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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품목 아닌 수출자를 주목하라”  원산지 검증 ‘유레카’ 외친 FTA전문직무요원
 “품목 아닌 수출자를 주목하라”  원산지 검증 ‘유레카’ 외친 FTA전문직무요원
  • 이유리 기자
  • 승인 2022.01.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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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신문-서울본부세관 기획 인터뷰③]
김민주 서울본부세관 심사2국 자유무역협정검증3과 주무관
FTA 원산지 검증 방법론에 ‘위험 수출자→물품 타겟팅’ 방식 도입
종전 ‘품목 한정 정보분석’ 한계 극복…관세청 원산지조사 정보분석 경진대회 최우수상 ‘영예’
“수출입기업 관세신고 ‘치유’ 도우려 수백통 전화·이메일 상담”…인간 적극행정 표상 

최근 관세행정 키워드는 ‘치유’

최근 관세청 행정에서 ‘치유’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의료기관이나 상담기관이라면 몰라도 국경을 넘는 물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과세당국에서 치유라는 개념을 떠올리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치유’는 언젠가부터 관세행정에서 기본 바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수입이나 수출에 관세신고를 잘못하는 경우, 잘못 신고한 부분에 대해 세금이 추징되며, 가산세가 부과된다. 

치유는 관세청이 잘못 신고된 부분을 적발해 추징하는 대신 일정한 기간을 ‘자율점검’ 기간으로 설정하고 기업이 스스로 잘못한 내용을 찾아서 수정신고하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스로 신고 오류를 ‘치유’하면 가산세가 면제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세금과 관련한 큰 부담을 덜 수 있다. 

여러 나라를 대상으로 무역을 하면 국가간에 맺은 무역 협정의 내용이 다 달라 기업이 실수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영세 기업이라면 더욱 그렇다. 

기업 입장에서는 성실하게 신고했어도 해외의 수출자가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서 발생하는 오류는 속수무책이다. 

해외 수출자의 잘못으로 인한 관세 신고 오류라고 하더라도 관세청이 조사후에 적발해 부과하는 추징세액과 가산세는 국내 수입기업에게 부과된다. 이렇게 억울할 데가 있을까? 

최근 관세청 ‘FTA전문직무요원’으로 발탁 임명된 김민주 서울본부세관 심사2국 자유무역협정검증3과 주무관은 해외 수출자의 잘못으로 수입신고를 잘못해 가산세를 물 위기에 몰린 국내 수입회사 14곳에 일일이 200통이 넘는 이메일과 전화상담으로 안내해 모두 자율점검으로 ‘치유’하게 했다. 

애초 신고를 잘못해 덜 낸 세금이 추징된 것은 당연히 내야할 세금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만 이들 기업은 김 주무관 덕에 적지 않은 가산세가 면제돼 큰 부담을 덜었다. 

 

FTA 핵심은 까다로운 원산지 증명

자유무역협정(FTA).

FTA를 맺은 국가들 사이에는 국경을 통과하는 물품에 관세혜택을 준다. 하지만 협정을 맺은 국가 간에 주어지는 혜택이기 때문에 원산지 증명을 해야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다.  

FTA 협정을 맺은 나라마다, 또 품목마다 원산지를 인정 받는 기준은 다 다르다. 때문에 기준 적용이 복잡하고 오류도 빈번하게 일어 난다.  

우리가 흔히 마시는 주스도 원산지를 따지려면 여간 까다롭지 않다. 

‘미국산 수입 주스’라고 퉁쳐서 표현한다고 해도 그건 ‘대외무역법’에 따른 원산지일 뿐이다. 

FTA 관세혜택을 적용하기 위한 기준으로 따지면 주스의 원료가 되는 열매가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착즙을 어디에서 했는지, 어느 나라 공장에서 보틀링(Bottling, 병입)을 했는지에 따라 원산지가 달라진다. 

가령 한미FTA 따르면, 미국에서 생산한 과실 열매를 미국에서 착즙해 병에 담아야 미국산 주스로  인정 받는다. 다른 나라에서 착즙한 원액을 미국에 들여와 병 포장만 한 경우 원산지를 미국으로 보지 않는다. 

 

원산지 세탁으로 한미FTA 관세혜택 받은 노니주스에 과세

지난 2018년 슈퍼푸드 열풍이 불면서 국내에 노니주스 수입이 증가했다. 당시 미국산 노니주스가 많이 수입됐다. 한미FTA 를 이용해 관세혜택을 받아 국내에서 저렴하게 유통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김민주 주무관은 노니주스 열풍에 원산지 세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국내 유통중인 수입 노니 주스를 검색해 보니 타히티산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정보분석을 한 결과, 한미 FTA 협정을 적용받는 노니주스 중 1 개 업체의 일부제품을 제외하고는 모두 타히티, 사모아등 다른 나라의(역외산) 완제품 노니주스를 수입해 보틀링,즉 병입 포장작업만 미국에서 수행된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주무관은 국내 수입자 14곳과 미국 수출자 6곳에 대한 원산지 조사에 착수했다.  

2년 여에 걸친 조사 끝에 그는 부적정하게 적용된 한미 FTA 특혜세액 총 66억원 상당을 추징해 차칫 누락될뻔한 세금을 지켰다. 

