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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자녀 명의 유한회사에 매출 몰아주고 CB로 경영권 대물림
대주주 자녀 명의 유한회사에 매출 몰아주고 CB로 경영권 대물림
  • 이상현 기자
  • 승인 2021.11.09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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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세청, 경제위기를 부의 무상이전 기회로 삼는 졸부들 세무조사 착수
- 자녀 유한회사에 일감몰아주고 저가CB제공, 부당이익에 경영권도 세습
- 중견‧중소기업도 대기업 편법 대물림 따라하기 만연…국제경쟁력? ‘풉!’

대규모기업집단 중에서도 계열사간 상호출자가 제한되는 초대형 기업집단의 최대주주들이 우량계열사의 거래에 자녀가 설립한 유한회사를 끼워넣는 방식으로 사업기회를 제공, 자녀에게 돈을 벌게 해주는 ‘부의 대물림’ 수법이 정부 규제에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그렇게 대주주 자녀라는 특별 지위로 거래에 편입돼 별다른 역할도 없이 벌어들인 돈으로 다시 해당 계열사가 발행한 전환사채(CB)를 싼 값에 매입, 회사 주가 상승 때 주식으로 전환해 막대한 차익을 거두거나 경영권 행사 가능 지분을 형성하는 편법에 국세청이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국세청은 9일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를 부의 무상이전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삼아 변칙자본거래와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편법적으로 부를 대물림, 국가위기를 사익편취 기회로 삼은 불공정 탈세 혐의자 30명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대규모기업집단의 주력 A사는 사주 자녀가 설립한 공시의무 없는 유한책임회사 B를 기존 매입처와의 거래에 끼워 넣어 사업기회를 제공했다.

상장사인 A사는 그룹 대주주의 자녀가 경영하는 유한회사 B에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사실상 내부거래로 B사 주요 업무를 대신 수행했다. 아무런 역할 없는 대주주 재벌가 자녀가 이른 바 ‘통행료 (Pass-Through Fee)’ 이익만 나눠 챙긴 것.

정상적인 경우라면 주주들과 협력업체, 종업원들에게 나눠져야 할 돈을 대주주 자녀들이 빼돌려 대주주 일가만 배를 불린 것으로, 해당 법인은 주주들로부터 배임‧횡령 책임을 질 수 있다.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이 개정돼 유한회사도 감사대상이 됐지만, 매출액이 500억원 이상인 유한회사만 외부감사 대상이라서 여전히 감시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이렇게 지저분하게 돈을 챙긴 것으로 끝낸 것도 아니다. 대주주 자녀가 차린 유한회사 B사는 A사로부터 나눠받은 통행세 이익을 통해 누적된 이익잉여금으로 A사가 저가로 발행한 사모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저가발행에 따른 부당이익만 수십억원에 이른다. 능력과 경영의지도 없이 대주주 부모의 부를 물려받은 자녀는 A사 주가가 올라 주식으로 교환, 막대한 평가차익을 거두고 경영권도 편법으로 물려받을 수 있었다.

국세청 조사국 관계자는 “상장회사가 사주자녀의 유한책임회사에 사업기회를 제공, 이른 바 ‘통행세’ 이익을 보장해 법인 이익을 부당하게 나눠줬다”면서 “이렇게 너저분하게 번 돈으로 주력 계열사 전환사채를 저가 인수, 경영권까지 편법승계한 사례”라고 세무조사 개념을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사주자녀가 설립한 유한책임회사에 제공한 통행세, 사모 전환사채 저가발행에 따른 부당이익 등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를 벌일 방침”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한국 굴지의 대기업들은 물론 중견‧중소기업 일부 대주주들이 벌이는 짓은 주주에 피해를 주며 제 배만 불리는 졸부 짓에 다름 아니다.

대주주 자녀가 10대가 되면 이른 바 ‘부모 찬스’로 법인 주식과 종잣 돈을 야금야금 지급한다. 그렇게 쉽게 모은 돈으로 외부감사나 공시의무로부터 자유로운 유한회사를 차리고, 기업집단 주력 계열사 거래에 그 유한회사를 슬그머니 끼워 넣는다. 값싸고 상용화된 전산용역이나 물류 등 일반 용역을 제공하면서 막대한 거래대금을 지급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대주주 자녀가 20대가 되면, 본격 일감몰아주기 등 사업기회를 제공해 자녀 회사 주식가치를 부풀려 준다. 30~40대가 되면 고액급여‧배당을 통해 수월하게 재산을 증식하게 해주고, 그룹 주력 계열사 주식‧부동산 등을 편법 거래해 부를 물려주는 수순을 밟는다.

대규모기업집단 중에서도 더 상위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유한회사를 통한 대주주 부의 편법적 대물림은 최근 일도 아니다. 지난 2013년 이후 줄곧 문제가 돼 몇몇 규제가 신설됐지만, 실효성 있는 규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 관계자는 본지 전화 인터뷰에서 “장기간 치밀한 계획을 통해 주식‧금융재산으로 종잣돈을 마련해 투자이익을 대거 실현한 뒤 고액급여나 배당금 등으로 금융재산을 형성, 주력 계열사를 편법적으로 물려 받는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재벌 계열사는 물론 중견기업, 중소기업까지 이런 패턴으로 부를 대물림하는데만 골몰, 전문경영인에 의한 주주이익 실현이라는 주식회사 취지를 실현하기 힘든 구조”라면서 “땅 짚고 헤엄치듯 경영을 배우고 회사를 물려받은 대주주 자녀들이 정글(지구촌경쟁)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환사채에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일감몰아주기, 분할합병 등 재벌가의 편법 대물림 수법은 항상 정부 규제보다 한 발 앞서왔다”면서 “재벌그룹의 경우 기획재정부 세제실 출신이나 국세청 출신 로펌 전문가가 십년 이상의 장기프로젝트로 수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국세청은 기업 규모를 떠나 이와 같은 법인 대주주의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이 만연해 있다고 판단,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혐의자를 가려내고 있다.

국세청은 구체적으로 금감원에 공시된 모든 기업의 사업보고서 전체를 대상으로 온라인 데이터(web)상에 존재하는 특정 데이터만을 선별 수집하는 ‘웹크롤링(web crolling)’이라는 빅데이터 분석방법을 통해 이번 전환사채 관련 공시나 콜옵션부전환사채 발행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직적이고 자동화된 방법으로 ‘월드와이드웹(www)’의 특정 정보를 탐색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인 '웹 크롤러(web crawler)'라는 프로그램이 활용되지만,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한 대용량 컴퓨터가 아니면 사용이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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