇 동이 있더라는 것. 건물이랄 것도 없는 열악하기 짝이 없는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공부를 할까 하는 애처로운 생각이 들었다. 지나칠 수도 있는데 그냥 마음이 끌려 차를 세웠고 그것이 14년 봉사 인연의 시작이었다.

“60년 전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의 시설보다 훨씬 열악해 보였다. 나도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아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해야 했고 그것이 얼마나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는 김 회장은 학교 기증 결심의 이유를 털어놨다.

“우리가 누리는 지금의 풍요는 스스로의 노력이 컸지만 어렵던 시절 외국 도움을 밑거름으로 성장한 측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마찬가지로 라오스 어린이들이 가난과 질병에서 해방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교육밖에 없다는 생각에서 학교기증을 결심하게 됐다”는 그의 말에 힘이 들어갔다.

국경과 민족의 테두리에 국한되지 않고 더불어 살아가야 한다는 그의 신념, ‘인류애(人類愛)’의 발현이었다.

그러나 이런 그의 순수한 결심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신축은 순조롭지 않았다. 라오스가 사회주의 체제여서 주어진 일만 하는 게 체질화된 탓에 변화와 개선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 걸림돌이었다.

‘아이들을 위해 초등학교를 신축해주겠다’고 제안했을 때 교장 선생님은 적극 환영했다. 하지만 지역 인민위원장은 “당신이 왜, 무슨 목적으로 학교를 지어주려 하느냐”면서 의혹의 눈길을 보낼 뿐 탐탁지 않게 받아들여 애를 먹었단다.

학교 기증을 반대한 현지 인민위원장을 설득하는데 도움을 준 500년 된 나무.
학교 기증에 도움을 준 500년 나무

김 회장은 탁자 옆 학교에 있는 500년 된 보리수 나무 배경의 기념촬영 사진을 들어보이며 “‘저 나무를 수백 년 동안 잘 키워온 것을 보니 이 학교에서는 분명히 라오스를 이끌어갈 큰 인물이 배출될 것이 확실하다. 그런 인재들이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힘들게 설득한 끝에 겨우 승낙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후 김 회장은 믿을 수 있는 현지 교민을 통해 본격적인 학교 신축공사에 들어갔고 2년 뒤 본관 건물 1동, 부속건물 1동, 화장실 1동과 울타리 등을 완공했다.

공사비용을 당초 1만 달러 정도로 예상했으나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환율상승에다 필요한 시설을 하나씩 추가하다 보니 6만 달러 가까이 소요됐다. 자금 마련 계획이 뒤틀려 큰 애를 먹었다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이후 지인들의 후원금을 합친 4만 달러로 도서관과 식수대 등을 추가로 지어 지금까지 총 10만 달러가 이 학교에 지원됐다.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으로 끝이 아니었다”는 김 회장은 “학교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후에 깨달았고 유시유종(有始有終)을 위해 건물 유지보수 등 사후관리까지 책임지기로 했다”고 14년간 이어진 라오스와의 인연을 얘기했다.

서무 담당 여직원과 경비, 관리직원을 채용해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조치했는데 그들의 급여를 비롯해 교재비 등으로 매달 100만원 정도씩 들어갔다. 관리비용은 ‘세무법인 택스케어’에서 부담하고 있다.

또 입학과 졸업식 등으로 1년에 네 차례 정도 직접 참석해 장학금과 학용품을 전달하고 있으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 1만 달러 이상을 김 회장 사비로 충당해오고 있다. 김 회장과 세무법인이 한해 2만 달러 정도를 14년 동안 지원하고 있는 셈이다.

학용품을 전달받고 환호하는 학생들...
학용품 전달받고 환호하는 학생들

주변 지역에 소문이 나면서 매년 학생들이 몰려들어 이 학교는 신축 당시 90명이던 학생수가 지금은 250명에 달한다고 김 회장은 소개했다.

눈길을 달력으로 돌린 김 회장은 “그저께 시험을 봤으니 조만간 학생들 성적인 나올텐데 이번에도 장학금 전달하러 못가겠네..”라고 말끝을 흐렸다. 코로나19 때문에 2년 가까이 학생들을 만나지 못했다며 못내 아쉬운 표정이다.(직접 가지 못해 인터뷰 이후 장학금을 송금해줬는데 교장 선생님이 대신 장학금을 전달하는 사진을 김 회장에게로 보내왔음)

“갈 때마다 가방과 각종 학용품으로 가득 채운 배낭과 짐꾸러미 때문에 어깨가 내려앉지만 학용품을 받아들고 좋아하던 순진한 눈망울이 지금도 아른거린다”며 기념사진을 들여다봤다.

사업이라는 게 기복이 있어 때론 금전적 부담을 생각하게 될 때도 있다고 그는 털어놨다. 그럴 때마다 “술 한 잔 덜 먹으면 건강도 챙기고 학생들에 필요한 것들을 지원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이런 라오스 사랑은 2014년 아버지와 함께 세무법인을 설립한 아들 김수철 택스케어 대표로 이어지고 있다. 설립한 해부터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매달 100만원 씩 능리안 초등학교의 시설 관리 및 인건비에 보태고 있다.

세무법인 설립 5주년인 2019년에는 전 사원이 김성일 회장, 김수철 대표와 함께 라오스 능리양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해 준비해간 책가방, 학용품 등을 선물하고 식사대접을 하는 등 현장봉사에도 나섰다.

김성일 회장의 라오스 사랑을 이어가는 김수철 택스케어 대표와 임직원들
김성일 회장의 라오스 사랑을 이어가는 김수철 택스케어 대표와 임직원들

김 회장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은 이 뿐만이 아니다. 라오스 이전부터 소외되고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으로 항상 눈을 돌렸다.

30여년 로타리클럽 활동을 하면서 빈국의 기아추방과 소아마비 박멸을 위한 백신 공급운동에 앞장서 왔다. 매월 둘째 화요일에는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의 원각사 무료급식소에서 노숙인과 어르신들에게 점심 도시락을 배달해주는 노력 봉사도 빠지지 않고 하는 게 그의 일과다.

또 (사)한국장애인부모회 후원회의 감사로 활동하면서 건강한 몸에 대해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고, 건강할 때 더 열심히 일하고 봉사하는 것이 주어진 소명이라고 항상 다짐한다고 했다.

30여년 지속되고 있는 나눔 봉사의 원천에 대해 김성일 회장에게 물어봤다.

“봉사는 꼭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하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자신이 가진 식견과 전문성을 기부해도 좋고 밥퍼 등 봉사활동 할 수 있는 곳도 얼마든지 많다.”

생각만 하지 말고 당장 내일부터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 회장은 “봉사는 때론 힘들 수도 있지만 타인을 도우면서 보람과 함께 오히려 자신이 위로를 받게 되는 중독성이 있다”고 했다.

“거듭 말하지만 성공한 인생이란 돈과 명예가 전부가 아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순간까지 소외된 이웃을 도우며 살아가고 싶고, 그것이 바로 성공한 인생 아니겠느냐”는 확신에 찬 그의 말에 울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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