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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도 상속재산 채권자” 콜럼버스 적 발상으로 상속포기된 체납 해결
“국세청도 상속재산 채권자” 콜럼버스 적 발상으로 상속포기된 체납 해결
  • 이유리 기자
  • 승인 2021.11.0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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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세희 서울지방국세청 국세조사관]

체납자 부동산 압류한 국세청, 체납자 사망후 상속포기로 부동산 공매 막혀
공매 재개하려면 ‘상속재산 관리인 선임’해야…상속 4순위까지 상속포기 의사 확인에 난관
상속재산의 파산신청권자 법리 고안해 검찰·법원 설득…”국세청도 파산신청권 있다”
결국 회생법원에서 상속재산 파산 선고…압류 부동산 공매 재개→국세 확보
향후 장기 체납 징수에 중요 원리 정립…적극행정 우수공무원 표창 사례로 꼽혀

“법원의 사건 접수 담당자도 국가기관이 상속재산의 채권자로서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는 처음본다면서 국가기관이 파산신청권이 있냐고 의아해 했습니다” 

한세희 국세조사관이 최근 국세청 최초로 법원에서 상속재산 파산신청 결정을 받아내 체납된 세금을 확보하게 된 과정을 돌아보며 한 말이다. 

서울지방국세청 징세관실 체납추적2팀 소속인 한 조사관은 체납된 고액의 세금의 징수를 포기할 뻔한 상황에서 상속재산의 파산신청권자 법리를 고안해 채권자로서 국세청의 지위를 법원에서 확인받았다. 

한세희 국세조사관은 “국세청도 사망한 체납자의 상속재산의 채권자로 다른 채권자와 다르게 볼 이유가 없다”는 콜럼버스의 달걀과도 같은 발상의 전환으로 법리를 개발, 향후 체납징수에서 중요한 원리를 정립했다. 

세금을 부과하고도 걷지 못한 누계체납액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단골지적사항이었는데, 이같은 법리의 확립으로 오래된 체납액 징수에 물꼬가 트이게 됐다.

국세청 최초로 상속재산의 파산신청권을 법원에서 이끌어내 창의적인 논리로 적극행정 우수공무원 표창을 받은 한세희 국세조사관을 지난달 28일 서울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에서 만났다. 

‒이번에 우수공무원 표창을 수상한 적극행정 우수사례는 어떤 사안이었나

 30여년간 건설업을 운영하던 사업자 A씨는 지난 2008년 리먼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로 법인이 부도가 나면서 고액의 종합소득세 등을 체납했다. 이에 국세청은 체납자 소유의 부동산을 압류했다. 이 분은 2014년 사망했는데 상속인인 자녀와 배우자는 재산보다 채무가 많아서 상속을 포기했다. 

국세청은 체납된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A씨가 사망하기 전에 압류한 부동산을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에 공매의뢰했지만, 공매가 불가하다는 의견을 받았다.  압류 부동산을 공매하기 위해서는 소유자등에게 공매통지서를 송달해야 하는데, 상속인들이 상속포기를 해서 공매통지서를 송달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상속포기로 인한 공매통지서 송달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나

상속인들이 상속을 포기한 경우 민법 제 1023조 ‘상속재산보존에 필요한 처분’ 과 민법 제1053조 ‘상속인 없는 재산의 관리인’에 따라 상속재산관리인 선임하면 된다. 이에 따라 6개월간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상속1순위인 직계비속, 상속2순위 직계 존속, 상속3순위 형제자매, 상속4순위 4촌이내의 방계혈족이 모두 상속포기를 해서 상속인이 불확실할 경우, 법원에서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해서 상속재산을 처분할 수 있다. 

 

‒상속4순위 친족까지 모두 찾아 상속포기 의사를 확인하기가 만만치 않았을텐데

상속재산관리인을 선임하기 위해서는 체납자의 가족관계를 파악해 상속인들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돌아가신 A씨는 1930년대 생으로 상속4순위 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체납자의 조부모를 확인해서 체납자의 아버지 형제들에 대한 관계까지 확인해야 했다.

A씨의 조부모는 1800년대 후반 출생하신 분이라 공적서류를 확인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흑시 상속인들에 대한 자료를 확보했더라도, 성명과 생년월일 정도만 알 수 있어 이를 주민등록번호와 연계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았다. 

