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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달은 안 보고 손가락 끝만”…공익법인 전문가 최호윤 회계사
[인터뷰] “달은 안 보고 손가락 끝만”…공익법인 전문가 최호윤 회계사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1.09.27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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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33주년 특집] “국가가 못하는 사업하려는 공익법인, 목적사업 수행여부가 근본"
— “시민사회전통 적은 한국, 투명성 검증 일변도 접근법…투명성은 중요하지만 부차적”
— 상장주식 보유, 수익사업 등 둘러싸고 ‘법인세법’상 법리가 ‘상증법’과 다른 점도 발견
— “국세청이 사실상 주무부처…공익법인 근본취지 숙고해 통합 법제로 규율이 바람직”

국가라는 틀 말고는 시민사회적 전통이 부족한 한국에서는 비영리단체인 공익법인의 역할과 기능, 바람직한 경영의 전형이 없어, 어떤 공익법인이든 그 목적사업 자체보다는 기금운용의 투명성에만 모든 법인 이해관계자들의 이목이 집중돼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가 차원의 공익법인 역할 최적화를 위한 회계 등 경영공시와 세금 문제 등을 다루는 법령도 지난 2018년에야 비로소 정초돼 불안하게 초기 시행되고 있는데, 공익법인 목적사업 성취 여부는 뒷전이고 부처별로 공익법인 감독기능이 흩어져 있다보니,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이 재무적 투명성에만 초점을 맞춰 공익법인 경영을 규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공익법인 회계 분야 국내 최고의 전문가인 최호윤 공인회계사(회계법인 더함 대표)는 본지 창간 33주년을 맞은 단독 인터뷰에서 “투명성만 강조하는 현행 한국의 공익법인 회계 및 세무 제도에 따르자면, 보유 재원을 공익에 쓰지 않고 갖고만 있는 게 최선”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최 회계사는 “공익사업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는 게 목표가 아니고 그걸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의 관점이 더 중요한 것이고 기본인데, 한국에서는 이를 무시하니까 공익법인 정책이 모두 소극적이고 방어적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제가 아직은 많이 허술하고, 세무 행정 담당자들도 관련 법제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낮다보니 행정도 구멍이 숭숭 뚫려있다는 지적도 눈에 띈다.

최 회계사는 “의뢰한 공익법인 서류를 신고했더니 국세청이 ‘오류가 있으니 바로 잡고 소명하라’고 했다. 그래서 '법인세와 상증법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소득 금액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답했더니 국세청 담당자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법령에 있는 내용대로 했는데도 국세청 시스템에서는 오류가 뜰 수 있는 문제가 크다”면서 “이런 문제는 크게는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세법)의 차이 때문이고, 세법만 보자면 법인세와 상증세법상 법리가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 회계사에 따르면, 가령 공익법인이 보유한 기업 주식 5%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증여세를 안 낸 부분에 대한 배당금액을 출연자산 관리 개념으로 계속 회계처리 해야 하지만, 증여세를 낸 부분은 혜택을 받은 게 없으니까 출연자는 관리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법인세 신고 때는 증여세를 냈든 안 냈든 배당이니까 법인세를 내라고 돼 있다.

그는 “법인세법상 과세소득과 상증법상 배당소득 금액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는데, 국세청은 ‘왜 소득금액이 다르냐’고 재차 묻는다”며 깊은 한숨을 지어 보였다.

공익법인 회계기준은 기재부가 주무 부처다. 2017년 처음 기준제정에 착수했을 당시 조세재정연구원에 용역을 줘서 이 연구원이 초안을 만들었다. 지금도 일부 예산을 받아서 연구원이 하고 있다. 2018년 공익법인 회계기준 시행 이후 3년이 지났다.

