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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칼럼] 3년7개월 대장정의 세무사법 국회통과 의미
[이대희 칼럼] 3년7개월 대장정의 세무사법 국회통과 의미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1.11.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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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령탑’ 세무사회와 고시회 등 ‘야전군’ 합세해 거대 기득권 법조세력 꺾어
-현안 해결에 회원들 ‘안도’…“이젠 회무 정상화해 세무사업계 발전 매진하자”
-일각에선 “헌법불합치 결정 부른 2003년 세무사법 개정 뼈아픈 실수 되새겨야”

거대 기득권 법조세력을 꺾고 세무사업계의 당면 현안이 마침내 해결됐다.

2018년 4월 26일 헌법재판소가 세무사자격 보유 변호사의 세무대리를 제한하는 세무사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3년7개월, 2년 가까운 입법공백이 마침내 해소된 것이다. 세무사업계는 오랜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그만큼 한국세무사회와 세무사업계의 마음고생이 심했다. 마음고생을 넘어 세무사법 개정을 위한 국회 활동에 ‘올인’하느라 세무사회는 업계 발전을 위한 일상 회무에 투자해야 할 많은 시간도 허비했다.

원경희 세무사회장과 집행부는 첫 임기 2년은 물론 지난 6월 재선 이후에도 5개월 동안 꼬박 국회를 뛰어다녀야 했다. 원경희 회장은 율사출신 의원 설득과 병행해 세무사회 입장을 대변할 의원들을 만나느라 눈만 뜨면 국회로 향했다.

2004년부터 2017년 사이 세무사자동자격을 취득한 1만4000여명의 변호사에게 ‘기장과 성실신고확인 업무’를 허용할 경우 세무사제도 자체가 허물어진다는 위기감이 세무사업계에 휘몰아쳤기 때문이다. 세무사회 집행부가 혼신을 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것.

소관 상임위인 기재위에서부터 일부 율사출신 의원들의 반발에 부닥쳤다. 20대 국회에서는 천신만고 끝에 법사위에 올라갔으나 심의조차 제대로 못하고 회기종료로 법안이 폐기되는 아픔을 겪었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세무사법은 기재위와 법사위에서 변호사 업계를 대변하는 의원들의 집요한 방해로 큰 어려움을 겪은 뒤에야 마침내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물론 세무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에는 세무사회 집행부뿐만 아니라 세무사제도를 지켜내야 한다는 한국세무사고시회 등 임의단체와 많은 세무사들의 자발적 희생이 있었다. 세무사고시회는 집행부가 선뜻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운 야전군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창식 회장을 비롯한 고시회 임원진과 청년세무사들은 혹한과 폭서를 무릅쓰고 국회 앞에서 ‘세무사법 통과’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800여일 지속했다. 절박함을 담은 끈질긴 몸짓은 국회의원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이에 앞서 이동기·곽장미 전 고시회장 당시에도 1인 시위와 세무사법 개악반대 서울역 대규모 집회를 비롯해 고시회원들이 십시일반 참여해 변호사의 업역침탈을 규탄하는 일간지 광고를 내는 등 세무사 업역수호를 위한 세무사고시회의 투쟁은 3년여를 지속했다.

구재이 세무사 등 많은 세무사들과 세무사회 퇴직자 등도 보이지 않게 본회의 대국회 활동에 힘을 보탰다. 논리를 개발하고 개별적 친분으로 기재위와 법사위 의원들을 만나 세무사법 개정안의 당위성을 알리며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고, 이런한 노력이 이번 본회의 통과의 밑거름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처럼 원경희 회장을 중심으로 회원들이 단합해 힘겹고 처절한 3년여의 투쟁 끝에 얻어낸 성과에 대부분의 회원들은 아낌없는 박수와 찬사를 보내고 있다.

원경희 회장은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와 관련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장기간 이어져 온 세무사법의 입법 공백이 해소됐다”면서 “세무사법 개정안의 내용을 바탕으로 세무대리 시장이 공정하고 정의롭게 유지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 권익을 지키자는 것이 전문자격사 제도의 취지인 만큼, 이제는 직역 다툼이나 이기심보다는 모든 전문자격사의 상생을 통해 어떤 것이 사회와 국민에게 공헌하는 길인지를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 말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거대 기득권 세력이자 국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법조 세력을 대응하는데 얼마나 힘이 들었는지 에둘러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율사 출신 의원들이 즐비한 기재위와 법사위에서 세무사 출신 의원 한 명 없이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싸움을 해온 설움이 무척 컸을 것이다.

