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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자 보유차익을 공익법인에 전가하는 국세청의 모순(?)
기부자 보유차익을 공익법인에 전가하는 국세청의 모순(?)
  • 이유리 기자
  • 승인 2022.01.18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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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국세청, 기부 주식 처분한 A공익법인에 시가 아닌 액면가액 기준으로 법인세 과세
A공익법인, 과세처분 불복 이의신청 기각되자 심판청구 제기...조세심판원 결정에 이목 쏠려
비영리 전문 회계사 “공익법인 기부자산 처분을 보유기간에 대한 양도차익으로 보면 안 돼”
"증여받은 재산 평가기준 증여세법에 따른 시가로 통일해야" 제각각 시가 기준 정비도 시급
"과세관청의 모순된 유권해석이 공익법인 기부금 수령 거부하고 기부자의 선의 퇴색케 해"

공익법인이 공익사업에 쓰기 위해 기부물품을 처분할 때의 과세부담이 일반 증여에 비해 더 무거워 공익법인이 기부물품 수령을 거부하게 만든다는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관련 과세에 대해 조세심판원이 어떻게 판단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공익법인의 기부물품 처리에 대한 과세에는 법인세법, 상속세및증여세법, 소득세법 등이 사실관계에 따라 적용되고 있는데, 세법구조의 모순에 더해 과세당국이 과세논리에만 충실한게 법해석을 하고 있어 공익법인이 기부물품 수령을 거부하게 만들고 기부자의 기부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영리 전문 회계사들은 공익법인에 과세하는 세법구조가 기부자의 보유차익을 공익법인으로 전가한다는 구조적인 모순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서울 성동구에 소재한 비영리 A공익법인이 서울지방국세청이 지난해 5월 과세한 법인세 6400만원이 부당하다며 국세청에 과세전적부심과 이의신청으로 불복을 제기했으나 기각됐고, 이에 지난해 11월 25일 조세심판원에 과세의 적법·타당성에 대해 판단해 달라며 심판청구를 제기한 사실이 최근 확인됐다.

사회혁신 기업가 지원과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된 A 공익법인은 2016년 7월 IT 플랫폼 기업인 B 회사의 설립자 C 대표로부터 주식 1만주를 기부받았다.

A 공익법인은 기부 받은 B사 주식을 목적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2017년 여러차례 걸쳐 팔았으며, 처분이익은 취득가액을 주식의 액면가액인 500원으로 계상해 법인세를 계산, 약 6400만원을 납부했다. 

이후 A 공익법인의 세금을 들여다 본 회계사는 법인세 계산방식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경정청구를 진행했다. 

A 공익법인이 B회사 주식을 기부받을 당시 주식의 시가가 9만5500원기 때문에, 주식 처분 이익을 액면가인 500원 기준이 아닌, 당시 시가인 9만5500원으로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A 공익법인이 B 회사 주식을 처분할 때 주식의 가격은 기부받았을 당시 시가보다 낮았기 때문에 처분 이익이 없고, 따라서 낼 법인세가 없다는 계산이었다. 

A공익법인은 성동세무서에 2018년 법인세를 환급해 달라고 경정청구 했으며, 성동세무서도 이를 인용해 법인세 6400만원을 내줬다. 

이렇게 일단락된 과세처분은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실이 2020년 성동세무서에 대한 종합감사를 벌이면서 뒤집어졌다. 

서울지방국세청 감사관실은 종합감사 결과, 성동세무서에 A 공익법인에 법인세 6400만원을 다시 과세하라고 처분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공익법인 등이 특수관계없는 개인으로부터 기부받은 자산의 취득가액은 법인의 취득당시의 시가가 아니라 기부자인 개인의 취득 당시의 ‘소득세법 시행령’ 제89조에 따른 취득가액이므로 당초 신고한 액면가액 500원을 취득가액으로 하여 경정하라”고 성동세무서에 지시했다. 

성동세무서는 감사처분지시에 따라 A공익법인에게 지난해 2월 2일 2017 사업연도 법인세 6400만원을 고지하겠다고 감사결과 과세예고 통지 했다. 

A공익법인은 이에 불복해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했지만 지난해 4월 22일 불채택 결정됐다. 이후, 지난해 6월 29일 제기한 이의신청도 기각돼 그해 11월 25일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다. 