최 회계사는 “그때는 미리 고려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나오고 있어, 한번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그동안 법령과 제도 개정이 있어 많은 부분 바로 잡은 면도 있지만, 규정 개정으로 공익법인 결산과정에서 새로 문제가 파생되는 경우들도 있어 근본적인 업데이트를 하면 상당 부분들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행 한국의 공익법인 규제는 주무부처가 다 따로 나뉘어져 있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오래전부터 ‘공익법인법’ 만들자고 주장해왔던 최 회계사는 “단순 규제를 넘어 비영리조직들이 목적사업을 잘 수행하도록 돕는 미국이나 호주 등을 참고해 법무부가 ‘공익법인법 개정안’을 내긴 했는데, 다양한 관점의 의견을 청취한 공청회는 없었다”면서 “국회의원들도 사건이 터졌을 때 반짝 아이디어를 반영한 입법 발의를 할 뿐, 상당기간 연구하고 토론한 결과에는 관심이 없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다음은 최호윤 회계사와의 인터뷰 전문.

— 공익법인 문제에 오래 천착해왔는데, 가장 큰 문제가 뭐라고 보시는지.

▲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공익법인에 대해 어떤 관점으로 평가를 할지에 대한 관점이 없다. 언론보도를 보면 그냥 기분 나쁘다는 것. 윤미향 씨가 어쨌다. 이건희 삼성재단이 어떻고 사학재단 출연자끼리 뭐 했다 그런 식 뿐이다. 공익법인이 투명하다면, 조성된 돈을 다른 데 안 쓰면 훌륭한 공익법인이 되는 식이다.

공익법인이 보유 재원을 공익에 쓰지 않고 갖고만 있는 것은 괜찮은가? 공익 법인이 달성하려는 목표가 달성됐느냐의 얘기는 없다. 한국의 공익법인 이해관계자들은 이런 관점, 이런 고민이 없다. 공익법인을 만들면 다가 아니다. 기금을 조성하는 게 목표가 아니고 그걸로 어떤 일을 할 것인가의 관점이 더 중요한 것이다. 그게 더 기본이다. 그런데 그걸 무시하니까 공익법인 정책이 모두 소극적이고 방어적이 되는 거다.

 

—  정의기억연대가 국민적 충격을 준 것은 사실 아닌가.

▲ 정의연 결산서 공시가 잘못됐느냐는 문제는 중요하지만 부차적이거나 지엽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공익법인의 회계 세무를 문제 삼기 이전에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정의연의 목적 사업이 뭐였느냐에 초점 맞춰 그 사업을 평가한 것이 아니라, 정의연이 왜 할머니들한테 돈 하나도 안 줬냐는 문제로 집약됐다.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가치 실현 부분보다 지엽적인 것에 매달려 있다. 비영리단체가 목적사업에 부합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평가 잣대가 돼야 하고, 회계 문제는 그 다음이다.

 

— 외국의 공익법인은 어떤가.

▲ 가령 유럽 같은 경우는 공익법인이 회사 주식 많이 갖고 있어도 전혀 문제 없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좋은 결과를 만드는 법인인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식 갖고 있어도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는다. 국가가 공익법인 증여세 비과세 혜택을 주는 것은 국가가 못하는 역할을 공익법인들이 대신 해주니까 기꺼이 줘야할 혜택으로 본다.

외국 공익법인을 살펴보면 큰 규모, 작은 규모 할 것 없이 다 똑같다. 설립목적과 사업 내용, 그것을 위해 기부해 달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기부받은 돈으로 이런 사업을 이렇게 했고, 그 결과 사회가 이렇게 바뀌었다는 게 주 내용이다. 그게 맞다고 본다.

 

— 비영리단체도 예산을 짜고 거기에 맞춰 사업을 집행한 뒤 투명하게 결산을 해야 한다는 게 국민정서다.

▲ 물론이다 그걸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예산회계의 가장 큰 한계는 쓰라고 한 항목도 한도까지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단체 이해관계자들이 단체를 통제하는 수단으로는 아주 유용한 게 사실이다. 항목별 예산제도의 특징이다. 다만 비영리단체의 존재 이유를 고려했을 때, 특정 단체가 항목별 예산제도의 특징에 얽매어버리면 사업성과는 고려하기 힘들다. 그런 측면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 한국 비영리회계기준 개념이 외국과 다른 것은 단순히 늦었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

▲ 우리나라 비영리회계기준인 공익법인 회계기준은 2018년에 나왔다. 그 이전에는 비영리 회계기준은 사회복지단체, 학교, 병원 이외에는 별도 회계기준이 없었다. 그런데 국가보조금을 받는 순간, 받은 예산 항목대로만 쓰는 관점에서만 관리하게 된다. 우리가 잠재적으로 항목별 예산 제도에 뼛속 깊이 물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게 사실상 자금집행 통제용도 목적으로만 정초된 비영리회계규칙은 단체 목적사업 중심의 개념이 아니라 국가가 지원해 준 보조금이 다른 데로 새지 않고 예산항목대로 쓰이는 지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것이다.

