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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세 환급’에 ‘가업승계 컨설팅’까지…국세청, 세무사 뿌리 흔드나?
‘종소세 환급’에 ‘가업승계 컨설팅’까지…국세청, 세무사 뿌리 흔드나?
  • 이대희 기자
  • 승인 2022.06.27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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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정 협조자인 세무사 ‘패싱’이다” VS “변화 대비 못한 세무업계 잘못” 목소리 공존
윤석열 정부 기업친화형 세정 일환?…김창기 청장도 “쉽고 편리한 납세서비스” 강조

5월과 6월 세무사들은 국세청의 잇따른 전자세정 발표로 큰 충격에 빠졌다. 예고된 일이었지만 준비되지 못한 상태에서 설마 하던 일이 현실화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국세청은 지난 4월말 종합소득세 신고안내를 하면서 ‘플랫폼노동자 등 인적용역 소득자 227만 명에 대해 소득세 환급금 5500억 원을 찾아 준다’고 발표했다. 환급대상자에게 5월 2일부터 환급예상액, 환급계좌 등록방법 등을 담은 안내문을 발송하고 환급계좌를 등록하면 6월 말까지 환급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그러면서 환급신고시스템을 대폭 개편, 환급금을 몰라 환급받지 못하거나 ‘세무대리 수수료를 지급하고 환급받지 않도록’ 적극 지원한다고 부연 설명까지 덧붙였다. 비용이 드는 세무사 손을 빌릴 필요없이 국세청이 공짜로 세금환급 업무를 처리해 주겠다는 것이다.

세무사들은 “이러고도 세정 동반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세무사 업계가 ‘삼쩜삼’에 대해 고유업무 침해라며 법적 대응을 하고 있는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더 간편한 모두채움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한 술 더 떠 지난 23일 국세청은 또 ‘중소기업에 맞춤형 가업승계 세무컨설팅’을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세무사업계에서는 ‘세무사 패싱’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발끈했다. “세무사회는 뭐하고 있냐”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국세청은 가업승계 세무컨설팅 대상인 경우 관련 서면질의 신청 때 최우선 처리해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해 주고, 컨설팅 내용대로 조건을 유지하면 사후관리 대상에서 제외하는 혜택도 주겠다고 했다. 세무사가 중소기업의 가업승계 업무를 맡아 처리할 때 이와 유사한 혜택이 주어졌는지 세무사들은 묻고 있는 상황이다.

가업승계 컨설팅을 주력 업무로 삼고자 강의와 함께 시스템화 노력을 기울이는 세무사들은 “세정 동반자, 협력자라고 하던 국세청이 실제로는 세무사를 안중에도 두지 않는 것 같다”고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국세청 ‘전자세정’ 어디까지...“이러다 세무사는 기장만 하는 것 아닌가?”

세무사들도 대부분 IT,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인한 전자세정의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미리 대비하지 못한 세무사업계의 잘못인데 누굴 탓하겠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세무회계 분야의 빠른 전산화 추세를 볼 때 현 수준의 세무사업 유지를 5년 정도로 예측한다는 50대 세무사가 하는 말이다.

서울 역삼동에서 개업 중인 이 세무사는 “현재 속도로 세무 전산화가 이뤄진다면 머잖아 기장업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생각”이라며 “5년 동안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것이냐의 고민으로 피곤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현재 국세청이 내놓는 일련의 전자세정은 빙산의 일각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간편신고 서비스’ 확대로 지난달 종소세 신고에서 세무서를 방문한 납세자가 2년 전보다 44% 감소했다는 국세청 발표를 거론하며 “예사롭지 않은 추세”라면서 “이런 결과가 그 ‘전조’”라고 진단했다.

컨설팅을 주력 업무로 특화하고 있다는 다른 세무사도 “세무사가 컨설팅 전문가로 시장을 주도하기는커녕 기장신고만 하는 실무자로 전락하는 건 아닌지, 간편장부도 국세청에서 만들어주겠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세무사업계나 한국세무사회가 국세청에 ‘왜 세무사 먹거리를 줄이느냐’고 대놓고 따질 형편도 못된다. 세무사 업무 대부분이 국세청 사무를 위임받아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납세자 편의를 내세워 세무사 업무를 줄이는 정책이 나올 때마다 일각에서 “전자 신고하지 말고 수동으로 신고하자”는 강경 주장을 펴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도 실천하지는 못했다. 명분이 떨어지고 납세자 불신만 가중시킨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이번에 두 달 사이 연이어 내놓은 국세청 조치는 규제완화와 기업친화형인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살핀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새 정부 기조에 맞춰 국세청이 납세협력비용을 줄이는 세정에 초점을 맞춰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례적으로 퇴임 후 국세청장에 오른 김창기 청장이 취임사에서 ‘쉽고 편리한 납세서비스를 통한 성실신고 지원’을 핵심과제로 들고 나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금 신고·납부과정을 납세자 눈높이에 맞춰 편리하게 개선하라”며 세무서에 방문하지 않고도 모든 세금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홈택스의 수준을 보다 더 높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각 납세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신고도움자료를 제공하고, 미리채움·모두채움 서비스도 확대하라고도 주문했다.

이 같은 전자세정의 보편화는 결국 세무사의 신고대리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 조치라는 점에서 세무사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회계감사라는 공고한 업무영역이 있는 공인회계사들이 선제적으로 2018년 ‘표준감사시간제’를 도입해 넘쳐나는 일감으로 구인난을 겪고 있는 상황과 달리 세무사업계는 그나마 하던 업무에서도 밀려나고 있는 상황이다.

개업 4년차 세무사는 “죽도록 공부해 세무사 자격 따서 뭘 좀 해보려 했는데 ‘삼쩜삼’에 당하고, 변호사한테 당하는데다, 동반자인줄 알았던 국세청이 세무사를 필요 없게 만들고 있는 상황을 접하며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만 든다”고 하소연했다.

하루를 멀다하고 진화하는 빅데이터 기반의 국세청 전자세정에 직면한 세무사업계와 한국세무사회가 돌파구를 어떻게 찾아나가야 할지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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