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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과세 지상강의 (3)] “세법원칙 무시한 ‘신탁은 도관’ 단순도식, 개정세법 적용 어렵게 해”
[신탁과세 지상강의 (3)] “세법원칙 무시한 ‘신탁은 도관’ 단순도식, 개정세법 적용 어렵게 해”
  • 이환구 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 승인 2021.10.2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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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탁과세의 기본 원리(납세의무자를 중심으로)
이환구 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이환구 변호사 법무법인(유) 광장

지난 2회에 걸쳐서 신탁의 개념과 운영과정을 살펴봤다. 이를 바탕으로 신탁에 대한 과세방식을 세목(취득세, 보유세, 부가가치세, 소득세와 법인세, 증여세와 상속세 등) 별로 살펴볼 예정이다. 그런데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이지만 각론에 앞서 총론적인 내용을 한번 살펴보고 시작하는 것이 아무래도 쉬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취지에서 이번 글에서는 신탁과세의 ‘총론’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을 납세의무자를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납세의무자에 관한 일반론 

먼저, 대부분의 독자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과세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누가’(납세의무자), ‘언제’(납세의무 성립시기, 손익의 귀속시기 등), ‘얼마’(과세표준 및 세액) 등의 이슈에 대한 판단이 순차적으로 필요하다. ‘얼마’라는 답을 구하기 위해서는 과세물건(소득, 재산 등)이 ‘누구’에게 ‘언제’ 귀속되는지에 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하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세금은 특정 납세의무자에게 일정한 기간이나 시점을 기준으로 과세되는 것이므로 납세의무자나 과세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표준 및 세액이 나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위와 같이 납세의무자가 누구인지에 관한 판단은 과세를 위한 가장 기초적인 이슈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 과세에서 문제되는 경우가 그렇게 많지는 않다. 문제가 되는 경우는 아래와 같은 국세기본법 제14조 제1항(지방세기본법 제17조 제1항도 동일)에 따라 귀속 명의자와 사실상 귀속되는 자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과세요건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 분배에 관한 일반 원칙에 따라 과세관청에게 있으므로, 과세관청이 실질과세 원칙을 근거로 납세의무자를 귀속 명의와 달리 주장하기 위해서는 실질 귀속자가 귀속명의자와 다르다는 점을 증명해야 한다(대법원 2018.6.28. 선고 2018두35025 판결 등). 따라서 이러한 주장과 증명이 있기 전까지는 귀속 명의자에 따라 납세의무자가 판단된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법인이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을 공급한 거래에서 법인의 실제 대표자와 명목상 대표자가 다르다거나 용역의 공급에 실제 대표자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용역의 공급 주체는 법인으로 봐야 하고 실제 대표자가 따로 있다고 하여 그를 공급 주체로 볼 수는 없다. 조세심판례(조심2018서1022, 2018.10.01.)에서도 위와 유사한 사안에서 단순히 실제 대표자가 따로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인격이 부인되거나 위장 사업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탁재산과 관련한 과세의 납세의무자

위와 같은 일반원칙을 신탁재산에 관하여 그대로 적용하면 신탁재산에 관한 대외적인 소유권 및 법률행위는 수탁자(신탁회사)의 명의로 하는 것이 원칙이므로, 납세의무자도 수탁자(신탁회사)가 된다고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위탁자가 신탁한 금전으로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 그 취득 주체(귀속 명의자)는 수탁자이므로 수탁자가 취득세의 납세의무자가 된다. 취득세에 관하여 다시 보겠지만 대법원 판례 입장도 위와 같으며 위탁자가 취득대금을 실질적으로 부담했다는 등의 사유로 납세의무자를 일반 원칙과 달리 볼 수는 없다. 부동산 명의신탁을 하여 제3자(명의수탁자) 명의로 등기를 한 경우 명의신탁자가 ‘사실상 취득’한 것으로 보아 취득세 납세의무자가 된다는 것이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8.3.22. 선고 2014두43110 전원합의체 판결)의 입장이지만, 신탁법에 따른 신탁은 명의신탁과 달리 대내외적인 소유권을 수탁자가 갖는 것이므로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 