 

— 한국에서는 국가보조금 때문에 비영리 회계기준이 태생적으로 고유목적사업 집행 자체보다 예산회계제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인가.

▲ 그렇다. 우리나라 예산제도에서 항목별 예산제도를 벗어나는 사례는 없다. 항목 따지고 항목간 전용이 되냐 안 되냐 이걸 따지는 거다. 문제는 그러다 보면 항목에 따라 돈을 썼는데 결과는 어땠냐는 얘기는 논의를 못한다. 비영리 회계기준이 목적사업의 효율적 집행을 검증하는 효과를 논의하는 수단이 되기보다는 항목대로 돈을 쓰지 않은 데 대한 지적만 계속되는 거다. 우리나라의 비영리 분야를 바라보는 관점이 바뀌어야 된다.

 

— 비영리단체의 이해관계자 분석을 해보면 기업과 다르긴 하지만, 기업의 투자자에 해당하는 기부자들이 기부를 통해 해당 비영리단체 사업의 성과에 관심을 가져야 단체도 공시의무를 보다 철저히 할 것 같다.

▲ 그렇다. 기부자는 비영리 분야 투자자이자 소비자다. 비영리단체의 후원 모금은 일반 영리 조직의 마케팅과 비슷하다. 기업의 마케팅 부서는 제품 소비자의 니즈를 생각하고 시장을 조사해 판단한다.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는 문제가 있다면 해당 기업에 이의를 제기한다. 즉각적이고 강한 피드백이 불가피하다. 기업은 소비자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비영리단체는 기부자가 단체의 특정 사업을 위해 기부했는데 그 결과는 기부자가 아니라 제3자에게 수혜가 귀속되게 마련이다. 당연히 해당 사업이 잘 되고 안 되는 것에 대한 피드백이 기업의 소비자 반응만큼 강하지 않다. 소극적이다. 기부를 하다가 마음에 안들면 피드백 없이 기부를 중단하기 일쑤다.

 

— 인과관계를 떠나 한국의 기부자들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 기부자인 비영리단체 소비자는 ‘가치 소비자(value consumer)’인데, 기부 결과 달성에 대한 고민을 전혀 안 하는 풍토에서는 그들을 방관자로 내모는 결과를 낳는다. 이런 경향은 통계로도 확인이 된다. 통계에 따르면, 복지단체에 기부하는 사람들의 단체 선정 판단기준은 단체의 목적사업이 아니라 단체의 재정 투명성을 최우선으로 꼽는다. 우리나라 기부자는 ‘내 기부로 우리 사회가 좀 더 살기 좋아져 삶이 바뀌는 것’에 대한 관심보다는 ‘나는 기부도 하고 좋은 일 하는 거야. 아너소사이어티 멤버니까 나는 좋은 사람’이라는 주관적 만족이 아직은 중요하다. 내 기부금으로 이 사회가 어떻게 개선되고 어떻게 더 좋아지는 그 가치 소비자로서는 아직 행동을 안 하고 있다는 얘기다.

 

— 핵심 이해관계자가 본질인 목적사업에 관심이 없으면, 비영리단체들도 ‘도덕적 해이(Moral Hazard)에 빠지는 것 아니겠나.

▲ 맞다. 기부자가 돈 내는 것으로 끝내는 관행이 지속되면, 단체 소속 10~20명 임직원이 회원 기부금 몇십억원의 용처를 사원총회에서 결정해 버린다. 기부가 사업성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지 않으니 단체의 왜곡된 행동도 제어할 수 없다. 결국 국가가 강제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

물론 비영리단체들도 언론의 문제제기 등 문제가 불거지면 기부금이 줄까봐 후원자를 가장 무서워한다. 그럼에도 기부자를 기부금 사용에 대해 설명할 책임이 있는 대상자로 대우를 하지는 않는다.