쟁점이 된 것은 ‘법인세법 시행령’ 제72조 제2항 5호의3의 단서조항에 대한 해석이다. 

이 조항에서는 공익법인이 특수관계 외의 사람으로부터 기부받은 금전 외 자산의 취득가액 기준을 기부당시 장부가액으로 하라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소득과 관련이 없는 자산(개인인 경우만 해당한다)의 경우에는 취득 당시의 ‘소득세법 시행령’ 제89조에 따른 취득가액을 의미한다’는 단서도 두고 있다.  

과세관청인 서울지방국세청은 이 단서 조항 때문에 A 공익법인에 기부된 B회사 주식 취득가액은 액면가인 500원으로 계산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기부자인 C씨는 B회사의 설립자로, C씨 개인의 취득가액은 500원이고 A공익법인의 주식 처분 이득은 이를 기준으로 계산해 법인세를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A공익법인은 이 단서조항의 취득주체를 기부자 개인이 아닌 기부받은 공익법인으로 해 기부받은 당시 주식의 시가로 취득가액을 삼고, 이를 기준으로 주식 처분 이득에 대한 법인세를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개인 기부자가 사업소득과 관련없는 자산을 기부한 경우 과세관청은 개인의 취득가를 공익법인의 취득가로 계상해야 한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서울지방국세청도 이에 따라 과세처분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공익법인 또는 비영리 회계를 전문으로 하는 회계사들은 “이는 출연받은 공익법인의 법인세에서 증여세 과표가 얼마가 돼야 하는 지에 대한 문제로, 증여세 과표는 시가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공익법인이 기부 받아 목적사업에 쓰려는 주식 등 현물자산의 처분이익도 증여세 과세표준인 시가로 과세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비영리 공익법인과 비영리 회계전문가들은 물품기부의 회계세무 처리 방법에 대해 현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계속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아예 이 문제를 다룬 비영리 포럼이 열려 여러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공익법인 관련 회계와 세무제도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최호윤 회계법인 더함 회계사는 본지의 취재에  “공익법인이 증여받은 재화를 처분해 목적사업에 사용하려고 하는 경우 일반 증여에 비해서 세부담이 더 커서 불합리하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기부자가 공익법인에 기부하는 재화에는 현금 뿐 아니라 다양한 물품이 있다. 주식과 부동산은 물론 의류와 중고물품, 푸드뱅크의 잉여식품도 있다. 현금을 기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물품을 기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성 물품은 물론 의류나 식품 등 소비용품도 다양하게 기부된다. 

기부를 받은 공익법인은 투명한 회계와 성실한 세금 납부를 위해 기부받은 재화에 가치를 매겨서 장부에 기재해야 한다.  

그런데 현금이 아닌 재화를 기부받은 경우 가치 평가 방법이 공익법인에게 과세부담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공익법인이 기부받은 물품을 매각하는 경우 매각차익을 기부자 개인의 취득원가로 평가하라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세법에 대한 유권해석 때문이다. 

최호윤 회계사는 “공익법인이 기부받는 입장에서 기부자에게 최초 취득가에 대한 증빙을 요구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현행 세법구조상 기부금 평가기준(장부가, 시가)과 양도자산 평가 기준(장부가) 규정이 충돌한다고 지적했다. 

법인과 개인사업자가 기부한 경우 장부가를 공익법인에서 취득가액으로 삼게 했는데, 개인 기부자가 사업소득과 관련없는 자산을 기부한 경우 과세관청은 개인의 취득가를 공익법인의 취득가로 계상해야 한다는 게 기획재정부의 유권해석이다. A공익법인에 법인세 6400만원 과세처분한 서울지방국세청도 이에 따라 과세한 것이다. 

최호윤 회계사는 “공익법인이 기부받은 자산을 처분해 목적사업에 사용하는 경우 그 처분이익을 따질 때 증여의 개념을 적용해야지, 보유기간에 대한 양도차익으로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여받은 재산의 평가기준을 증여세법에 따른 시가로 통일해야한다”고 제언했다. 

최 회계사는 “개인 기부자들이 관리하기 힘든 취득가액을 기부물품의 취득원가로 하는 기준은 현실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부자의 보유차익을 공익법인으로 전가한다는 구조적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부를 전제로 양도하는 경우 발생하는 양도차익의 일정 부분을 비과세함으로써 부분 기부와 유산 기부문화를 활성화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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