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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창영 칼럼] 정권교체기, 국세청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
[정창영 칼럼] 정권교체기, 국세청 더 신중해야 하는 이유
  • 정창영 주필
  • 승인 2022.04.06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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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행정은 국민적 신뢰가 생명
험난한 시기 맞아 ‘기본’ 다시 새겨야”

일단 앞이 캄캄하다. 오리무중 정도를 넘는다. 이 짙은 안개를 뚫고 윤석열 정부가 성공적인 국정을 운영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서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권교체기 전통이 됐지만 신·구 권력 모두 말은 ‘엄중한 시기’라고 하면서도 연일 인사권을 둘러싼 ‘알박기’와 ‘알까(깨)기’ 전쟁에 여념이 없다. 박고 나면 득달같이 까고, 4년 전 문재인 정부 초기 깼던 알도 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다. 

5월 그 푸르른 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5년마다 벌어지는 이 ‘알까기 전쟁’은 과연 없을까. 스멀스멀 블랙리스트는 터져 나오지 않을까. 인사 문제는 워낙 예민하고 폭발력 강한 사안이어서 연기만 피어올라도 이내 대형 산불로 번진다. 걱정스런 시선이 가시지 않는 대목이다.

당선인 집무실 이전 문제도 국정 전반은 놓고 볼 때 우선순위에 문제가 남는다. 딱히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데도 실행과 절차 과정에서 논점이 크게 바뀌었다. 국민에게 감동을 선물하고 소중한 화합을 유도할 수 있는 사안인데 ‘준비도 없이 어떻게 청와대(대통령 집무실)를 두 달 만에 뚝딱 옮기나?’로 갈라졌다. 진행과정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광우병 난리를 떠올리며 아쉬워하고 있다.

대통령과 당선인이 신고식 같은 신경전을 벌이다 어렵사리 ‘화기애애’하게, 가장 긴 시간의 만찬을 했다지만 이어지는 사안마다 갈등과 파열음은 끊이지 않는다. 

오랜 ‘갈라치기’ 구도의 역학적 산물일까. 지금은 국민들이 어느 한 쪽에 서는 것을 어색해하지 않는다. 더 안타까운 것은 한 쪽에 서면서 침 튀기며 정당성과 당위성을 주장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이다. “전국이, 전국민이 ‘여의도화’됐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들리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두고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다.

국민통합과 화합 조짐이 별로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윤 당선인은 정파를 넘어 실력과 능력을 우선으로 인재를 중용하고 공정과 상식을 기반으로 국정을 이끌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목에서 현실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취임과 함께 여소야대의 정치적 환경과 직면하게 된다. 그것도 172석의 거대 야당이고, 여당도 해봤지만 입증 받은 ‘전투력’을 보유한 야당이다.

법과 규정을 존중하며 국정을 이끄는 것이 ‘상식’이라고 강조하는 그로서는 입법권 냉정함을 실감해야 한다. ‘맞는 것은 맞는다.’는 상식과 논리로 설득을 하고 협치를 강조하겠지만 이처럼 철저하게 갈라져 있고, 모든 자기주장에 가감첨삭을 물 흐르듯 유연하게 투입할 수 있는 진영에 대해서는 결코 쉽지 않은 기대다.

국민 눈에는 흰 것인데도 이를 검다고 주장하는 정치권의 다툼을 그동안 너무 많이 봤다. 특히 국민 눈으로 볼 때 말도 안 되는 이 논쟁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동원되는 논리나 주장이 너무 현란하고 심지어 고상하기까지 해 아예 눈을 돌린 경험이 많다. 그래서 정치에 대해, 정치권에 대해 많이 냉소했으며 신뢰와 거리가 이어진 면도 분명 있다.