 

— 기부자 대신 국가 눈치를 더 볼 수 밖에 없겠다.

▲실제로 기부자를 만족시키는 방식으로 회계처리・보고하는 게 아니라 국세청이나 기재부 가이드라인이 우선이다. 회계의 실질 대상자에 소홀하고 국세청 홈택스의 출연자산 보고와 결산공시가 더 중요해진다. 결산공시 정보공개는 기부 문화 활성화 취지로 도입됐는데, 기부자 의견은 듣지 않는다. 국세청, 기재부는 기부자의 의도와 목적사업 성과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국세청에는 기부금 관련 법인세와 증여세 등 규제 관점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는 관점으로만 회계장부를 작성한다.

 

— 국가에 의무적으로 보고할 게 많은가.

▲ 가령 매년 3월 출연재산 보고를 하는데, 이는 전적으로 국세청이 필요한 정보를 주는 것이다.  세법에 부합하는 기준대로 필요 서류를 모두 제출한다. 또 4월에 결산공시는 단체의 결산서를 일반인들에게 공개, 많은 사람들이 단체 현황을 파악하도록 하자는 취지다. 그럼 해당 단체가 이미 작성한 결산정보를 공개하도록 해야 되는데 이 양식이나 보고 형식(서식)이 국세청에 3월 제출했던 ‘출연재산 보고 기준’을 또 원용한 것만 다시 보고하는 꼴이다. 국세청이 보고 싶은 정보를 자꾸 요구하는 거다. 그러다 보면 단체는 “3월 국세청이 원하는 양식대로 보고가 끝났는데, 4월에 공시보고하는 국세청 양식이 그냥 단순한 결산 보고가 아니라 자꾸 가공하고 어떤 정리를 새로 하도록 요구한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작성 과정에서 오류와 어려움들이 계속 생기고 생성되는 정보는 단체 결산 정보와 자꾸 다른 얘기가 돼버린다는 게 어려움의 뼈대다.

 

—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생긴다는 것인지. 세법과 기업회계기준 차이 때문에 겪는 기업의 고민과 비슷한 것인가.

▲ 비슷하다. 일반 영리 기업들도 법인세 신고 하고 외부감사 받으면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스템(DART)에 파일을 다 올린다. 4월에 결산공시한 공익법인들은 8월에 국세청으로부터 오류지적사항을 많이 통보 받는다. 마치 “DART에 올린 당기순이익과 법인세 신고의 각 사업장 소득이 왜 다르냐. 이거 일치시켜라”라고 하는 통보나 마찬가지다. 국세청이 애초에 출연재산보고와 예산・결산보고와 일치되게끔 양식을 만들어주면 자신들도 만족스럽고 기부자 등 다른 이해관계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데.

 

— 공익법인세무, 회계에 정부가 나선 것은 정의연 사건 훨씬 이전이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온 것인가. 재벌의 공익법인 악용 측면도 좀 있었던 것 같다.

▲ 한국일보가 지난 2015년 12월 한국의 비영리단체 투명성 문제를 비판하는 시리즈 기획 보도를 했었다. 사업비에 들어간 인건비를 고려하지 않고, 고유목적사업 필요경비상 인건비만을 법인 전체 인건비로 판단한 금액을 인원수로 나눠 "1인당 연간 평균 인건비가 151만원이라는 부실한 결산"이라는 보도에 국민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반대로 자원봉사자나 임시직원들이 대부분 퇴사한 연말을 기준으로 인건비 총액을 상근자 수로 나누니 현실과 다른 그런 금액이 나왔다. 이게 문제가 되니까 그 다음에 나왔던 얘기가 공익법인들에 대해 공통적으로 쓸 회계기준이 없다는 문제제기가 불거진 것이다.

회계기준원이 2013년 이렇게 비영리회계기준을 만들려고 하다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에 비영리단체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런데 당시 독과점 문제, 독점 규제 이런 문제와 왜 회계기준원이 다른 부처 일까지 관여하느냐 라는 문제제기 때문에 공식 법제화되는 수순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 그럼 어떤 계기로 지금처럼 법제화 된 것인가.

