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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창식 한국세무사고시회장-“세무사시험 논란에 정부 입장 밝혀라”
[기고] 이창식 한국세무사고시회장-“세무사시험 논란에 정부 입장 밝혀라”
  • 이창식 한국세무사고시회장
  • 승인 2021.12.0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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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해야 할 자격시험이 젊은이들 좌절시키면 세무사제도 지킬 수 없어
이창식 한국세무사고시회장
이창식 한국세무사고시회장

지난 1일 제58회 세무사시험 2차 합격자가 발표됐다. 어느 시험이든 합격을 위해 많은 수험생들은 열정과 시간을 바치면서 준비를 한다. 특히 요즈음은 청년들이 대기업 등에 취업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이렇게 어려운 여건에서 시험에 합격한 예비 세무사들은 무한한 축하와 격려를 받는다.

그런데 세무사시험 합격자 발표에 대한 통계치를 살펴보면 납득하기 힘든 특이한 점이 발견된다. 산업인력공단이 공시한 합격자 분포를 보면 올해 전체 합격자 706명 중 237명(33.57%)이 세무사 시험에서 일부 과목을 면제받는 ‘국세청 등의 경력자’로 밝혀졌다. 특히 2차 과목 일부(세법학 1·2부)를 면제받은 합격자는 약 150명(21.39%)에 이른다.

국세경력자가 전체 합격자의 1/3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2016~2020년 5년간 2차 시험 일부를 면제받은 세무공무원 출신이 전체 합격자에서 차지하는 평균 비율은 3.05%로 확인되는데, 그렇다면 어떤 원인에서 이번 국세 경력 합격자들의 숫자가 늘어났는지 커다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무공무원 출신 합격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이들이 면제받은 과목 중 하나인 세법학1부의 과락률이 올해 82.13%에 달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순수하게 시험을 준비한 분들이 피해를 본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과락을 면한 수험생이 20%도 안되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였다. 또한 회계학의 난이도가 예년 수준에 비해 현저히 평이했다는 게 수험생들의 전언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자격사 시험의 2차 시험은 주관식으로 출제자의 의도와 평가가 절대적인 사항이므로 이를 비난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자격시험은 그 대상 직업의 종사하려는 자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자격이 주어지는데 의심이 없음을 확인하는 절차이다. 그런데 80% 이상 과락이 나오는 문제가 출제되고 과목 면제자들은 과락을 넘겨 합격하는, 괴상망측한 결과가 나오는 시험으로 과연 합당한 자격을 확인할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많은 세무공무원 출신자의 합격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세법학1부의 난이도를 조절하였다는 얘기도 나오고 일부 수험생들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세무사시험 수험생들 중 어떤 사람은 인생을 모두 걸었을 수도, 또 10년 넘게 수험준비를 했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출제자나 시험 주관기관은 이런 부분을 세세히 살필 필요성이 있고 엄정한 조사를 통해 문제가 있다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전부터 국세공무원 등의 자동 자격부여와 세무사시험 일부과목 면제는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만큼 반드시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특히 2000년 12월 31일 전 국세청에 입사한 공무원들은 아직도 요건이 충족되었을 경우 퇴임 후 자동자격을 부여 받아 세무사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또한 10년 이상 근무자들은 세무사 시험 1차 면제, 20년 이상 근무 시에는 2차 시험 중 세법학1부와 2부가 면제된다.

과거 세무사 인원이 적을 당시에는 납세협력을 위해 세무사들이 필요했으므로 자동자격 부여 등으로 인원을 충원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1년에 700명 정도가 합격하는 현실을 따지면 자동자격이 반드시 필요한 제도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국세청에서 오랜 기간 봉사한 분들의 퇴임 이후의 상황까지 고려하지 말자는 의미는 아니다. 특히 경력자들의 수험 생활에 대한 폄훼도 아니다.

하지만 국세청 경력 없이 순수하게 시험을 준비하고 합격한 많은 세무사나 예비 세무사들, 세무사를 꿈꾸며 지금도 시험 준비에 매진하고 있는 수험생들이 이번 합격자 발표에 대해 갖는 의구심은 해소해 주어야 한다. 이번의 결과로 인해 회계학에서 평균 90점 이상을 받고도 세법학1부의 과락으로 합격의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세법학 시험 면제자들이 이를 통해 대규모 합격을 했다면 누가 판단하더라고 공정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시험관리 당국은 이번 세무사시험 사태와 관련하여 반드시 명확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억울한 수험생이 없도록 문제점에 대해 특별조사에 나서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세무사시험의 불합리를 줄이려면 공인회계사 시험을 참고하여 부분 합격제 도입 등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납세자 권익보호와 납세의무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어려운 여건에서도 많은 세무인이 세무사제도를 지켜나가려고 애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세무사업계에 뛰어들려는 젊은이들을 불공정하게 보이는 자격시험으로 좌절시키고 내친다면 과연 세무사제도가 지속될 수 있을까?



이창식 한국세무사고시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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