문제는 위와 같은 일반원칙이 모든 세목에 그대로 적용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지난 강의에서 상세히 설명한 바와 같이 신탁의 여러 특성 중 하나는 “신탁재산의 독립성”이다. 신탁재산은 수탁자의 고유재산과 분리되어 관리되고 수탁자 또는 위탁자에 대한 채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강제집행을 할 수 없다는 점이 신탁제도의 효용성을 확보하는 데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수탁자가 신탁재산에 관한 소득을 받거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여 그와 관련한 세금(소득세, 법인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을 수탁자가 고유재산에 세금과 구별 없이 모두 부담하도록 하는 것은 위와 같은 신탁의 기본 속성에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신탁재산의 독립성”에 충실하게 신탁재산을 모두 나누어 독립된 법인처럼 취급하는 것도 곤란하다. 우선 별도의 규정이 없는 한 신탁재산의 독립된 법인격이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작년까지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에서 취한 방법과 같이 수탁자를 납세의무자로 하면서 세금을 신탁재산 별로 분리 계산하도록 하면 되므로, 신탁재산에 법인격이 없다는 점 자체가 신탁재산을 독립된 법인처럼 취급할 수 없는 결정적인 사유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근본적인 이유를 찾자면 실제로 보유세를 신탁재산 별로 나누어 부과하였을 경우에 나타난 바와 같이 누진과세를 쉽게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10억원의 임대소득이 있는 사람이 임대소득이 발생되는 재산(부동산)을 10개의 신탁으로 고르게 나누어 두어 각각 1억원의 임대료가 신탁재산에 귀속된다고 가정할 경우, 만일 각각의 신탁재산을 누진세율을 고려할 때 전체적으로 부담되는 세액이 낮아지게 되는데, 종합부동산세의 경우에는 다주택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택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신탁함으로써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세법상으로도 그대로 인정할 경우) 아예 과세요건에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게 된다. 
앞서 언급된 취득세와 같이 단일세율을 취하는 경우(부가가치세도 마찬가지이다)에는 관계가 없지만 소득 과세 또는 보유세와 같이 누진세율이 적용되는 상황에서는 신탁의 독립성만을 강조할 경우에 신탁을 통해서 손쉽게 “분산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분산효과”는 여러 법인에 재산과 소득을 분산하는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지만, 신탁의 경우에는 분산을 위한 (위탁자의 수탁자에 대한) 신탁재산 이전에 대해서 취득세가 비과세되는 반면, 법인에 현물출자를 하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취득세가 과세된다는 큰 차이가 있어서, 법인보다 신탁의 경우에 “분산효과”의 남용 가능성이 높다. 즉, “분산효과”의 결과라는 측면에는 법인과 신탁 간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분산효과”의 비용(취득세 등)이라는 측면에서 신탁이 법인보다 더 유리한 것이다. 따라서 법인의 소득과 재산에 대한 귀속에 관하여 “분산효과”를 막기 위한 조치가 없다고 하여 신탁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취급하기는 곤란하다.
그렇다면 신탁을 통해 분산하는 과정(즉, 위탁자의 수탁재산에 대한 신탁재산 이전)에 대해서도 취득세를 부과하여 비용을 법인과 똑같이 맞추고 “분산효과”도 법인과 동일하게 인정하면 되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신탁과 법인의 기계적 중립성을 위해서 신탁재산 이전에 취득세를 과세한다는 것은 신탁제도의 이용을 근본적으로 어렵게 하는 조치일 뿐만 아니라 제도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신탁과 법인(회사)이 유사한 목적과 기능을 갖는 경우(예컨대, 투자신탁과 투자회사)가 있다고 하여 한쪽을 다른 쪽에 무조건 맞추는 것만이 능사라고 볼 수는 없고, 각자의 특성을 살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표적으로 재건축·재개발하는 과정에서 토지 소유권을 효율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 신탁이 활용되는데 이 과정에서 취득세가 발생한다고 하면 재건축·재개발이 사실상 어렵게 된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신탁과 법인을 기계적으로 동일하게 취급하는 것이 얼마나 “무식한” 발상인지 쉽게 알 수 있다.


정리해서 말하자면, 납세의무자 판단에 관한 일반론을 신탁에 그대로 적용하면 신탁재산에 관한 거래 및 소유권의 주체가 되는 수탁자가 신탁재산과 관련한 세금의 납세의무자가 된다고 봐야 하지만, 신탁재산은 수탁자의 고유재산이나 다른 신탁재산과 독립적으로 취급되어야 한다는 점과 누진과세 체계를 갖는 소득 과세(소득세, 법인세), 보유세(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에 관하여 신탁재산 별로 구분할 경우 취득세 등의 분산 비용 없이 “분산효과”만 볼 수 있다는 점 등 논리적·현실적 문제가 있어서 일반론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 
따라서 별도의 규정이 없다면 신탁재산과 관련한 납세의무자는 수탁자가 되지만, 위와 같은 문제점을 고려하여 납세의무자를 달리 규정한 세목의 경우에는 그에 따라 납세의무자를 판단하게 된다.