▲공익법인들이 각 주무부처마다 따로 등록돼 있는데, 왜 기획재정부가 다른 부처 회계처리까지 감독하냐는 문제제제기가 결정적이었다. 그러니까 세법 넣으면 모든 단체가 다 기부금을 내니까 세법에 규정을 넣으면 되겠다 하는 게 기재부 입장이었다. 부처들간 협의를 통해 공익법인 회계기준위원회를 구성, 관련 법도 만들었고 2016~2017 작업해서 2018년도부터 이 기준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공익법인 회계기준 관리기구가 기재부와 국세청이다 보니, 국세청 공익법인 담당 부서 공무원들을 만나야 했다. 그런데 이 분들이 공익법인 회계에 대한 관점이 없었다. 그냥 상증법에서 출연재산관리 규제감독 정보만 도출하면 되다는 식의 사고가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 그런 상태에서 공익법인 회계기준이 나왔다면, 국세청도 혼선이 불가피할 것 같은데.

  ▲ 공익법인 회계기준이 만들어진 뒤 기존 ‘법인세법’과 크게 달라진 게 있다. 공익법인도 수익사업이 있어 회계처리를 해야 하는데 세법상으로도 수익사업을 따로 회계처리 해야 한다. 종전에는 법인세 구분경리 기준이 없어 전부 다 수익사업, 비수익사업으로 회계처리를 했는데 이게 공익목적사업과 기타사업으로 바뀐 것이다.

국세청은 공익 목적 사업의 법인세 과세표준을 찾아 계산을 해야 하는데, 공익법인 결산서에서 이게 구분돼 있지 않다. 출연재산 공시 서류에도 법인세 과세표준 단서가 있는데, 어느 것이 맞느냐 이런 부담을 국세청이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세법 주무부처인 기재부가 세무 양식을 만들지만 국세청에서도 계속 아이디어가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결산공시가 자꾸 국세청이 원하는 방식으로 자꾸 가게 된다.

 

— 대기업 대주주들이 공익법인을 활용해 공정거래법과 세법상 규제를 회피한 측면도 있다고 들었다.

  ▲ 문재인 정부 초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취임 이후 대기업집단과 관련된 돈 많은 공익법인들이 회계기준과 세법 진화의 초점이 됐다. 공정위 입장에서는 당시 대기업 대주주들이 관련 공익법인들에 주식을 출자, 대규모 기업집단인데도 공익법인을 통해 각종 공정거래법상 관리대상에서 빠져나가니 당연한 방향이었다. 공정위가 대기업 관련 공익법인을 제대로 규제하려고 하자, 대주주와 직간접 관련이 대기업 임직원들이 해당 공익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급여를 받으며 규제 대응에 나섰다. 공익법인에 출자된 주식 보유 비율이 다른 계열사 몫보다 크냐, 의결권 행사 관련 내용, 한도 추가, 증여세 납부 여부 등 주로 그런 쪽으로 공익법인 회계와 세무를 보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실제 공익법인 현장의 주류로 풀뿌리 소액 후원자들이 지탱하는 비영리단체 회계기준과 회계기준 및 법제의 간극이 더 뚜렷하게 드러나게 됐다.

 

— 대기업 대주주들이 출연한 공익법인들부터 강제로 외부감사를 의무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 대기업이 출연한 공익법인들은 통상적인 기부문화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그런 단체들은 기부금 사업에 대한 부담이 없으니까, 홈페이지에 공익사업 자랑만 실컷 한다.

‘외부감사법’에 따라 ‘공익법인 외부감사 공영제’가 논의되고 있다. 정부 또는 제3의 외부감사가 공익법인 회계감사를 하고, 감사 비용은 정부 또는 회계업계가 분담하는 방안이다. 공익법인 전체를 대상으로 하기엔 어렵고 그룹사 출연 공익법인, 규모가 한 1000억원들이 대상이 될 것이라는 얘기는 계속 있어왔다. 대규모 공익법인만 공영제 대상으로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사립학교법이 개정돼 사립학교 외부감사는 확정된 상태다.