관세청은 2020년 6월 김민주 주무관을 FTA 검증 분야 최초로 '이달의 관세인'으로 선정해 포상했다. 

건강 기능 식품으로 소비자의 관심이 컸던 노니주스의 원산지 세탁 위험성을 밝힌 공이 컸다. 

 

수출자 분석 후 검증 타깃 품목 선정…그가 제시한 새로운 원산지 검증 방법론

지난 연말 김민주 주무관은 다시 한 번 관세청의 주목을 받았다. 

FTA에서 가장 중요한 원산지 검증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 관세청이 개최한 원산지조사 정보분석 경진대회에서 김 주무관은 ‘수출자 및 원재료 공급자 검증 후 물품 타겟팅’ 접근법을 소개했다. 

그가 2018년 한미 FTA 협정적용 노니주스 원산지 검증당시 미국 수출자 조사 경험을 녹여서 고안한 방법론이다. 

물품에 붙는 세금인 관세의 특성상, 관세청의 검증 방법론은 원산지 위반 요소가 있는 물품을 먼저 밝혀 내는 것이 일반적인 접근법이기 때문에, 김 주무관은 방안은 획기적이었다. 

지난해 12월 1일 관세청이 개최한 원산지조사 정보분석 경진대회에서 김민주 서울본부세관 주무관(왼쪽에서 여섯 번째)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1일 관세청이 개최한 원산지조사 정보분석 경진대회에서 김민주 서울본부세관 주무관(왼쪽에서 여섯 번째)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민주 주무관은 “노니주스의 미국 수출업체들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상당수 수출자들이 원산지 관리는 하지 않은 채 원산지 증명서를 발행하는 등 원산지관리가 취약하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원산지 정보분석은 먼저 품목을 정하고, 그 품목의 위험성이 있는지를 분석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김 주무관은 “이런 분석방식에서  해당 물품뿐 아니라 그 수출자의 다른 품목들에서도 위험성이 확인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도 “위험성에 대한 의심에도 불구하고 모든 품목을 동시에 분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었다”고 품목 중심의 정보분석 방식에 사각지대를 지적했다. 

그는 “종전의 품목에 한정된 정보분석 방식에 원산지관리가 취약한 수출자와 원재료 공급자의 인적위험요소를 먼저 밝혀내고, 수출자의 전체 수출물품 중 위험성이 확보된 원재료 공급자가 납품한 물품을 타겟팅 해 위험성에 대한 확신을 갖고 최종적인 검증 대상물품을 선별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2월 1일 개최된 관세청 원산지조사 정보분석 경진대회에서 이같은 분석방법과 사례를 제시해 가장 높은 상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인간 '적극행정'…"세관과 기업 상생 행정 추구"

그는 원산지 위반 가능성이 높은 수출자를 식별해 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이같이 위반 가능성이 높은 해외 수출자와 거래하는 국내 수입업체들이 스스로 신고 오류를 수정할 수 있도록 정말 적극적으로 안내했다. 

정식 관세 조사 전 자율점검 단계에서는 수입자의 귀책사유가 없으면 수정신고를 통해 가산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단 세관이 수입자조사 단계로 진행하면 업체가 직접 정당한 사유를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가산세를 면제받기 쉽지 않다. 
때문에 그는 진행단계별 실익 안내, 중요한 원산지 입증서류 준비와 수출자 조력 받는 방법 등 할 수 있는 수단을 다 써서 업체 스스로 자율점검 단계 수정신고로 치유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김민주 주무관은 “한 업체 당 200 건이 넘는 메일을 주고 받고, 수입업체와 상담전화도 많이 해 귀에 이명증상을 느낄 정도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같은 그의 적극행정으로 당시 노니주스 원산지 표시 위반한 수입회사 14 곳 모두 조사 없이 수정신고로 끝났으며, 추징세액에 대해 불복을 제기한 곳도 없었다. 

‘인간 적극행정’이라는 기자의 감탄에 김민주 주무관은  “세관과 기업이 상생하기 위한 행정을 해야 한다. 적극행정으로 기업을 지원하다 보니 기업들로 부터 제공받는 정보도 많다”고 말했다. 

관세공무원으로서 포부를 묻자 그는 밝게 웃으며 말했다.  “관세공무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법이 허용하는 모든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 수출입 기업을 응원하겠습니다.”

 

◆김민주 주무관

1993년부터 관세청 공직을 시작한 이후 수입과 징수 및 자유무역협정(FTA) 집행과 검증 업무를 두루 거쳤다.

최근 관세청 FTA전문직무요원으로 발탁 임명됐다. 

그는 “검증업무를 진행하다보면 국내 수출입업체들이 협정적용에 필요한 원산지 증빙요건들을 몰라서 치유가 가능한 형식적 오류를 여러 차례 범하는 사례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 그로 인해 선진국과의 무역거래에서 상대국들에 의해 피해를 보는 상황들이 많아 안타까운 경우가 많다”면서 “검증 대상 업체에게는 반복된 실수나 어려움이 없도록 업체 맞춤형 컨설팅을 병행해 더 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김 주무관의 컨설팅을 받아 수정신고 한 업체가 7억여 원 세금이 추징 됐음에도 관세청 홈페이지에 ‘감사의 편지’를 띄워 관세공무원으로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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