여러모로 상황이 좋지 않다. 윤석열 당선인에게는 소위 ‘당선 버블’도 별로 없다. 보통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면 새 대통령이 잘 할 것이라는 기대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기반으로 지지율이 크게 올라간다. 선거에서 찍지 않았던 유권자들도 ‘잘하라’는 의미의 지지를 보내는 일종의 프리미엄으로 국정 진입 초기에 소중한 동력으로도 작용했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선거는 워낙 박빙으로 승부가 난데다 지지층 결속이 공고했던 때문인지 선거 이후에도 변화가 거의 없다. 여기에다 6월 1일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진영벨트가 풀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명확한 정권교체 시기가 눈앞에 왔고, 정권 이양작업이 속도를 더하고 있지만 정치권의 대립은 심화되고 있다. 쥔 주먹에 힘을 더하면서도 입으로는 화합과 협치를 말하고 있다. 

양쪽 모두 마음은 급하고 현실은 따르지 않고, 어쩌면 곧이어 오만과 편견, 독선이 나올 수도 있다. 문제는 국정이든 입법이든 양날을 가진 ‘권력의 칼’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 과정과 결과의 폐해를 우리는 너무 많이 경험해 오고 있다.

당분간 공직사회는 과도기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단지 정권교체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직사회 풍조 자체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권한을 행사하는 공직업무 특성상 판단과 추진, 결과에 대한 책임이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5년 단위로 여·야 정권 교체가 되면서, 정권마다 협치 보다는 거창한 명분을 내세워 밀고 가면서 공무원들이 심각한 어지럼증을 앓았다.

실제로 이번 대선에서 정권교체가 확정되자 적폐청산으로 문재인 정부와 시작을 함께했던 공무원들 앞에 ‘시스템에 의한 조사’ 이야기가 나왔다. ‘또 영혼과 뇌를 씻어야 하는 시기가 왔다’는 공무원들의 탄식이 나왔다.

특히 공직 내에서 지시에 의해 추진됐던 업무가 적폐로 몰리고, 불려가고, 들어가고, 상사가 발뺌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복지부동 차원을 넘어 일종의 보신 방어막 확보가 일상이 되고 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작은 일에서부터 범위를 조금만 넘어서는 일은 근거와 지시받은 메모를 보관하는 일이 일상이 됐다는 것이다.

통합과 협력보다 매사 맞서는 일이 일상이 된 상황에서 국정 실무를 수행해야 하는 공무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입지는 좁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당선인은 규제를 완화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고 일자리도 만들겠다지만 온갖 논리로 포장된 규제를 없애기 위해서는 지금의 좁은 틀을 넘어야 하는데 담당 공무원의 적극적인 열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분위기다.

여기에다 정권 교체기 마다 앞선 성과를 인정하기보다 쓸어내는데 주력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공무원들이 갖게 된 자괴감은 공직 자체에 대한 회의감으로도 이어져 소위 공직출세를 포기하고 민간으로의 이직도 어렵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

오늘 펼쳐지고 있는 정치권의 갈등과 반목, 오만과 독선의 충돌은 공무원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풍조 자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새 대통령도 공무원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국세청은 국민 재산권과 직결되는 과세 공권력을 행사하는 소중한 임무를 수행하는 조직이다. 국민 재산권이 얼마나 중요하고 예민한 사안인지는 굳이 설명이 필요가 없다. 이 시대는 인권과 재산권의 우선순위를 가리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을 정도다.

세금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멀리 역사(歷史)까지 갈 것도 없다. 문재인 정부를 들었다 뒤집어 놓은 부동산 정책의 핵심에는 세금이 있었고, 지금 우리는 그 결과를 실감하고 있다.

세금을 거두는 국세행정은 신뢰가 생명이다. 세정이 국민적 신뢰를 받으면 배 아픈 국민이 없고, 반대로 신뢰를 잃으면 그 불신의 크기에 관계없이 수습하기 어려운 파국으로 달려간다.

국세청은 세법을 집행하는 임무를 수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엄청난 정보를 다루고 있다. 험난한 시기에는 잘못 사용될 유혹이 주변을 어른거린다. 공정·공평한 세정운영과 함께 ‘기본’을 반드시 새겨야 할 시점이다. 

국세청은 과거 정권교체기 ‘안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 아픈 기억이지만 꼭 새겨야 할 대목이다.

 

 

정창영 주필
정창영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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