이렇게 6개월간 수집한 상속인들에 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확인한 상속인은 총 50명 이었다. 이분들에게 상속포기신고를 안내해 39명이 상속포기 했지만, 나머지 11명은 사망 및 국외이주, 생사불명 등으로 상속포기 신고가 어려워 상속재산 관리인 선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상속인의 상속포기 외에 해결 방법을  찾았나

그동안 준비하며 노력했던 것들이 무산되는 절망적인 상황이었으나 포기하지 않고, 함께 팀을 이뤄 이 일을 담당했던 변호사와 새로운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채무자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299조 ‘상속재산의 파산신청권자’에 따라 상속채권자가 파산 신청해 법원에서 결정 되면 파산관재인을 선임하여 압류부동산을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국세청이 상속재산파산 신청한 선례가 있나

국세청에서는 상속재산 파산신청을 한 선례가 없어 준비과정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서울지방국세청의 소송을 지휘하는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국가가 상속재산 파산신청 을 한 사례는 처음인 것 같다며 난색을 보였다. 담당법무관에게 국가기관도 채권자로 파산신청이 가능하다고 적극적으로 설명해 지휘승인을 받아냈다. 

이후 상속재산 파산신청을 접수한 서울회생법원의 접수담당자도 국가기관에서 상속재산 파산신청을 하는 경우는 처음 본다면서 접수했다.

접수 후에도 법원은 서울지방국세청에 두 차례 보정명령을 내렸다. 상속재산 파산신청은 대부분 상속인들이 하는데, 국가기관이 신청을 하다 보니 특이한 경우라고 판단한 것 같다. 

법원의 보정 내용도 국가기관이 파산신청권이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소송능력에 흠결이 있는 사람이 소송행위를 할 때 이를 법원이 추인, 즉 보충해야 한다고 판단하면 일정기간을 정해 이의 보정을 명한다. (편집자 주)

 

‒상속재산의 채권자로서의 국세청 지위, 어떻게 인정 받았나

법원에 국가의 조세징수 필요성이 인정되는 만큼 다른 채권자들과 똑같이 국가기관도 파산신청권이 존재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주장했다. 보정명령 후 심문기일에도 참석 했다. 

판사가 당사자들을 재판부에 출석시켜 궁금한 사항 등을 질문하는 절차인데, 이 자리에서 체납자의 사망 및 상속인들의 상속 포기로 공매가 불가해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을 준비했지만, 일부 상속인들의 사망 및 해외이주 등으로 상속포기가 이루어지지 않아, 상속재산관리인 선임이 어려웠음을 설명했다. 

상속재산 파산신청을 하게 된 경위와 일련의 진행과정을 상세하게 적극적으로 어필했다.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두 차례 결친 보정명령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심문기일에 참석해 국세청의 논리를 적극적으로 설명해, 결국 올해 법원 에서 상속재산 파산신청 결정을 받았고, 압류부동산 공매를 재개하여 11월 중 체납액에 전액이 충당될 예정이다. 

 

‒이번 체납처분 과정에서 특별한 기억이 있다면

일련의 과정에서 체납자의 자녀로부터 감사인사를 받은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세금을 체납한 채 돌아가신 고인이 30여년 간 건설사업을 영위하면서 국가발전에 이바지 했던 삶이 부정당한 것 같아 마음이 아팠는데, 상속재산 파산신청을 통해 체납된 세금을 낼 수 있게 되고,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게 돼 감사하는 뜻을 전했다.  

 

‒2018년부터 체납업무를 해 왔는데 개선됐으면 하는 점은

체납추적팀은 고액의 악의적인 체납자들을 상대하는 곳이다 보니, 직원들의 선호도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민사관련 소송업무 등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좀 더 많은 직원들에게 홍보해 우수한 인재들이 지원할 수 있도록 하고, 추적팀 직원들이 더욱 보람있게 일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 부여 등 조직차원의 지원이 있으면 좋겠다. 

 

‒국세공무원으로서 어떤 소신을 갖고 있나

유연하고 능동적인 사고로 납세자의 입장에서 따뜻한 세정업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희 조직의 국장인 윤종건 징세관도 평소 “너무 국세청 입장에서만 생각하지 말고 약자 이방에서 생각하라”고 강조한다. 

한 체납자 사례가 떠오르는데,  사업에 실패해 세금을 체납하다 보니 암보험이 압류됐다. 보험금이 크지도 않았다. 이 분은 재산이 없어 체납일 기준 5년이 지나면 소멸시효가 완성될 수 있었는데, 압류된 보험금이 있어 시효가 중단된 상태라 국세가 면책될 수 없었다. 

보험금이 크지 않은 경우 압류금지재산에 해당할 수 있어 보험금 압류를 해제했으며,  소멸시효를 완성해 체납이 될 수 있었다. 이 분에게 보험회사에 가서 해약환급금을 확인해 보라고 안내를 드렸던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국민들이 국세청을  '차갑고 딱딱한 이미지'로 많이 생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납세자의 입장에서 따뜻한 세정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많이 알아주셨으면 한다. 

 

 

 

◆한세희 국세조사관=경부 상주출신으로 안동대학교 회계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9급공채로 공직에 입문했다. 영등포세무서, 중부세무서, 동작세무서 등을 거쳐 지난 2018년 7월부터 서울지방국세청 징세관실 추적팀에서 고액체납자에 대한 추적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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