 

— 금권을 악용한 공익법인들부터 외부감사를 의무화 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인 것 같다.
  ▲ 전체적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이긴 한데 공익법인들 대형 회계법인들이 또 이들의 회계감사 시장을 독점하게 되는 게 문제다. 대형회계법인들은 해당 대기업집단의 계열사들을 수임을 하고 있다. 그런 관계니 서로 또 이해관계가 또 맞아 떨어진다. 수임료도 어쨌든 대기업이 출연한 공익법인으로부터 받을 것 아닌가. 감사 제도 자체가 좀 그런 문제를 안고 있다. 상장사가 등록법인제로 가고 있는데 공익법인들도 등록법인제로 하는 거는 문제가 있지 않냐는 문제제기가 나오기도 한다. 비영리 쪽 특성이 영리법인인 상장사 체계와 다르니까 회계감사도 다른 기준으로 가야 되는 게 맞다.

현재 회계감사 지정 주체와 방식 등은 아직 결정이 안 됐다. 일단 기재부 소관인데, 국세청이 하고 싶어 한다.

 

— 가치판단이 좀 혼란스러운데, 영리기업과 비영리공익단체의 회계상 가장 큰 차이점은 뭔가.

  ▲ 영리기업은 재무제표, 비영리는 운영 성과평가 중심이다. 비영리단체에는 자본주가 없다. 따라서 모은 기부금품이 어떻게 소비되는 관점으로 회계처리를 하게 마련이다. 영리기업 재무상태표 자산부분을 보면 엄청 다양한 반면 비영리 재무상태표를 보면 예금, 보증금 등이 전부고 부채도 예수금, 미지급금 등 말고는 거의 없어요. 회계감사때 재무상태표 감사는 하루면 족하다. 중요한 건 이 돈이 어떻게 소비됐느냐 하는 운영성과표,  손익계산서 이 개념으로 더 중요하니까 접근하는 방식, 감사 방법도 전혀 다르게 가야 한다는 점이다.

 

— 국세청의 공익법인 신고오류 때문에 답답하다고 하셨는데.

▲의뢰한 공익법인 서류를 신고했더니 국세청이 “오류가 있으니 바로 잡고 소명하라”고 했다. 그래서 “법인세와 상증법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소득 금액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답했더니 국세청 담당자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고 하더라. 그래서 공문으로 해당 내용을 정리해 보냈다. 법령에 있는 내용대로 했는데도 국세청 시스템에서는 오류가 뜰 수 있다. 이건 문제가 큰 거다. 이런 문제는 크게는 기업회계와 세무회계(세법)의 차이 때문이다. 세법만 보자면 법인세와 상증세법상 법리가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 가령 공익법인이 보유한 기업 주식 5%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는다. 증여세를 안 낸 부분에 대한 배당금액을 출연자산 관리 개념으로 계속 회계처리 해야 하지만, 증여세를 낸 부분은 혜택을 받은 게 없으니까 출연자산 관리대상이 아니다. 그런데 법인세 신고 때는 증여세를 냈든 안 냈든 배당이니까 법인세를 내라 이렇게 돼 있다. 법인세법상 과세소득과 상증법상 배당소득 금액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세청은 “왜 소득금액이 다르냐”고 묻는다.

 

— 현행 한국에서는 공익법인을 부처별 관리를 당연시 하고 있는데, 별도 ‘공익법인법’으로 묶어 관리해야 하는 것 아닌가.

  ▲ 공익법인 주무부처가 다 따로 나뉘어져 있어, 오래전부터 ‘공익법인법’ 만들자고 했다. 법무부가 미국이나 호주 등을 참고해 ‘공익법인법 개정안’을 내긴 했다. 이 나라들은 규제 차원이 아니라 비영리조직들이 목적사업을 잘 수행하도록 돕는 법률이다. 법무부 ‘공익법인법 개정안’에 대해 딱 한 번 형식적인 공청회를 했을 뿐이다. 국회의원들도 사건이 터졌을 때 반짝 아이디어를 반영한 입법 발의를 할 뿐, 상당기간 연구하고 토론한 결과에는 관심이 없다.

최호윤 회계사/사진제공=최호윤 회계사
최호윤 회계사/ 사진제공=최호윤 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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