 

신탁도관이론과 신탁실체이론의 대립 및 한계

신탁과세를 논할 때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논의 중 하나가 신탁도관이론과 신탁실체이론의 대립이라고 할 수 있다. 신탁도관이론(信託導管理論)은 신탁 자체는 “껍데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신탁재산 또는 수탁자를 납세의무자로 할 수는 없고 수익자 또는 위탁자를 납세의무자로 삼아야 한다는 이론인 반면, 신탁실체이론(信託實體理論)은 신탁재산 자체가 소득 등의 귀속 단위가 되기 때문에 하나의 납세의무자로 봐야 한다는 이론이다. 일반적으로 소득세법과 법인세법은 신탁도관이론의 관점에서 입법이 되었다고 설명되고 있다.

앞선 설명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필자의 생각은 실질과세 원칙에 관한 일반론 및 개별 세법상 별도 규정의 유무 등을 고려하지 않고 신탁과세 전체를 위와 같은 이론 대립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거나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주로 소득과세(소득세와 법인세)와 관련한 입법론으로는 위 견해 대립이 의미가 있을 수 있고 그에 따른 해석론에도 참고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단일세율과 누진세율, 과세물건의 귀속 등이 세목 별로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위와 같은 단순한 이론 대립을 소득과세 이외의 다른 세목에 단순하게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 실제로 취득세, 부가가치세 등과 관련한 다수의 판례는 과세실무 또는 과세관청에서 “신탁은 도관”이라는 소득과세 관련한 단순한 도식을 다른 세목에 적용한 데 따른 혼란 상황과 관련이 있다. 어느 법 분야이든 마찬가지이지만 세법도 당연히 관련 법령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인데, 법령을 놓아두고 일반적인 이론에 기초하여 문제를 해결하다보니 혼란이 발생한 것이고, 대법원은 결국 법령에 따른 답을 내놓은 것이다(구체적인 논의 과정에 대해서는 개별 세목 별로 따로 상세히 살펴볼 예정이다).

덧붙여, 소득과세에 한정하여 보더라도 특히 올해부터 시행되는 개정 세법을 고려할 때 신탁도관이론과 신탁실체이론의 대립만으로 구체적인 사안에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도 밝혀둔다. 법인세법이 신탁도관이론에 따라 신탁소득의 납세의무자를 수익자 또는 위탁자로 규정하고 있지만, 개정 법인세법에서는 이러한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목적신탁, 유한책임신탁, 수익증권발행신탁 등에 관하여는 신탁실체이론의 관점에서 신탁재산을 내국법인으로 간주하여 법인세를 납부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종전의 이론 대립은 소득에 관한 신탁과세를 이해하는 하나의 도구로서 여전히 유용하기는 하지만, “신탁은 도관”이라거나 그와 같이 한다는 식의 단순한 도식으로 접근할 수 없음은 분명하게 되었다.


정리 
신탁재산과 관련한 대외적인 행위 주체는 수탁자이므로 실질과세 일반 원칙에 의하면 원칙적인 납세의무자는 수탁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신탁재산의 독립성”을 고려하면 수탁자가 아니라 개별 신탁재산을 단위로 세금을 계산할 필요가 있고, 이에 따라 누진세율을 취하고 있는 세목에 대해서도 신탁재산을 단위로 세금을 계산한다면 특히 신탁 단계에서 취득세가 비과세된다는 등의 사정에 따라 쉽게 “분산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되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입법자는 개별 세법에서 필요에 따라 수탁자 이외의 신탁관계자(위탁자 또는 수익자)를 납세의무자로 규정할 수 있고, 이러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규정에 따라 납세의무자를 판단해야 한다. 
이러한 개별 세법과 일반 원칙에 의하지 않고 “신탁은 도관”이라는 단순한 도식으로 신탁과세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특히 개정 세법을 제대로 이해·적용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 

위와 같은 납세의무자에 관한 이해를 기초로 다음 편부터는 개별 세목별(취득 과세, 보유 과세, 소득 과세, 부가가치세, 상속세와 증여세)로 신탁과세와 관련한 이슈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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