오죽하면 세무사 출신 정치지도자 진출 지원을 위한 ’세무사 정치지도자 아카데미‘를 발족해 운영하겠다고 했겠는가. 세무사 출신 국회의원을 많이 배출해야 원활한 국회활동으로 현안을 조속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아카데미 발족의 배경이다.

비록 오래 걸리긴 했지만 이번 세무사법 개정안의 본회의 통과는 세무사회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국회 구도에서 얻어낸 값진 성과로 평가되어야 한다. 변호사에 대한 업무제한 외에도 세무플랫폼의 소개.알선 금지, 전관예우 금지, 명의대여 처벌 강화 등 많은 성과를 냈다.

그러나 세무사법 개정을 지켜본 일부 회원들 사이에서는 세무사회 임원진과 특정 전직 회장에 의존하는 지금까지와 같은 임시방편적 국회 활동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년 전인 2019년 6월 선거에서 원경희 회장이 당선되면 전직 회장과 힘을 합쳐 곧바로 세무사법 개정이 이뤄질 것같은 분위기였는데 2년 5개월이나 지난 뒤에야 겨우 해결됐다. 국회 활동은 몇몇 특정인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는 마포지역 한 세무사의 푸념이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세무사의 위상이 올라가 국민 존중을 받고, 세무사 출신 국회의원을 배출해 국회에 많은 우군 세력을 포진시키는 등의 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또 이번 세무사법 개정을 환영하면서도 세무사법의 헌법불합치 결정의 빌미를 준 2003년 세무사법 개정의 오류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잘못 끼워진 단추로 인해 훗날 3년여 동안 감당하기 어려운 혼란과 손실을 감내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2003년 12월 31일 개정 전에는 세무대리가 세무사법으로 일원화돼 있어 세무대리업무에 있어서는 세무사법이 공인회계사법이나 변호사법에 우선하는 특별법의 위치에 있었는데 개정 후에 특별법 지위를 상실했다는 주장이다.

개정 전 세무사법 제20조의2(다른 법률과의 관계) 제1항은 “다른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세무대리의 업무를 하는 자에 대하여는 당해 업무의 범위 안에서 이 법의 규정을 적용한다. 다만 변호사법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변호사의 직무로서 행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해 특별법의 위치에 있었다는 것이다.

그 조항을 2003년 “공인회계사법에 의하여 등록한 공인회계사가 세무대리 업무를 개시하고자 하는 때에는 재정경제부에 비치하는 세무대리업무등록부에 등록하여야 한다”고 개정, 개정 이전 세무사법 제20조의 2 제1항의 세무대리에 관한 세무대리기본법(특별법)의 위치를 상실했다고 지적한다.

당시의 개정 오류 때문에 이번 세무사법 개정에서 변호사들이 헌법불합치 결정을 거론하며 변호사법에 의해 세무대리를 하겠다고 우기고 있다는 것이다.

2016년 대법원은 변호사법 제49조가 세무사법 보다 우선 적용되는 특별 규정에 해당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세무사법 제6조 및 제16조를 근거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에게 세무사 등록을 거부한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의 요지는 특별법 우선 적용이다. 종전에는 세무사법이 특별법의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변호사가 일반 법률사무가 아닌 세무조정 업무를 하지 못했으나 2003년에 세무사법 제20조의2 제1항이 개정되면서부터 세무사법이 특별법의 지위를 잃고 변호사법이 우선적으로 적용되어 세무조정 업무를 넘겨주게 됐다는 것이다.

강남의 다른 세무사는 “아직도 2003년 세무사법 개정을 ‘신의 한 수’인 것처럼 일부에서 얘기하는데 잘못된 조항을 조기에 바로잡지 못하고 실기해 이번과 같은 혼란을 초래한 것이 무척 안타깝다”면서 “만시지탄이지만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경희 회장과 세무사회 집행부는 이번 세무사법 개정 과정에서 나타난 이런 회원들의 목소리를 새겨 회무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또한 세무사법에 반영된 다양한 제도개선 사항을 조속히 회무에 적용하는 한편 세무사 위상강화와 국회 내 우군 세력을 확대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히 해야 할 일이다.

아울러 세무사법에 또 다른 문제점은 없는지를 살펴 적기에 개선해 나가는 노력도 계속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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